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광주 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넥센-KIA전에서 넥센 장정석 감독이 3회말 KIA 김민식의 번트 타구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스포츠코리아 제공
올시즌부터 신설 된 비디오판독센터를 통해 전문성을 더했다고 여겨진 KBO리그 비디오 판독이 잊을 만 하면 논란의 중심에 서고 있다. 긍정적인 이슈가 많아도 모자랄 시점이지만 안타깝게도 부정적인 이슈들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오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최근 엄청난 논란을 야기했던 사건은 지난 9일 광주 넥센-KIA전에서 펼쳐져졌다. 당시 5-0으로 앞선 3회말 무사 1,2루서 타석에 들어섰던 김민식은 희생번트를 시도했다. 타구는 그라운드에 한 번 맞고 튕긴 뒤 넥센 포수 박동원의 글러브에 들어갔다. 이 때 박동원은 파울이 아닌 페어 상황이라 인지, 공을 3루에 던졌다. 2루 주자 나지완은 3루에서 포스 아웃 됐고, 타자 주자였던 김민식은 1루에 안착했다.

이 때 구심은 파울 타구가 김민식의 배트에 두 차례 맞았다며 파울을 선언했다. 넥센은 곧바로 비디오 판독을 신청했고, 비디오 판독 결과 ‘페어’가 나와 원심은 번복됐다. KIA 김기태 감독은 당연히 항의에 나섰다. 해당 상황은 판독 대상이 아니라는 것.

일리가 있는 주장이었다. 실제로 당시 상황은 엄밀히 말해 비디오 판독 적용 대상이 아니었다. 심판진은 비디오판독 규정 3항 6호의 ‘타자의 파울·헛스윙(타구가 타석에서 타자의 몸에 맞는 경우 포함)’을 들어 타구가 배트에 맞아도 파울로 판정된다고 해석했다. 이미 시즌을 앞두고 심판진들간 포괄적으로 합의를 마쳤다는 설명도 나왔다. 현장에 제대로 홍보가 되지 않은 것 같다는 해명까지도 접했다.

핑계에 불과한 답변이다. 규정에 정확히 명시 돼 있지 않은 상황이었다면 기본적으로 비디오 판독을 해선 안 됐다. 규정을 두루뭉술하게 명시하고, 해당 상황도 비디오 판독 적용 대상이라고 심판진이 주장한다면 그 어느 감독이 쉽게 수긍을 할지 의문이다.

하지만 김민식의 번트 타구가 비디오 판독 적용 대상이 맞느냐는 지적에 앞서 가장 놀라움을 금치 못했던 것은 당시 상황을 처리하는 심판의 태도였다. 경기 후 심판이 대놓고 장정석 감독에게 비디오 판독을 권유하는 장면을 지켜본 뒤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심판들의 자의적 판단이 선을 넘은 것이다.

비디오판독 신청은 심판이 아니라 구단 그것도 감독이 하는 것이다. 실제로 이는 리그규정에도 명시돼 있다. 4항 1호에는 ‘비디오 판독은 각 구단의 감독만이 판정을 내린 심판에게 신청할 수 있다’라고 명시 돼 있다.

감독을 향한 심판의 괜한 권유는 불필요한 오해만 살 뿐이다. 안 그래도 전직 심판과 구단 관계자간의 금전 거래로 심판들을 향한 팬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이러한 행동은 팬들의 불신만을 더욱 키울 뿐이다. 비디오판독 권유는 사실상 경기에 과하게 개입하는 행동이다. 심판진은 최대한 중립적인 태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게다가 지난 6월 13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NC-넥센전에서도 심판진들은 과한 자의적 판단으로 구설수에 한 차례 오른 바 있다. 바로 3회초 시작을 앞두고 부상을 당한 우완 사이드암 투수 한현희의 교체 과정에서 규정을 자의적으로 적용한 것. 벤치에는 버젓이 같은 유형의 투수인 신재영이 존재했지만, 심판진들은 그를 선발 투수로 분류해 나름의 배려(?)를 베풀었다.

해당 사건으로 당시 심판조는 KBO로부터 벌금 100만원을 부과 받은 바 있는데, 또다시 자의적 판단으로 논란의 장면을 연출한 심판진들이다.

이번 사건을 통해 비디오판독의 적용 대상을 일부 상황에만 제한하지 말고 대폭 확대하자는 주장도 있다. 그렇게 하면 심판이 비디오판독을 감독에게 권유하는 사태도, 해당 판정에 수긍하지 못해 상대편 감독이 항의하는 장면도 모두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이들의 설명.

물론 당시 김민식의 번트 타구는 베테랑 구심이어도 제대로 포착하기 힘든 장면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판독 적용 대상을 대폭 확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한다. 규정에 명시된 판독 적용 대상 상황을 보다 상세히 서술하는 작업은 필요하나, 모든 상황을 비디오판독에 의존하는 행동은 적절치 못하다.

심판의 자의적 판단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분명 그들의 자의적 판단이 필요할 때가 있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스트라이크·볼 판정은 심판의 자의적 판단과 해석에 의해 결정된다. 투수의 보크 여부 역시 비디오 판독 대상이 아니다.

야구의 모든 상황이 칼 같이 아웃과 세이프 둘 중 하나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기에 비디오판독 적용 대상에서 앞선 상황들이 배제된 것이다. 비디오판독은 어디까지나 주심을 보좌하는 역할이지 주심을 대신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가 아니다. 비디오판독의 적용 대상 확대는 그나마 남아 있던 주심의 권위마저 위협하는 일이다.

KBO는 지난 14일 규칙위원회를 열어 지난 9일 광주 넥센-KIA전에서 심판 위원회가 비디오 판독 대상 범위에 대해 규칙 위원회 결정 없이 내부적으로만 합의해 시행하고, 이를 감독들에게 설명하는 과정에서 혼란을 야기한 부분에 대해 관리 책임을 물어 심판위원장에게 엄중경고 조치를 취했다.

물론 1차 책임은 당시 경기를 관장했던 심판진들에게 있지만, 사전에 심판위원회와 소통을 제대로 나누지 못했던 것과 규정을 제대로 명시하지 못했던 KBO 역시 전혀 과오가 없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심판위원회에만 책임을 물을 것이 아니라 KBO도 분명 반성을 해야 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다시는 불필요한 판정 논란이 고개 들지 않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박명환 스포츠한국 야구 칼럼니스트·해설위원/ 現 야구학교 코치, 2017 WBC JTBC 해설위원
정리=이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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