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모 신문에서 프로야구 40대 감독 네명(기아 김기태, 삼성 김한수, 넥센 장정석, 롯데 조원우)에게 감독 역할중 가장 어려운 게 무엇이냐는 질문을 던져 기사를 게재한 적이 있다.

답은 전력 변화에 따른 대처와 투수교체였다. 노련한 코치들보다 나이가 적은 젊은 감독들이 이 두가지를 힘들어 하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왜? 그야말로 경험이 적으니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는 탓이다.

하지만, 매일 매일 전쟁을 치르는 야구판에서 일부 구단이 지도자 자격중 젊음과 패기만을 중시한다는 건 문제가 있다. 위의 두가지를 제대로 수행못하는 건 감독으로서 준비가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두가지 문제는 어느 누구든 초등학교 선수 때부터 수없이 부딪쳐 왔으므로 프로선수와 지도자를 꿈꿔 왔다면 철저히 고민하고 대비하고 있어야 했다.

40대 감독들은 갑작스런 부상으로 인한 전력 대처에 당황하기 일쑤라고 한다. 이건 어찌 보면 직무유기라고 할 수 있다. 주어진 1군 선수들만 데리고 한 시즌을 운영한다고 생각했다면 참으로 근시안적인 사고다.

감독 취임과 동시에 1군 현황은 물론 예비 전력(퓨처스 유망주 포함) 육성에 골몰해야 한다. SK 염경엽 단장이 넥센 감독 시절, 자유계약선수(FA) 이적 예상은 물론 구단에서 트레이드시킬 전력까지 미리 대비해 유망주를 키운 사실을 젊은 감독들은 유념할 필요가 있다(이 덕분에 올시즌 중하위권으로 예상됐던 넥센은 4~5위권으로 잘 나가고 있다).

투수교체는 승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결정 사항이다. 감독들이 애를 먹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투수 교체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건 더 이해가 안간다. 45세 감독이라 하더라도 30년 넘게 선수-코치 생활을 하는 동안 수많은 투수 교체 장면을 보며 나름대로 철학과 원칙을 세웠을 것인데....

최근 6차례 등판에서 승리 추가 찬스를 놓쳐 지독한 아홉수(9승)에 빠진 ‘차세대 에이스’ 롯데 박세웅의 등판을 대표적으로 살펴보자.

박세웅은 지난 7월 13일 전반기 마지막날 한화전에서 6회까지 2실점으로 잘 막고 타자들은 4득점으로 지원을 했다. 박세웅이 2실점으로 버텼지만 제구력은 떨어져 다소 불안해 보였다.

조원우 감독으로서는 구원진이 믿음직하지 못했으나 다음날부터 올스타 브레이크로 사흘을 쉬므로 박세웅을 4-2로 앞선 6회 종료후 교체해 투수진을 풀가동할 시점이었다.

거기에다 투수교체 원칙 넘버1이 “빠를수록 좋다”가 아닌가. 하지만 조감독은 7회에도 박세웅을 내보내 무사 1,2루의 위기를 자초했다. 이때 박세웅을 바꿀 타이밍이 한번 더 있었지만, 조감독은 교체 지시를 내리지 않았고, 급기야 대타 송광민에게 3타점 2루타를 맞아 팀과 박세웅의 승리가 동시에 날아가 버렸다.

이걸 결과론이라고 치부하면 할말이 없어지지만, 웬만한 야구팬이라도 감지할 교체 타이밍이었다.

선발투수 교체시, 투구수에 너무 집착하는 것도 현명하지 못하다. 인체과학적으로 투구수가 100개를 넘으면 실핏줄이 터지기 시작해 메이저리그에서는 100구를 한계점으로 보고 있다.

이를 본따 KBO리그에서도 몇 년전부터 감독들이 투구수를 면밀히 체크해오고 있는데, 이를 금과옥조로 여기기에는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 선동열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의 주장처럼 투구수보다 구위를 우선시하는게 맞지 않을까?

80구라도 컨트롤이 없거나 위력이 떨어지면 교체하는 게 정답이다. 물론 구원진이 약한 팀으로서는 교체 시기를 늦출 수밖에 없겠지만.

이외에도 40대 감독들의 투수교체 실패 사례는 자주 볼수 있다. 젊은 감독의 패기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이다. 코치 시절, ‘사령탑 준비’를 하지 않았다면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투수 코치는 마운드 운용에 전념하고 타격 코치는 타력 향상에 매진하다 갑자기 감독으로 승격되니 사령탑으로서 사전 준비가 소홀할 수밖에 없다.. KBO 리그가 한단계 더 발전하려면, 각 구단에서 감독감이 될만한 코치들을 퓨처스 감독 경력을 쌓게 하는 등 준비 기간과 직무을 적절히 줘야 한다.

물론 그 이전에 각 구단 코치들이 열심히 연구하며 경쟁을 해 감독 후보가 넘치게 해야 되지만. 좀 안타까운 현실은 대부분 코치들이 힘든 감독직을 마다하고 수명이 다소 긴 코치직에 연연한다는 것이다.

이는 최근 몇 년간 각팀 감독 계약시 내부 승진이 거의 없는 것이 잘 말해준다. 팀 코치중 적격한 감독감이 없으니 외부에서 영입을 하고, 새 감독은 새 팀의 전력을 파악하는데 시간이 걸려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야구 칼럼니스트/前 스포츠조선 야구大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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