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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의 김경문(59) 감독이 최근 덕아웃에서 모습을 감췄다. 뜻하지 않은 건강 문제 때문이다.

지난달 28일 수원 kt전을 앞두고 김경문 감독은 어지럼증과 구토 증세로 인해 급히 분당 서울대병원을 찾았다. 경기 개시 직전에 벌어진 일이라, 당시 경기는 김평호 수석코치가 임시로 지휘봉을 잡았다.

  • NC 김경문 감독. 스포츠코리아 제공
큰 일이 아닐 줄 알았던 김경문 감독의 병원행은 끝내 입원으로 이어졌다. 김경문 감독은 같은 날 저녁 입원을 결정했고, 이틀간의 정밀 검진 결과 지난달 31일 김 감독의 뇌하수체에서 직경 2cm 가량의 작은 선종이 발견됐다.

다행히 외과적 시술이 필요한 상황은 아니었지만, 전해질 수치의 현저한 저하가 최근 구토와 어지럼증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따라서 그는 3일 간 입원 치료를 받았다. 예상보다 빠르게 증상이 회복된 그는 지난 3일 퇴원을 결정했다.

여전히 휴식을 취해야 하고, 추가 치료가 필요한 탓에 4주 뒤 병원을 다시 찾아야 하지만 이정도면 걱정했던 것에 비해 다행스러운 결말이다.

내가 아는 김경문 감독은 몸이 많이 좋지 않아도 좀처럼 아픈 기색을 드러내지 않는 성격을 지닌 사람이다. 그는 “승부의 세계는 냉혹한 법이다”는 말을 곧잘하며 선수들에게도 약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해왔다. 조금 아프더라도 선수들이 이를 참고 이겨내는 모습을 선호하는 인물이다.

그러한 ‘상남자’ 기질과 야구에만 몰두하는 평소 성격 탓에 김 감독이 자신의 건강을 돌보는 데는 다소 소홀했던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게다가 김 감독을 제외한 가족들 모두가 미국에 나가있는 탓에 홀로 지내는 시간이 많아 더욱 건강을 챙기지 못했을 것이라 추측된다.

많은 야구팬들이 알다시피 김경문 감독은 KBO리그를 대표하는 명장 중 한 명이다. 건강함을 유지해 오래도록 KBO리그에 머물러야 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

김경문 감독은 섬세한 면도 장점이라면 장점이지만, 감독으로서의 일종의 촉이 뛰어난 감독이다. 카리스마형 리더십인데, 최근 가장 돋보였던 것은 원종현의 사례였다. 지난 2015년 김 감독은 대장암 판정을 받았던 원종현을 통해 팀을 하나로 모았고, 끝내는 리그 2위로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했다.

1.5군 선수들에게 기회를 많이 주면서 자연스러운 내부 경쟁을 유도하는 데도 탁월한 능력을 지녔다. NC가 신생팀임에도 거의 매시즌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것은 김 감독의 지도 능력이 빛을 발했기에 가능했다.

  • 지난 2005년 8월 두산의 에이스로 활약하던 박명환 코치(오른쪽)와 김경문 당시 두산 감독. 스포츠코리아 제공
내가 현역으로 뛰었던 두산 시절에는 NC 시절에 비해 훨씬 강성인 감독이었다. 하지만 이 때도 온화한 면은 가지고 있었다. 연습생들에게도 야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자 노력했다.

물론 이제와 돌이켜보면 김 감독의 성향이 안타까운 상황을 초래한 면도 있다. 자신이 뱉은 발언은 어떻게든 지키려고 하는 고집스러운 강직함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지난 2005년 김경문 감독은 감독으로서 맞이하는 첫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재미있는 야구를 위해 번트를 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당시 삼성과의 한국시리즈에서 번트만 한 번 대면 경기를 가져 올 수 있는 상황이 많았음에도 김경문 감독은 자신과의 약속을 끝까지 지켜냈다. 정말 한 차례도 번트를 시도하지 않은 것. 그렇게 두산은 4전 전패로 준우승에 그쳤다.

NC 부임 이후 김경문 감독은 두산 시절과는 조금 달라졌다. 카리스마형 지도자임은 분명하지만 고참들을 적극적으로 챙기며 선수들과 소통하는 감독으로 변모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경직된 분위기가 형성돼 있는 구단이 NC라는 점이다. 어떻게 보면 군대를 연상케 하는 분위기다. 감독이 굳이 나서지 않아도 코치와 고참 선수들의 말 한 마디로도 팀의 분위기가 잡혀간다.

다만 이러한 경직된 분위기가 초래하는 단점도 있기 마련. 특히 큰 경기, 즉 포스트시즌에서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포스트시즌일수록 즐기면서 경기에 임해야 하고, 선수들의 자율적인 판단을 훨씬 더 존중해줘야 한다. 하지만 어딘가 경직된 분위기 속에서는 좋은 성적을 내기가 쉽지 않다. 감독이 무언가에 쫓기는 모습을 노출하면 선수들도 쫓기는 기분이 들기 마련.

감히 제자로서 말씀드리지만, 적어도 포스트시즌 기간에는 선수단 내 분위기를 더욱 편하게 만들어 준다면 김 감독이 그토록 원하는 한국시리즈 우승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NC는 김 감독이 자리를 비운 지난 28일부터 지난 3일까지 4승2패를 기록했다. 감독의 부재에도 NC는 여전히 리그 2위 자리를 굳건하게 유지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사령탑이 공석인 최악의 상황임에도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은 좋은 코치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둔 덕분이다. 이 역시 김 감독의 복이자 능력이다.

오히려 김 감독의 최근 부재가 올시즌 한국시리즈 우승을 염원하는 NC에게 좋은 자극제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당분간은 본인이 없이도 순항을 이어갈 것만 같은 NC다. 김경문 감독이 잠시 야구는 머릿속에서 잊고 치료에만 전념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항상 팬들을 먼저 생각하는 김 감독이 아니던가. 팬들 역시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가 완쾌된 모습으로 현장에 나타나는 것을 원하고 있다.

박명환 스포츠한국 야구 칼럼니스트·해설위원/ 現 야구학교 코치, 2017 WBC JTBC 해설위원
정리=이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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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7/08/06 05:55:11   수정시간 : 2017/08/06 16: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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