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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이겨도 속이 아프다. 연패를 끊었는데 찝찝하다. KIA가 6연패를 끊고 70승에 선착했지만 감독은 마음이 편치 않다.

KIA는 26일 마산에서 열린 NC와의 경기에서 8-7, 한 점차 승리를 거뒀다. 이날 승리로 KIA는 연패 탈출에 성공했다.

간만에 타선이 터졌다. 믿고 기다렸던 나지완이 홈런을 쳐내며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나름대로 마음고생을 털어낸 한 방이었다.

3-1, 두 점차로 앞선 3회에서는 마무리였던 김윤동까지 투입했다. 투수 교체를 시작으로 이래저래 잘 풀린 경기였다.

하지만 악몽은 9회말이었다. 경기는 8-3으로 앞서고 있었다. 아웃카운트 3개를 잡으면 경기가 끝난다. 지긋지긋한 연패와도 이제 안녕이다.

5점이나 앞서고 있었으니 김선빈의 피로를 덜어주고자 유격수로 김세현과 함께 넥센에서 건너온 유재신이 들어갔다. 사실 유재신은 전문 유격수가 아닌데, 김기태 감독은 투입했다.

그런데 사단이 났다. 불펜으로 나온 박진태가 1사 이후 5번 이호준에게 비거리 110m짜리 우월 솔로포를 내주며 8-4가 됐다. 4점 차다. 아직 여유가 있다.

대타로 나온 권희동까지 내야땅볼로 처리했다. 7번 김성욱이 안타를 쳐내면서 2사 1루가 됐다. 그래도 아웃 하나면 끝난다. 하지만 KIA의 유격수 공포 영화는 이제 시작이었다.

8번 지석훈의 타구를 유격수 유재신이 잡더니 2루로 송구했다. 그런데 이게 빗나갔다. 유격수 실책이 되면서 2사 2, 3루가 됐다. 여기까지는 괜찮다.

실수는 누구나 한다. 그런데 묘한 장면이 나왔다. 9번 박광열의 타구가 다시 유격수 앞으로 향했다. 유재신이 잘 잡았다. 그냥 1루로 편하게 송구하면 경기는 끝난다.

그런데 2루로 오는 주자를 잡고자 공을 송구했다. 그런데 이 공이 또다시 빗나갔다. 오른쪽, 왼쪽, 번갈아가며 송구 실책을 연달아 펼쳤다.

그 사이, 3루에 있던 김성욱이 들어오며 8-5가 됐다. 주자는 여전히 2사 2, 3루가 됐다. 같은 송구 실책을, 그것도 똑같은 자리에서 두 번이나 했다. 긴박한 상황에서 나온 실수였다.

프로다운 모습은 아니었다. 여기서 김기태 감독이 결단을 내렸고 그라운드로 나왔다. 그리고 1루에 있던 서동욱과 유격수 유재신의 포지션을 바꿨다.

2루수 경험이 많은 서동욱이라면 유격수로 아웃카운트 1개 정도는 막을 수 있을 것이라 봤다. 하지만 다소 급작스런 수비 교체였다. 유재신은 1루로 갔지만, 서동욱은 낯설 수 밖에 없다.

KIA는 김세현을 투입했다. 그런데 1번 김준완에게 볼넷을 내주며 2사 만루가 됐다. 그리고 2번 도태훈이 김세현의 공을 있는 힘껏 쳐냈다. 유격수 앞 땅볼타구가 됐다.

그런데 타구가 워낙 빨랐다. 이 공을 서동욱이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 실책이 됐다. 공이 뒤로 천천히 굴러간 사이, NC는 두 명의 주자가 득점을 따냈다.

그렇게 8-7, 한 점차까지 NC가 따라왔다. 위기였지만 김세현이 스크럭스를 어쨌든 삼진으로 잡아내며 KIA는 가까스로 승리를 챙겼다. 하지만 아무도 웃지 못한 KIA였다.

9회에만 유격수로만 실책 3개에 4점을 내줬다. 8-3에서 8-7까지 추격을 당했다. 상대가 잘한 것보다 KIA가 알아서 무너진 격이었다. 이겨도 팬들의 비난을 면하기 어려운 경기였다.

유재신의 내야수 기용과 실책 2개, 그리고 김기태 감독의 수비 교체에서 비롯된 서동욱의 실책까지, 이날 KIA는 선수와 감독, 모두가 이겼지만 웃고 싶어도 웃지 못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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