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KBO 리그가 지난 6일로 3연전 체제를 마치고, 지난 8일부터 2연전 체제에 돌입했다. 각 팀들이 나머지 9개 구단과 최소 12차례는 맞붙었음을 의미하는 것. 어느새 리그가 종반으로 치닫고 있다.

왼쪽부터 NC 나성범, KIA 최형우, 두산 김재환. 스포츠코리아 제공
새 시즌 들어 가장 놀라웠던 일은 역시 KIA의 리그 선두 독주다. 리그 개막 직전 많은 이들은 절대 강자로 두산을 꼽았다. 물론 KIA의 선전을 예상하는 이는 많았다. 100억원을 들여 강타자 최형우를 FA로 영입하는 한편, 군 복무를 마친 김선빈과 안치홍의 가세와 지난해 원투 펀치인 헥터와 양현종의 잔류로 팀이 더욱 탄탄해졌다는 평가는 있었다.

하지만 이처럼 선두를 오랜 기간 독주할 것이라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KIA는 생각 이상으로 견고한 전력을 자랑했고, 절대 강자로 평가받았던 두산은 주춤했다. 그 결과 KIA는 전반기를 1위로, 두산은 5위로 마감했다.

일단 KIA는 선수 보강을 정말 착실하게 한 모습이다. 역시 4번 타자인 최형우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올시즌을 앞두고 4년 총액 100억원에 FA로 영입된 최형우는 10일 기준 102경기에 나서 타율 3할6푼4리(371타수 135안타), 24홈런, 95타점을 기록했다. 타점과 출루율(0.475) 부문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는데, 이 정도면 투자금액이 전혀 아깝지 않다.

여기에 최형우를 받쳐주는 다른 타자들의 활약도 매섭다. 리그 타율 1위 김선빈, 트레이드로 KIA에 입단하며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한 리드오프 이명기, 터줏대감 나지완, 복덩이 외국인 타자 버나디나 여기에 베테랑 야수 김주찬과 이범호까지 도무지 쉬어갈 타선이 없다.

헥터와 양현종으로 대표되는 1,2선발 역시 상당히 견고하다. 확실한 1,2선발을 가진 팀은 쉽사리 장기 연패에 빠지지 않는다. 두 선수의 올시즌 호투는 KIA의 성적이 큰 기복 없이 꾸준할 수 있었던 가장 결정적인 요인임이 분명하다.

KIA 양현종. 스포츠코리아 제공
투·타의 조화를 앞세워 10일 기준 KIA(66승1무36패)는 2위 NC(62승1무42패)를 5경기차로 앞서 있다. 사실상 페넌트레이스 우승 경쟁은 끝났다고 봐도 무방하다. 일반적으로 3경기 차를 따라잡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1~2개월이 소요된다. 현 시점에서 KIA가 기록적인 장기 연패에 빠지지 않는다면 우승은 따 놓은 당상이다.

게다가 우승을 위해 유일한 약점으로 여겨졌던 불펜 보강까지 이뤄냈다. 바로 지난달 31일 트레이드로 넥센에서 우완 파이어볼러인 김세현을 영입한 것. 실제로 그는 지난 3일 광주 kt전서 불펜 등판해 1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지난 시즌 구원왕(36세이브) 출신인 만큼, 어떻게든 제 몫을 다할 선수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준우승 팀 NC의 강세는 여전했다. 허나 아쉬운 면도 있다. ‘에이스’ 맨쉽이 무려 2개월가량 이탈하면서 자연스레 선두 경쟁에서도 힘이 빠진 모습을 보였기 때문. 물론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NC에게 닥친 진정한 문제는 선두 KIA가 아닌 3위 두산이다.

10일 기준 후반기 성적(17승1무3패) 리그 1위인 두산은 NC를 어느새 턱밑까지 쫓아왔다. 10일 현재 NC와 두산(59승2무42패)간의 경기차는 1.5경기 차. 두산이 특히 무서운 점은 여름 들어 강해지고 있다는 부분.

시즌 전 예상대로 두산이 강팀이라는 것은 분명 사실이었다. 하지만 시즌 초반 두산은 외국인 투수 보우덴의 부상과 주축 선수들의 일시적인 부진이 겹치면서 힘겨운 시간을 보내야했다. 특히 박건우, 오재원 등 주축 타자들의 초반 부진은 지난 3월 WBC에 참가했던 것이 일정부분 영향을 줬을 것이라 판단된다.

초반 부진을 딛고 여름에 성적이 급상승하고 있는 두산인데, 이는 비시즌 기간 선수들이 몸을 제대로 만들어 놓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김태형 감독이 한여름을 대비해 팀을 효과적으로 운영했다는 증거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에 강한 팀이 진정한 강팀인 만큼, 두산의 여름 상승세는 현 리그 판세를 뒤흔들 만한 큰 변수다. 페넌트레이스 우승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겠지만, 적어도 2위의 주인이 뒤바뀔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두산이 최종 2위에 오를 가능성이 NC보다 조금 더 높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윤곽이 사실상 거의 드러난 상위권 경쟁보다는 중위권 경쟁이 후반기의 보는 재미를 더할 전망이다.

10일 기준으로 리그 4위인 LG는 그동안 외국인 투수 허프와 마무리 투수 임정우의 오랜 부상으로 고전했다. 내 의견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주축 투수들의 부상에도 4위라면 나름 선전한 셈이다. 일단 허프와 임정우가 곧 복귀하는 만큼, LG는 페넌트레이스보다는 포스트시즌에서 의외의 복병으로 통할 수 있다. 특히 허프는 단기전에 특화된 에이스다. 이미 지난해에도 그 경쟁력을 보여준 바 있다.

LG 허프. 스포츠코리아 제공
그러나 경기 흐름을 한 번에 바꿔줄 수 있는 4번 타자의 부재, 팀 타선의 부족한 응집력 개선은 LG의 또 다른 숙제로 남아있다.

사실 5위 넥센은 참 아쉬움이 많이 남는 팀이다. 지난 2014년만 하더라도 한국시리즈 우승을 다투던 팀이 바로 넥센이었다. 하지만 주축 선수들이 하나 둘씩 빠져나가면서 이제는 우승권과는 거리가 있다. 특히 올시즌의 움직임은 더욱 의아하게 다가왔다.

치열하게 중위권 싸움을 펼치면서도 트레이드를 통해 핵심 전력을 내주고 미래 전력을 보강하는데 바빴던 것. 넥센은 올시즌 중반 비교적 젊은 투수들을 6명이나 데려왔는데 이 중 좌완 투수만 5명이다. 넥센은 아직까지 중위권 싸움을 펼칠 수 있는 전력이지만 당장 상위권으로 올라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넥센 고형욱 단장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2~3년 내로 왕조 체제를 구축하고자 공격적 트레이드를 단행했다고 밝혔지만, 결코 쉽지 않은 여정이 될 것이다.

호시탐탐 5위 자리를 넘보는 롯데와 SK는 호성적을 위해선 탄탄한 선발진 구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 번 일깨워 준 사례로 남을 전망.

롯데는 시즌을 앞두고 ‘국가대표 4번 타자’ 이대호를 영입했고 SK는 지난 시즌 홈런왕 최정의 단짝으로 군 전역 선수인 한동민을 앞세워 타선을 강화했다. 하지만 두 팀은 후반부로 갈 수록 마운드가 허약해 순위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롯데는 박세웅을, SK는 켈리를 확실하게 받쳐줄 선발투수를 찾지 못했던 것. 두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은 현재로선 희박하다.박명환 스포츠한국 야구 칼럼니스트·해설위원/ 現 야구학교 코치, 2017 WBC JTBC 해설위원
정리=이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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