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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한화에게 젊은 선수들의 성장은 가장 중요한 숙제나 다름없다.

하지만 과거 류현진과 같은 ‘괴물’이 아닌 이상 혼자서 쑥쑥 자라는 모습은 좀처럼 기대하기 힘든 일이다. 선수에게 잠재된 기본적인 재능 외에도 코칭스태프의 지도, 동료들의 도움 역시 성장을 위한 필수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류현진 역시 구대성으로부터 서클체인지업을 전수받았기에 최고의 투수로 일찌감치 올라설 수 있었다.

이처럼 작은 계기 하나가 젊은 선수의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이끌어낼 수도 있지만 지난 13일 한화는 2년 차 투수 김재영을 지원하지 못한 채 오히려 위기에 몰아넣었다.

1회말부터 흔들리는 모습을 노출한 김재영은 2회부터 3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며 서서히 안정세로 접어들고 있었다. 그러나 1-1로 맞선 5회에 뼈아픈 장면들이 쏟아졌다.

선두타자 박정음의 바운드 타구를 아쉽게 잡지 못해 내야안타를 내준 김재영이 주효상으로부터 1루수 땅볼을 이끌어냈지만 이번에는 정근우가 1루 베이스 커버를 들어가지 못해 다시 한 번 허무하게 내야안타를 내주고 만 것.

또한 1사 만루에서는 서건창이 다시 한 번 1루수 땅볼에 그쳤는데 로사리오마저 공을 제대로 포구하지 못해 결국 넥센에게 리드를 내주고 말았다. 김재영은 이정후와 김하성을 삼진 처리하는 등 5회 들어 스스로의 힘으로 아웃카운트를 쌓았지만 끝내 채태인에게 3타점 2루타를 얻어맞고 그대로 무너졌다.

김재영은 지난 6월27일 시즌 2승째를 챙긴 이후 6경기 째 승리 없이 4패만을 떠안고 있다. 물론 김재영 스스로 무너진 모습도 잦았지만 동료들의 도움으로 충분히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던 상황도 있었기 때문에 여러모로 아쉬움이 크다.

공교롭게도 7월4일 고척 넥센전(2.2이닝 5실점)에서도 수비가 흔들렸다. 2회 백투백 홈런을 허용한 김재영이 이후 계속해서 안타를 얻어맞으며 고전했는데 당시에도 정근우가 허정협의 2루수 땅볼 타구 때 2루 베이스로 달려가는 모험을 하다가 야수 선택으로 김재영을 만루 위기에 내몰았다. 김재영은 이후 임병욱에게 좌익수 희생플라이, 주효상에게 적시타를 얻어맞아 4-5 역전을 허용, 조기에 역할을 마쳐야 했다.

또한 7월19일 청주 NC전에서는 3회초 상대의 이중 도루 때 포수 최재훈의 불안한 송구와 함께 3루수 송광민 역시 공을 제대로 받아내지 못해 김재영에게 부담을 안겼다. 이후 또 한 번의 이중 도루를 저지하는 과정에서도 최재훈이 3루 주자를 런다운으로 묶었지만 또다시 아쉬운 송구를 범했다. 결국 인내심이 한계에 도달한 이상군 감독 대행은 4회 시작과 함께 야수들에 대한 문책성 교체를 감행했다.

김재영은 올시즌 땅볼/플라이의 비율이 1.54로 팀 내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 중이다. 땅볼 유도가 잦은 투수에게 야수들의 안정된 수비는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다. 이같은 아쉬움이 자주 되풀이된다면 투수 입장에서는 한순간에 평정심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물론 김재영 스스로도 경기 초반 난조, 좌타자 상대 부진, 제구력 개선 및 제3의 구종 정착 등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다. 갈 길이 먼 입장에서 수비마저 도움을 주지 못한다면 자신감 결여로 성장은 더욱 늦어질 뿐이다.

지난 2015시즌 땅볼 유도 능력이 뛰어났던 외국인 투수 탈보트의 경우에도 한화와의 계약을 앞두고 불안감을 드러낸 적이 있다. 2012시즌 삼성 유니폼을 입고 뛴 당시 한화의 암울했던 수비력을 두 눈으로 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탈보트의 경우 그나마 시즌 10승을 챙겼으나 이브랜드 등 비슷한 유형의 또다른 투수들은 한화에서 수비 때문에 수많은 절망을 경험했다. 외국인 투수조차 든든한 수비가 필수적인 상황에서 이제 2년 차인 김재영에게는 그 도움이 더욱 절실하다.

김재영 뿐 아니라 그 외의 젊은 투수들에게도 해당되는 문제다. 또한 주변에서도 안정된 수비 외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 더 있다.

넥센은 13일 한화전에서 타선 폭발 및 깔끔한 수비로 최원태의 시즌 10승을 지원했다. 4점대 중후반의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인 투수도 이처럼 동료들의 힘이 제대로 더해진다면 충분히 많은 승리를 쌓을 수 있다. 또한 이같은 소중한 경험이 젊은 선수에게는 더 없이 좋은 성장의 밑거름으로 작용하게 된다. 한화 선수단이 반드시 배우고 느껴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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