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현 기자] SK의 불펜이 다시 한 번 무너졌다. 특히 불펜난 속에서도 그나마 제 몫을 다한다고 평가받았던 신재웅마저 흔들렸다. 문제는 이를 풀어나갈 해법조차 딱히 보이지 않는다.

SK는 2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넥센과의 경기에서 4-5 역전패를 당했다. 이로써 SK는 3연패의 늪에 빠졌다.

SK 신재웅.SK 와이번스 제공
물론 1회 4득점 이후 경기 내내 3차례나 병살타를 기록했던 타선의 침묵도 문제였지만 SK의 가장 큰 패인은 역시 리드를 지켜내지 못한 헐거운 불펜이었다.

사실 SK의 헐거운 불펜은 어제 오늘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후반기 들어 SK 불펜의 평균자책점은 6.90. 이는 리그 9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범위를 7월로 달리하면 SK 불펜진의 평균자책점은 8.58까지 치솟는다. 이는 리그 9위가 아닌 10위. 하지만 이날 경기가 더욱 큰 충격으로 다가왔던 것은 최근 믿을맨으로 거듭났던 좌완 불펜 투수 신재웅이 패배의 원흉으로 전락했다는 점이다.

지난달 9일 올시즌 들어 2번째로 1군 엔트리에 등록 된 신재웅은 등록 당일인 사직 롯데전을 시작으로 7경기(7.2이닝)에서 2실점에 그쳤다. 특히 2일 경기 이전 최근 4경기 성적은 기대를 모으기 충분했다. 4이닝 연속 무실점에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지난달 29일 인천 롯데전에서는 데뷔 첫 세이브를 기록하기도 했다.

신재웅 역시 지난달 29일 “2군에 다녀온 이후, 자신감 있게 공을 던질 수 있게 됐다”라고 말했을 정도. 힐만 감독 역시 지난 1일 신재웅의 구위에 만족스러움을 드러냈다. 그는 “7,8,9회 접전 상황에 등판시켜도 될 정도로 기량이 많이 좋아졌다. 불펜진은 물론 경기 상황에 맞춰 그의 등판 시점을 정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신재웅은 4-3으로 앞선 8회말 시작과 동시에 마운드에 올랐다. 그러나 결과는 최악이었다. 0.2이닝 2피안타 1탈삼진 2실점이 그가 2일 경기에서 남긴 성적이었다. SK의 집단 마무리 체제의 일원까지도 여겨졌던 신재웅은 그렇게 패전 투수가 됐다.

믿는 도끼에 발등을 제대로 찍힌 SK. 그러나 진정한 문제는 당장 묘수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김주한은 이날 경기에서 1이닝 동안 피안타 없이 1볼넷 1탈삼진을 기록하며 시즌 9번째 홀드를 챙겼다. 그럼에도 김주한에게 매 경기 마무리는 물론 셋업맨을 오가길 바라는 것은 무리다. 게다가 김주한 역시 아직까지 확실히 믿고 맡길 수 있는 원숙함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시즌 초 필승 마무리로 점찍었던 서진용과 박희수의 동시 난조, 여기에 중간 다리 역할을 해줘야 할 문광은과 전유수의 더딘 성장세가 초래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SK다.

SK 박정배. 스포츠코리아 제공
1일 0-3 영봉패로 끝난 고척 넥센전에서 1이닝을 퍼펙트로 막아낸 우완 투수 정영일의 등장이 그나마 위안이지만 그는 이제 막 팔꿈치 부상에서 복귀한 선수. 게다가 지난 시즌에 프로에 데뷔한 그는 아직 1군 무대 풀타임 필승조로도 활약한 경험이 없다. 당장 중책을 맡기에는 그 보직이 주는 무게가 너무나 무겁다.

힐만 감독 역시 2일 “부담이 없는 상황에서 한 차례 더 기량을 점검해보고 싶다. 계속해서 잘 한다면 중책을 맡길 가능성이 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단순히 몇 경기에서 보여준 가능성만 믿고 필승조 경험이 일천한 선수에게 중책을 맡겼다가 큰 화를 자초했던 서진용의 사례를 다시 밟고 싶지 않을 것이다.

얇은 희망의 빛 한 줄기만 간신히 보일 뿐 구심점 없이 끊임없이 흔들리고 있는 SK 불펜진. 최악의 불펜난 속에서도 최적의 조합을 찾아보려는 힐만 감독의 머릿속은 매일 같이 복잡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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