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현 기자] SK는 후반기 크게 주춤하고 있지만 이 선수만큼은 뜨겁다. 바로 ‘노토바이’ 외야수 노수광(27)이 그 주인공.

SK는 지난 6일 수원 kt wiz파크에서 열린 kt와의 경기에서 3-6으로 패했다. 최하위 kt에게마저 위닝시리즈를 내준 SK는 5위 넥센과의 게임차를 좁히지 못한 채 6위에 머물러 있다.

SK 노수광. 스포츠코리아 제공
최근 10경기에서 3승7패에 그친 SK인데, 전반기를 3위로 마무리 한 것에 비하면 너무도 초라한 후반기(4승14패)성적이다. 단순히 후반기 성적만 놓고 보면 단연 리그 꼴찌다. 심지어 kt마저도 후반기에 5승에 성공한 바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SK의 후반기가 마냥 우울한 것은 아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나름 희망을 품을 만한 요소들도 분명 존재한다. 지난 4월 트레이드를 통해 SK에 입단해 후반기 주전 리드오프로서 맹활약을 펼쳐주고 있는 노수광은 SK의 작은 활력소 중 하나.

전반기만 하더라도 조용호는 물론 정진기, 김강민등과 치열한 주전 경쟁을 펼치면서 다소 들쭉날쭉한 출전 기회를 부여 받았던 노수광은 후반기는 물론 최근 일주일 새 자신의 입지를 크게 넓혀나가기 시작했다.

지난 1일 고척 넥센전까지만 하더라도 조용호와 번갈아가며 리드오프 자리를 맡았던 노수광은 지난 2일 고척 넥센전부터는 5경기 연속 1번 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전반기만 하더라도 수비는 준수하지만 타격에서 다소 아쉬움을 보여 리드오프로서 자리를 잡지 못했던 인상이 짙었는데, 최근에는 타격이 살아나면서 꾸준한 기회를 받고 있는 그다.

단순히 타격 기록만 살펴봐도 왜 노수광이 최근 리드오프로 중용 받는 지를 대번에 알 수 있다. 노수광은 후반기 17경기에서 타율 3할5푼3리(51타수 18안타), 1홈런, 7타점을 기록했다. 특히 후반기 타율은 같은 기간 팀원 들 가운데 2위에 해당한다. 오직 로맥(타율 0.360)만이 노수광을 능가했다.

여기에 최근 일주일, 즉 지난 1일 고척 넥센전부터 6일 수원 kt전까지의 주간 기록은 놀라울 정도. 이 기간 노수광은 타율 5할2푼2리(23타수 12안타), 3득점, 3타점을 기록했다. 그의 이 기간 타율은 리그 4위.

심지어 주간 득점권 타율 부문에서는 1위(0.714)를 차지했다. 고타율은 물론 타점까지 생산해 내니 꾸준히 기회를 주지 않을 수 없는 것.

하지만 노수광은 후반기 자신의 맹활약에 결코 비결은 없다고 강조했다. 7일 스포츠한국과의 전화 인터뷰에 응한 그는 “전반기는 트레이드로 인해 다소 어수선하게 보냈다면 이제는 제법 타석에서 여유가 생긴 것 같다. 딱히 비결이라고 할 만한 것은 없다. 다만 정경배 타격 코치님의 조언을 들으며 단점을 고쳐나갔던 것이 도움이 되고 있다”라고 답했다.

그렇다면 노수광이 꼽은 타격 시 자신의 단점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그동안 자신이 그저 공을 맞추는 데 급급했다고 설명했다. 노수광은 “투수가 던지는 공을 어떻게든 때려내고 싶어서 손목이 일찍 안쪽으로 감겨들어갔다. 제대로 타격이 될 리 만무했다. 따라서 스윙 교정도 교정이지만 마음을 비워내고 여유를 찾고자 노력했다”라고 말했다.

노수광의 약점 보완은 단순히 높은 타율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우완 투수 상대 약세마저 보완에 성공한 모습이다. 전반기만 하더라도 우완 투수 상대 타율이 2할2푼9리(109타수 25안타)에 불과했던 그는 후반기 우완 상대 타율을 3할4푼8리(23타수 8안타)까지 끌어올렸다. 아직 후반기 17경기에만 나섰기에 표본이 적어 섣부른 판단은 이르지만, 고무적인 기록임은 분명하다.

우완 상대 기록을 접한 노수광은 이번에도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내가 아직까지 특별한 비결을 설명할 만큼, 높은 위치에 있는 선수가 아니다. 물론 좌완 투수가 상대적으로 편한 것은 사실이지만 나는 좌완이든 우완이든 기록에 매몰되지 않은 채 그저 열심히 야구를 해야 하는 입장이다. 최근 타격감이 살짝 좋다고 해서 겸손함을 잃어선 안 된다. 이럴 때일수록 겸손 또 겸손해야 한다”라고 답했다.

최근 계속된 노수광의 맹활약에 힐만 감독도 흐뭇하기는 마찬가지. 그는 최근 노수광을 가리켜 ‘연습 벌레’라 묘사했다. 그만큼 열심히 훈련에 나서는 선수를 찾기 힘들다는 것. 경기 전은 물론 경기가 끝난 뒤에도 훈련하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는 것이 힐만 감독의 설명.

힐만 감독의 칭찬을 기사로 접한 노수광은 다소 부끄러워했다.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기간 ,체력적으로 여유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경기 후 특훈’이었는데 이를 두고 강훈련을 나선 것처럼 비쳐지는 것이 민망했다는 것. 그는 “요즘 같이 계속해서 선발로 나설 때는 경기 후 훈련은 꿈도 못 꾼다”라고 말하며 웃어보였다.

SK 노수광. 스포츠코리아 제공
전반적으로 유쾌하게 인터뷰에 응했던 노수광은 최근 부진한 팀 성적 이야기가 나오자 갑자기 진지해졌다. 특히 팀이 자신에게 기대하고 있던 수비력 면에서 허점을 보이고 있어 마음이 무겁다는 것.

노수광은 “외야 전 포지션을 다 뛰어봤지만, 불편한 점은 전혀 없었다. 다만 최근 수비에서 실책을 종종 범해 마음이 아프다. 어제(6일)도 그랬다. 수원 kt전에서 2-1로 앞선 3회말 오태곤의 타구를 바운드 계산 착오로 뒤로 흘려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이제는 잔실수를 줄여 팀 승리에 보탬이 되고 싶다”라고 힘줘 말했다.

연일 계속된 무더위에 7일 휴식일에 온전히 휴식을 취했던 노수광. 오랜만에 휴식을 취했던 그는 8일 인천 NC전을 시작으로 2연전 체제에 돌입하는 리그 일정 속에서 반드시 반등을 이뤄내겠다는 각오다.

“타석에서 여유를 찾고자 노력했던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져 다행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안주할 순 없죠. 8일부터 2연전 체제에 돌입하는 것은 물론 연일 무더위가 계속되며 체력적으로 힘든 8월이 되겠지만 상대 투수들도 그만큼 지치는 계절이 바로 8월이에요. 가을야구를 위해 전력을 다해 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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