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부터 시작된 ‘공포의 2연전(1주일에 세 번 이동)’에 선수들은 혹사를 당하는 수준이다. 폭염에, 잦은 이동에 지친 모습들이 역력하다. 승부의 큰 변수가 되고 있기도 하다.

지난 17일 KIA-두산전이 열린 잠실구장. 아침부터 비가 간간이 내려 경기 시작 1~2시간 전엔 운동장을 정리하느라 양팀 선수들이 투타 연습을 못했다. 거기에다 양팀 다 지방에서 상경, 선수들이 지쳐 있어 정상적인 연습을 할 형편도 되지 못했다.

두산은 전날 부산 사직구장에서 롯데와 야간 경기를 치른후 새벽 3시가 넘어 잠실구장에 도착했고 집으로 가서 샤워하고 선수들이 잔 시간은 4시가 훌쩍 지나버렸다. 아침겸 점심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다시 잠실구장으로 갔으니 연습이 될 리 없었다.

KIA 역시 마찬가지였다. 광주 홈구장을 치르고 바로 상경했으니 두산과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날 경기 결과는 두산의 4-1 승리인데, 양팀은 1회에 득점(4점, 1점)을 하고는 2회부터 9회까지 무득점으로 일관했다.

양팀은 올해 10차례 경기에서 경기당 평균 10.8점을 기록했는데, 이날 5득점한 것은 새벽 이동의 영향이 커 보였다

양팀 선수들의 몸 움직임이 둔한 건 관중석에서도 느껴졌다. 원인은 이틀마다 장거리 이동을 하는 ‘공포의 2연전’이었다.

야간경기를 마치고 새벽에 서울에 도착한 두산과 KIA가 잠깐 휴식한 뒤 지난 17일 잠실에서 만났으나 장거리 이동으로 쌓인 피로 때문에 경기에 애를 먹었다.

10개팀중 가장 큰 피해자는 NC다. NC는 2연전이 시작된 이후 ‘마산→인천→마산→잠실→마산→광주→마산→고척’으로 이어지는 호된 이동 끝에 지난 11일이후 2승7패에 그치며 시즌 초반부터 지켜왔던 2위 자리를 두산에 넘겨주고 말았다.

롯데는 NC와 시즌 이동거리가 비슷하지만, ‘부산→마산→대구’로 움직이는 가벼운 이동 덕분에 2연전 체제후 9승3패의 상승 무드를 탈 수 있었다.

각팀 선수들은 알게 모르게 불만을 표시하지만, 일정표에 따라야 하니 울며 겨자 먹기식이다. 왜, 현장의 목소리가 전해지지 않을까?

17일 잠실 구장에 나온 한 원로 야구인은 한마디로 “야구를 모르는 사람들이 시즌 일정을 짜기 때문”이라고 잘라 말했다.

가만 생각하니 맞는 말이다. 일정표는 KBO 운영팀에서 정한다. 담당 직원은 혹 동호인야구를 했을지 모르지만, 7개월간 전국을 돌아다니는 프로야구 선수 경험은 없다. 그러니 단순히 일정 짜기에만 충실할 수밖에 없다.

일정표를 최종 확인하는 KBO 실행이사회 멤버 역시 프로야구 선수 출신은 없어 ‘공포의 2연전’이 얼마나 경기의 질적 내용을 저하시키는지 알 수가 없다. 설사 알아도 경기를 가능한 많이 열어 수익을 올리는 데 더 신경을 쓴다.

선수들의 볼멘 목소리가 귀에 들리는 듯 해도 한귀로 흘린다. 소귀에 경읽기인 셈이다. 달리 표현하면 근로자들의 현장 애로사항을 무시하고 근무 시간만 늘려 생산성 높이기에 매달리는 공장장의 잘못된 직무라고 볼 수 있다.

수준있는 야구를 위해 경기수를 줄이자거나 일정짜기를 효율적으로 하자는 말들이 야구계 안팎에 떠돌지만 허공으로 사라지고 만다(KBO 실행이사회는 내년 일정도 올해와 동일한 방식으로 결정). 물론 10팀이 홈, 원정 경기수를 절반으로 나눠 체계적으로 일정을 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최소한 현장의 상황을 반영한다는 노력은 보여야 한다.

매 경기 일어나는 비디오 판독에서도 ‘현장 무시’는 쉽게 볼 수 있다. 지난 13일 NC-두산전에서는 무려 7분이 넘는 판독 결과가 나왔다. 최초 판정이 뒤집어지는 결과로 인해 두산은 2-1의 짜릿한 승리를 맛봤지만, 승부의 뒷맛은 개운치 않았다.

최종 판정까지 7분이 넘게 소요돼 경기 흐름은 뒤죽박죽될뻔했고, 선수단뿐 아니라 시청자, 팬들의 관심은 오로지 판독 결과에 집중됐다. 결과적으론 기계(비디오)가 사람(심판)을 제치고 승부를 좌우했다. 여기서 제기되는 문제는, 왜 7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됐냐는 점이다.

메이저리그는 2분 동안 판정이 못 내려질 경우 최초 판정대로 간다. 이 점을 KBO에서 모를 리가 없었다.

하지만 KBO는 올시즌 시작전 판독 시간 무한대를 결정했다. 이 역시 프로야구 선수 출신이 아닌 KBO 직원이 결정을 내렸다. 메이저리그보다 판독할 카메라 숫자가 적은데도 시간을 정하지 않은 것은 잘못된 결정으로 봐진다.

메이저리그에서 왜 2분을 한정했냐 하면, 비디오가 보여주는 자료를 판독하는데 2분이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더 이상 자료가 나오지 않는 상태에서 2분이 지나고 판정관끼리 왈가왈부해봤자 시간손해라고 봤기에 2분을 데드라인으로 정했다. 다행히 KBO에서는 내년부터 2분 판정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여기서 짚어야 할 게 KBO에 프로야구 선수 출신이 한명도 없다는 것이다(심판위원 제외). 일정짜기 뿐 아니라 경기 현장 상황을 구체적으로 검토할 때 선수 출신의 의견을 반영하면 훨씬 더 효과적이다.

법률적으로 자문을 구하기 위해 고문 변호사를 두는 것 처럼, 선수 출신중 한명을 특채해 자문위원이나 운영팀원으로 채용하면 업무 처리가 훨씬 현실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

각 구단에서는 오래전부터 선수 출신을 현장및 행정요원으로 채용해 업무를 원활히 하고 있으며 10구단중 절반이 선수 출신을 단장으로 임명해 야구 발전및 성적 향상을 꾀하고 있다. KBO도 이제 선수 출신들에게 문호를 개방할 시점이 아닐까? 야구 칼럼니스트/前 스포츠조선 야구大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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