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 광주=김성태 기자] KIA 이범호(36)는 장점과 단점이 확실히 구분 되는 선수다. 익히 알려진대로 종아리, 햄스트링 부위가 좋지 못하다. 올해도 두 번이나 1군과 2군을 오고갔다.

잘 뛰지 못한다. 안타를 치고 나가면 벤치에서 대주자를 기용하는 경우가 많다. 무사 2루에서 1사 3루를 만들기 위해 번트를 시도하려 해도 2루 주자가 이범호라면 생각이 달라진다.

주루 플레이가 되지 못하니 득점권에서 안타가 나와도 홈으로 들어오지 못하는 일도 있다. 1점이 중요한 상황에서 이범호의 주루 플레이는 결정적인 순간, 팀의 발목을 잡을 위험성이 있다.

어쨌든 야구라는 스포츠는 사람이 홈플레이트를 밟아야 득점을 하는 경기다. 흔히 말하는 '종종걸음'으로 달릴 수 밖에 없는 선수를 기용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범호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단점을 확실하게 덮을 수 있는 여러 장점을 가지고 있다.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바로 타격과 기대치다.

우선 타격에 있어서 이범호의 재능은 가히 놀라운 수준이다. 일단 방망이를 돌리는 손목의 힘 자체가 좋다. 어떤 공이 와도 기술적인 타격이 가능하다. 하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공을 쳐낸 이후의 팔로우 스루는 완벽에 가깝다는 평가를 듣는다. 박흥식 코치는 "이범호의 타격은 임팩트 순간, 공을 쳐내는 팔로우 스루가 아주 이상적인 폼에 속한다"라고 말한다.

이어 "특히 하체의 회전이 상당히 좋다. 타구에 힘을 싣기 위해 돌리는 회전이 깔끔하게 스윙에 스며들어가니, 타구의 질이 상당히 좋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이미 KBO리그에서 오랜 기간 경험을 쌓은 이범호다. 기술과 경험, 모두를 갖추고 있으며 어떤 투수가 와도 홈런을 쳐낼 수 있는 힘까지 있다. 기록만 살펴봐도 충분히 공감이 간다.

스포츠코리아 제공
지난 2000년 한화 입단을 시작으로 2010년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 시절을 제외하면 올해까지 KBO리그에서 17시즌째를 소화 중이다. 그 중에 두 자릿수 홈런을 쳐낸 것이 14번이나 된다.

20홈런 이상도 8번이다. 올해도 27일 기준, 13홈런째를 기록 중인데 지금의 타격 페이스가 이어진다면 20홈런 이상의 시즌이 9번이 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3할 타율을 매번 넘지는 못해도 2할 후반대 타율에서 결정적인 순간에 홈런을 쳐내는 능력을 갖고 있으니 감독 입장에서는 기용하지 않을 수 없다. 홈런 뿐 아니라 타점 생산 능력도 탁월하다.'

17번의 시즌 가운데 70타점 이상을 기록한 것이 무려 10번이다. 올해는 부상으로 인해 주줌했음에도 66경기에 나와 49타점째를 생산 중이다.

게다가 올해는 팀 타선이 더욱 강해지면서 중심타선이 아닌 7번 타순에서 활약, KIA 타선의 화룡점정을 찍고 있다. 이범호의 7번 배치로 인해 KIA 타순은 피할 곳이 없어졌다.

중심타선 4번 최형우-5번 안치홍- 6번 나지완에 이어 이범호가 버티고 있고 하위타선에서 결정력 좋은 김민식과 리그 타율 1위 김선빈이 있다. 이어 이명기-김주찬-버나디나로 연결이 되니 무적에 가깝다.

하지만 타격 뿐 아니라 이범호가 가지고 있는 존재감은 그의 기용이 전혀 문제가 없음을 증명하고 있다. 베테랑에 대한 기대치, 그리고 팀을 이해하고 동료를 끌고 가는 리더십은 일찌감치 인정을 받았다.

KIA 관계자 역시 "이범호는 상당히 스마트한 선수다. 후배 선수를 대하는 태도나 프로선수로서 자신이 해야할 것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알고 있다"고 말한다.

지난 3년간 타이거즈 주장을 괜히 한 것이 아니다. 감독이나 코칭스태프 역시 이범호의 기용을 놓고 득과 실을 따져가며 얼마나 많이 고민을 했을까? 하지만 결론은 이미 정해져있다.

주루까지 좋다면 그야말로 완벽한 선수가 되겠지만, 이범호는 이러한 불리함을 덮고도 남을 다른 장점을 훨씬 많이 가지고 있다. 타이거즈에서 그만큼의 '기대치'를 갖고 있는 선수가 바로 이범호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