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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참 어지간히도 풀리지 않고 있다. 잠깐 주춤했다고 생각했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어느새 6연패다. KIA가 추락의 가속 페달을 전력으로 밟고 있다.

KIA는 지난 24일 대전에서 열린 한화와의 경기에서 3-6으로 패했다. 전날 패배로 KIA는 69승 1무 43패가 됐다. 6연패다. 후반기 28경기에서 12승 1무 15패(승률 0.444)다.

분명 압도적 선두를 달리고 있던 KIA였는데 이제는 아니다. 일단 2위 두산이 68승 2무 46패(승률 0.596)이 되면서 KIA와의 승차를 단 2경기로 좁히는데 성공했다.

전날 경기만 봐도 KIA와 두산의 명암은 정확하게 엇갈렸다. 누가 하락세이고 누가 상승세인지, 쉽게 알 수 있었다. KIA는 3선발 팻딘이 나름 5이닝 3실점을 기록, 최선을 다해 막아냈다.

3-3, 팽팽한 승부가 이어졌다. 하지만 8회말에 내준 단 1개의 홈런이 승부를 뒤집었다. 중간투수 심동섭이 8회에 나와 2사 이후 볼넷, 그리고 교체된 김윤동이 나와서 다시 볼넷을 내줬다.

볼넷 2개의 여파가 너무 컸다. 상대 하주석과 이용규가 끈질기게 버텨낸 것이 한화의 원동력이 됐다. 그리고 김윤동의 몸 쪽 높은 공을 오선진이 쳐내며 3점 역전 홈런을 만들었다.

3-3이 순식간에 3-6, 더블 스코어가 됐다. KIA 타선은 기가 죽었다. 그렇게 9회, 7번 이범호는 외야 뜬공으로 물러났고 8번 대타 서동욱과 9번 김선빈은 삼진으로 경기를 끝냈다.

연패를 당하는 팀의 여러 조건을 단번에 모두 모아서 보여준 경기였다. 아쉬운 감독의 표정, 어설픈 수비와 더불어 불펜진의 함몰, 그리고 타선의 무기력함까지 패배는 당연했다.

이와 반대로 2위 두산은 8회초에 김승회가 넥센에게 점수를 내주며 3-2로 역전을 당했다. 하지만 곧바로 되갚았다. 8회말, 오재일이 전날 붙었던 김상수에게 다시 극적 동점 솔로포를 쳐냈다.

3-3이 됐다. 다른 팀이면 여기서 멈추는데, 두산은 아니었다. 곧바로 오재원이 좌월 역전 솔로포를 쳐내며 4-3으로 재역전, 경기를 그대로 가져왔다. 연승의 기세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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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차가운 KIA는 이제 31경기가 남았고 너무 뜨거운 두산은 28경기가 남았다. 그리고 승차는 2경기다. 꽤나 가까웠다고 생각했던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이 점점 KIA에게서 멀어지는 느낌이다.

확률상 유리했다고 생각했다. 지난 15일 최형우는 "6경기 차이는 쉽게 뒤집어지지 않는다"라고 말하며 흔들린 팀 분위기를 단번에 휘어 잡는 듯 했다. 아니었다. 지금의 KIA는 그 때의 '왕조' 삼성이 아니다. 열흘 지나니 정확히 2경기로 좁혀졌다.

지난 2년간 겨우 성장에 성장을 거듭한 KIA다. 이기는 것에 아직 익숙하지 않고 선두라는 자리가 낯선, 그런 KIA다. 그러다보니 시즌 첫 4연패를 시작으로 패배가 길어지자 다들 어떻게 할지 모르는 눈치였다. 팀 분위기가 좋은 것과 6연패는 별개다.

심각한 수준이다. 후반기 팀 타율이 2할7푼7리로 리그 9위다. 그럼에도 김기태 감독은 동행을 유지하고 있다. 별다른 변화를 주지 않는다. 바꿔봐야 나지완과 안치홍의 타순 조정, 그 뿐이다.

최근 10경기에서 타율 1할3리의 이범호를 비롯해 여러 선수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나지완도 2할7리에 그치는 등, 그 외의 주전급 선수들이 2할 언저리다.

김주찬과 최형우, 김선빈 정도가 3할대 중반이다. 다들 타격감이 너무 떨어졌다. 그럼에도 믿고 기용하고 있지만, 감독의 신뢰가 전적으로 선수들의 타격감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연패에 빠지면 여러 방안을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감독의 행동이지만, 김기태 감독은 코치나 선수를 2군으로 내리거나 바꾸지 않는다. 감독 입장에서도 연패를 끊기 위한 여러 시도와 변화를 주고 싶은 마음은 그 누구보다 크고 굴뚝 같다.

그럼에도 작은 변화에도 민감한 것이 선수다. 타순 조정이나 엔트리 변경으로 이들의 마음이 상할까, 팀워크가 흔들릴까, 이처럼 선수들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고 살리는 것은 김기태 감독에게 중요한 부분이다.

마치 누가 더 오래 참느냐의 대결처럼 보인다. 그 정도로 변화에 인색한 김기태 감독이다. 혹자는 이것을 고집이라 부르지만, 어떤 이는 이것을 형님 리더십, 그리고 인내와 믿음이라 이야기 한다.

팬들은 올해의 KIA가 8회까지 이기고 9회에 역전 당해서 패하는 그런 용두사미, 호두묘미의 시즌이 되지 않길 바라고 있다. 과연 김기태 감독의 동행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지금처럼 뼈를 깎는 믿음이 과연 성공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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