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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롤모델이요? 국내 선수 중에는 함덕주 선배요.”

두산에 1차 지명된 ‘아기 곰’ 곽빈이 지난 18일 함덕주를 본인의 롤모델로 꼽았다. 그의 언급을 들은 취재진들이 의아함을 드러냈지만 이날 경기를 마친 뒤 함덕주는 본인도 충분히 누군가의 롤모델이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두산은 1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IA와의 경기에서 2-1로 승리했다. 이로써 두산은 이틀 연속 KIA를 꺾고 시즌 63승45패2무를 기록, 선두와의 승차를 6경기로 좁혔다.

이날 승리의 중심에는 함덕주가 있었다. 함덕주는 6.1이닝 동안 96개의 공을 던지며 4피안타(1피홈런) 무4사구 4탈삼진 1실점을 기록하는 맹활약을 펼쳤다.

최고 시속 144km의 직구(58구)를 비롯해 체인지업(22구), 슬라이더(12구), 커브(4구)까지 변화구를 적절히 배합했고, 특히 3회 1사 후부터 마운드를 물러날 때까지는 단 한 명의 타자에게도 출루를 허용하지 않고 아웃카운트 12개를 내리 잡아내는 괴력을 발휘했다.

함덕주는 KIA전 호투를 통해 시즌 8승(7패)째를 품에 안았다. 6월 막판 3연패 수렁에 빠지며 아쉬움을 삼켰지만 7월부터 불펜으로 등판하면서 안정감을 다시 되찾았다. 특히 7월20일 SK전부터는 다시 선발로 복귀해 최근 6경기 5승무패 평균자책점 2.76의 놀라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활약 뿐 아니라 시즌 전체로 놓고 봐도 함덕주는 두산이 자랑하는 ‘판타스틱4’의 활약에 버금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8승은 팀 내에서 니퍼트(12승), 장원준(10승)에 이어 유희관(8승)과 동일한 수치이며, 평균자책점 3.80의 기록도 선발 중에서는 장원준(3.18), 니퍼트(3.19) 다음으로 좋은 기록이다. 한 차례 구원승 및 불펜에서의 호투 내용이 포함된 것이지만 선발 등판 기록(20경기 7승7패 평균자책점 4.22)으로 한정해도 충분히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내용이다.

물론 이닝 당 출루 허용률(1.43)이 다소 높은 편이고 8번의 퀄리티스타트도 상대적으로 부족함을 느낄 수는 있는 수치다. 하지만 경기당 5이닝을 꾸준히 책임지고 있을 뿐 아니라 피안타율(0.254), 피출루율(0.340), 피장타율(0.353) 등에서도 니퍼트, 장원준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스탯티즈에 따르면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를 나타내는 WAR에서도 2.35로 니퍼트(4.21), 장원준(3.74)의 뒤를 잇고 있다. 올시즌만 놓고 보면 최근 부진한 모습의 유희관이나 부상 이탈 기간이 길었던 보우덴보다 오히려 판타스틱4에 어울리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함덕주의 탈삼진 능력은 두산 선발진 중에서도 으뜸이다. 시즌 110탈삼진으로 전체 공동 7위에 올라있는 함덕주는 총 합계에서 니퍼트(119개)에 다소 뒤져있지만 111이닝 만에 이같은 기록에 도달했다. 9이닝 당 8.89탈삼진으로 팀 내 1위이며, 규정 이닝을 채운 투수 중 리그 전체에서도 SK 켈리(9.23) 다음으로 높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곽빈은 함덕주에 대해 “국내 선수가 매 이닝마다 탈삼진 1개씩을 잡아내는 비율이 좋으셔서 함덕주 선배를 롤모델로 생각하고 있다”며 본인 역시 이처럼 힘 있는 투구를 선보이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곽빈의 롤모델이 된 함덕주 역시 이제 만 22세에 불과하다. 성장 가능성이 여전히 무궁무진함을 뜻하며, 실제 함덕주도 선배들의 도움 속에 빠르게 기량을 꽃피우고 있다.

18일 승리 후 함덕주는 “평소 강약 조절을 하라고 조언해주는 장원준, 유희관 형 덕분에 후반기에 잘 던지고 있는 것 같다”며 10승을 욕심내기보다 매 경기 집중하며 더 많은 것들을 배워나가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어느덧 판타스틱5의 유력 후보로 떠오른 함덕주가 미래에는 두산의 미래를 책임질 특급 에이스로 성장할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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