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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광주=김성태 기자] 말 한마디 한마디가 참 재밌다. 어설픈 유머가 담긴 그저 우스운 이야기가 아니라, 재치있는 답변으로 주변을 웃게 만든다.

하지만 그 속에는 단단한 멘탈이 숨겨있다. 그가 전반기에 7승을 따낸 이유가 여기에 숨어있다. 그는 스트라이크를 잘 던지는 비결에 대해 "그냥 치라고 생각하고 던져요"라고 말하는 선수다.

연달아 안타, 홈러을 맞으면 실점으로 이어진다. 자연스레 자신감을 떨어지고 자신의 입지는 좁아지고 1군에서 조용히 모습을 감추게 된다. 만약 KIA가 아닌 다른 팀이었다면 그럴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김기태 감독을 비롯, 이대진 코치와 다른 코칭스태프는 임기영의 성장과 완성을 믿어줬다. 왕관의 무게를 견뎌내야 에이스가 된다. 임기영은 배짱 있는 투구로 이에 보답하고 활약했다.

그렇게 7승을 따내며 평균자책점도 1점대를 유지하니 팀 선발진에 없어서는 안될 선수가 됐고, 이제는 핵심으로 자리잡게 됐다. 2017년 전반기는 그에게 꽃길이나 다름 없었다.

이제 후반기가 됐다. 그런데 후반기에 나선 두 경기에서 모두 성적이 좋지 못했다. 지난 19일 고척 넥센전에 선발로 나와 5.2이닝 8피안타 3실점 역투를 펼쳤지만 시즌 3패째를 당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지난 25일 광주 SK전에서 4이닝동안 9피안타 6실점을 허용하며 조기에 내려갔다. 팀은 이겼지만 임기영에게는 꽤나 씁쓸한 경기였다.

특히 2회, 팀 타선이 6점을 따내며 6-0을 만들었는데 3회초에 곧바로 만루 위기를 자초했고 상대 3번 최정에게 시즌 35호 겸 만루포를 내주면서 그대로 6-4 추격을 허용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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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2점을 더 내주면서 6-6, 승부를 유리하게 이끌어가지 못하고 아쉽게 5회에 내려왔다. 후반기 들어 2경기 연속 시무룩한 결과를 만들어냈다. 웬지 패턴이 후반기 들어 읽힌 느낌도 든다.

임기영도 괜히 신경 쓰이는 눈치 아니었을까? 그런데 웃는다. 물론 실없이 웃는 게 아니다. 그는 최정에게 홈런을 허용한 것에 대해 "원래 다 맞으면서 크는 법이에요"라고 말한다.

이어 "볼은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았는데, 힘이 좀 빠지는 경향은 확실히 있었어요. 마운드에 서서 스스로 '내가 정말 선발이 맞나' 이런 생각까지 했다니깐요"라고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결과만 보면 아쉬울 수 있지만, 임기영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지나간 일은 지나간대로 생각하고 다가올 경기에 다시 집중하겠다는 단호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잊기는 어렵다. 특유의 징크스가 이번에도 다시 나왔다. 종전에도 임기영은 좋지 않은 경기를 하고 내려왔을 때, 그 날 착용했던 모자를 버린 적이 있다.

유니폼도 여러 벌을 입지 않고 굳이 한 벌만 골라서 입는다. 나름 스스로가 지키는 루틴 중 하나다. 좋지 않은 기억을 훌훌 털어버리고 앞으로 치러야 할 경기에만 집중하겠다는 그 만의 독특한 의식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신발이나 양말, 속옷, 유니폼까지 정말 다 버리고 싶을 정도에요. 사실 글러브도 버리고 싶은데, 협찬을 받은 것이니 어쩔 수 없네요"라고 웃으며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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