SK 와이번스 제공
[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천적 관계가 완전하게 뒤집혔다.

SK는 지난 27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경기에서 4-2로 승리했다. 이로써 SK는 4연승을 내달리며 62승59패를 기록, 포스트시즌 진출에 대한 희망을 이어갔다.

선발 박종훈의 호투가 돋보인 경기였다. 이날 박종훈은 6이닝 동안 85개의 공을 던지며 단 2피안타 2볼넷으로 한화 타선을 잠재웠다. 탈삼진은 5개를 솎아냈고 단 1점도 허용하지 않은 채 마운드를 내려왔다. 불펜진이 마지막까지 리드를 지켜내면서 데뷔 후 처음으로 두 자릿수 승리를 따내는 기쁨을 누렸다.

2012년 1승을 시작으로 6승→8승→10승으로 매년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박종훈은 특히 올시즌 한화에게 누구보다 막강한 모습을 보이면서 이같은 성과를 이룰 수 있었다.

실제 박종훈은 한화전에만 총 5차례 등판해 27.1이닝 동안 22피안타(피안타율 0.218) 9볼넷 21탈삼진 4실점의 짠물 피칭을 선보였고, 전체의 절반이 넘는 5승을 쓸어 담았다. 올시즌 한 선수가 특정팀을 상대로 5승을 챙긴 것은 박종훈이 유일하다. 4승을 기록 중인 투수조차 박종훈 외엔 아무도 없다.

불과 지난 시즌만 하더라도 박종훈은 한화에게 오히려 약한 모습을 보였다. 2016시즌에는 3경기에서 모두 패했으며, 12.2이닝 15실점으로 경기 내용 역시 최악에 가까웠다. 데뷔 이후 2016시즌까지의 성적 역시 1승3패 평균자책점 8.84로 부진한 것은 마찬가지다.

그러나 4월16일 한화에게 5이닝 무실점 완벽투로 시즌 첫 승을 따내면서 박종훈에게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다. 지난 시즌과 비교해 한화전에서 커브 등 변화구 비중이 크게 늘어난 편인데 이러한 선택이 좋은 효과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한화가 올시즌 좌투수 상대 팀 타율(0.318)이 가장 좋지만 언더투수를 상대로는 8위(0.259)에 머물러 있는 것도 박종훈에게는 호재로 작용했다.

SK는 박종훈의 한화전 강세 덕분에 상대전적에서 10승5패의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박종훈의 시즌 10승과 함께 SK 역시 상대 9개 구단 중 한화에게 가장 먼저 10승을 챙기는데 성공했다.

지난해 SK는 한화에게 5승11패로 크게 밀리는 모습을 보였고, 결국 와일드카드 기회를 얻지 못한 채 시즌을 마쳐야 했다. 5위 KIA와 1.5경기 차에 불과했기 때문에 두산전(4승12패) 다음으로 많은 패를 떠안았던 한화전 성적이 더욱 아쉽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당시에는 한화에 비룡 킬러가 있었다. 장민재가 SK전 6경기에서 5승무패 평균자책점 1.30(34.2이닝 5실점)을 기록했고, 중요한 순간마다 표적 등판해 계속해서 상대의 발목을 잡았다.

그러나 올시즌 장민재는 SK에게 5경기 1승1패 평균자책점 6.38로 별다른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에는 반대로 독수리 킬러 박종훈이 나타나 지난 시즌의 굴욕을 설욕하고 있는 모습이다. 앞서 언급한 박종훈의 시즌 첫 승 당시 한화 선발 투수가 장민재였다는 점도 상당히 흥미로운 대목이다.

이제 박종훈에게는 한화 뿐 아니라 타 팀을 상대로도 좀 더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다음 과제가 기다리고 있다. 실제 한화전을 제외한 성적을 놓고 보면 5승7패 평균자책점 5.04(100이닝 56자책점)로 그리 만족할 수 있는 모습은 아니었다.

그러나 한화전 강세를 통해 이뤄낸 시즌 10승의 소중한 경험이 박종훈의 미래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여지는 충분하다. 한화에게도 처음부터 천적은 아니었듯 그동안 부진했던 팀들에게도 전세를 뒤집을 기회는 언제든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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