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부터 1주일에 세 번 이동하는 ‘공포의 2연전’이 시작됐다. KBO리그 페넌트레이스는 팀당 144경기로 팀간 16차례 경기를 치른다.

팀간 16경기이므로 3연전 네차례에 2연전 두차례를 갖게 된다. 문제는 막판에 치르는 2연전이 포스트시즌 진출의 큰 변수라는 것.

2연전은 일단 9월 17일까지 편성돼 있으며 이후에는 우천 취소 등 잔여 경기 진행으로 2연전 혹은 단판 경기가 열린다.

3연전과 2연전은, 이동에 따른 피로도 차이가 크다. 특히 지방팀일수록 심하다. 수도권 팀들은 잠실-고척-수원-인천을 오가는 횟수가 지방팀보다 훨씬 많아 선수들의 이동에 따른 피로도가 적으므로 지방팀 선수보다 체력 비축이 쉽다.

체력은 곧 전력이므로 막판 승률은 수도권팀이 높아질 가능성이 많다. 물론 요즘은 선수들이 체력 관리를 잘하고, 영양보충을 잘해 체력이 승리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말할 수 없다. 하지만 막판 1,2승으로 포스트진출 여부가 가려질 경우 이동이 많은 지방팀이 불리할 수가 있다.

지난 6일 목동운동장에서 열린 제51회 대통령배 고교야구대회 결승전. 서울고와 경남고는 전력면에서는 거의 차이가 없었지만, 나는 서울고의 4~5점차 완승을 지인들에게 예언했다.

왜 그런가 하면 부산 지역의 경남고 선수들은 대회 참가후 이어지는 경기로 인해 집엘 못가고 장기 투숙을 17일간 했다. 호텔처럼 고급스런 숙소에서 지냈어도 17일간 객지 생활을 하면 지칠건데, 호텔보다 조건이 안좋은 모텔에서 먹고 자고 했으니, 컨디션이 좋을 리가 없었다.

반면 서울고 선수들은 집에서 왔다 갔다 하며 집밥을 먹고 편안한 잠자리를 취했으니 거의 정상적인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었다. 결과는 13-9로 서울고의 승리.

예전처럼 경남고, 경북고, 광주일고 등 전력이 아주 뛰어난 팀들이 있었을 때는 지방팀들 우승이 많았지만, 2000년 이후 전국적으로 전력 평준화 현상에 접어 들면서는 덕수고 등 서울팀들의 강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2연전 일정이 시작된 뒤 첫 주말 경기에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2위로 올라선 두산 선수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며 마운드로 향하고 있다.

프로야구도 롯데(부산), NC(마산), KIA(광주) 등 남쪽 지방에 근거지를 둔 팀들이 수도권 팀들에 비해 이동거리가 많아 체력적으로 손해가 많다. 남쪽 지방팀들은 수도권팀들보다 한 시즌 평균 1.5배 더 많이 움직인다.

특히 막판 2연전에서는 그 차이가 더 심하다. KBS-N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8.8~9.17의 2연전 기간 동안 롯데는 3,580km, KIA는 3,391km, NC는 3,292km를 이동하는 반면 kt는 겨우 1,849km를 움직인다. 5강을 향해 갈길이 바쁜 롯데는 수도권팀보다 거의 2배나 더 이동을 해 포스트시즌 진출의 큰 장애물이 되고 있다.

2위 자리를 놓고 두산과 혈전을 벌이는 NC 역시 긴 이동거리가 막판 걸림돌이 될 공산이 크다. NC는 2연전 초반에, 인천→마산(홈)→잠실→마산→광주→마산→고척으로 이동해 세 팀중 가장 힘들다. NC가 12,13일 잠실 두산전에서 집중력이 떨어지고 결정적인 실수를 범하는 바람에 2연패, 3위로 떨어진 것은 체력 저하와 무관하지 않다.

올해처럼 폭염이 한 달 이상 계속될 경우, 이동거리가 더 큰 변수로 자리잡게 된다. 25~26도의 시원한 고척돔에서 훈련과 경기를 거듭하는 넥센은 여름철 경기에서 타팀보다 승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롯데와의 5강 싸움에서 근본적으로 유리한 이유다.

팀별 근거지를 돌아가면서 바꿀수는 없으니, 지방팀들에게는 이동에 따른 체력 소모가 어쩌면 숙명이다.

하지만, KBO와 10개 구단이 머리를 맞대면 어느 정도 보완이 가능하다. 현재 극심한 ‘투저타고’현상으로 경기수를 줄여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경기수를 줄이는 건 구단 수익과 직결되므로 쉬운 조치는 아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걸핏하면 홈런이 나오고, 역전승이 쉬 일어나고, 어어없는 실책이 늘어나는 질적 저하 현상하에서는 일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막판 2연전으로 선수들의 피로도가 가중되는 만큼, 2연전을 없애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

경기수를 줄이고 2연전을 없애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방법은 팀간 16차전에서 15차전으로 한 경기씩 줄이는 것이다. 15차전을 치르면 3연전 다섯 차례로, 2연전을 바로 없앨 수 있다. 한 경기가 줄어들면 팀당 1억여원의 매출 손실이 생기지만, 선수들이 더 좋은 컨디션으로 경기에 임하는 걸 감안하면 충분히 감내할수 있지 않을까.

겅기수를 줄이지 않더라도 3연전 다섯차례를 우선 편성하고, 나머지 한 경기는 추후에 정하면 된다. 해마다 우천 순연으로 인한 경기가 팀당 여러 경기가 생긴다. 추가 편성시 자연스레 2~3연전이 발생하므로 단판 경기는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

지난 8일 열린 KBO 실행이사회에서는 2018시즌 경기수와 대전 방식을 올해와 같이 결정했고 지난 13일 KBO는 이를 확정했다. 실행이사회에서 경기수 줄이기는 아예 거론도 안했고, 2연전을 없애는 방안(3연전 다섯차례+한 경기)을 일부 구단이 제안했으나 다수결에 묻혔다고 한다. 매우 아쉬운 부분이다. 1년후에는 좀 더 깊이있는 경기수 조정및 방식 변경 검토를 촉구한다.

수도권팀은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고, 지방팀은 흙수저를 들고 태어날 수 밖에 없지만, 그 운명적인 차이를 제도로 보완하면 프로야구가 한단계 발전할 수 있다. 야구 칼럼니스트/前 스포츠조선 야구大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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