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뚜렷한 컬러를 찾아보기 어렵다. 갈팡질팡 행보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는 한화다.

한화는 25일 현재 36승54패1무로 전체 9위까지 추락했다. 6연패를 포함해 최근 10경기 1승9패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사실상 가을 야구는 물 건너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화가 남은 경기에서 5할 승률을 넘기 위해서는 53경기에서 36승17패(승률 0.679)의 성적을 남겨야한다.

현재까지 챙긴 승수를 향후 똑같이 쌓는 동안 패배는 3분의 1 이하로 줄여야 하며, 올시즌 전체 1위에 올라있는 KIA의 현재보다 더 높은 승률을 기록해야만 5할 승률이 가능하다. 심지어 7위 롯데가 5할 승률을 기록 중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그 이상의 성적을 남겼을 때 가을 야구를 노려볼 수 있을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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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화 입장에서는 7월이 채 끝나지 않은 시점에서 가을 야구를 포기한다는 말을 입 밖에 차마 꺼낼 수가 없다. 올해마저 포스트시즌 티켓을 놓친다면 어느덧 10년째 암흑기에 빠지게 된다.

무엇보다 한화는 김성근 전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은 이후 이상군 감독 대행 체제를 꾸리면서 ‘진돗개 정신’을 전면에 내세웠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상대를 물고 늘어지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표현이다.

그러나 한화는 이후 딜레마에 빠진 모습이다. ‘진돗개 정신’ 외에도 ‘건강 야구’를 함께 선언했는데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절대 아니다.

예를 들어 지난 21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하주석은 햄스트링 부상으로 약 3주 간의 재활 진단을 받았다. 이상군 대행은 하주석이 부상을 당한 상황에 대해 “본인 말로는 19일 NC전에서 수비를 하던 중 통증을 느낀 것 같다. 썩 좋지 않은 상황에서 마지막 타석 때 전력질주를 했고, 그 과정에서 몸상태가 더욱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당시 한화는 6회초까지 NC에 3-9로 크게 뒤져 있었다. 그러나 6회말 김원석의 솔로 홈런, 7회말 로사리오의 투런포로 3점 차까지 따라붙었고, 이후 타석에 들어선 하주석이 유격수 땅볼 이후 1루까지 내달리던 중 허벅지 통증이 더욱 심해졌다. 팀이 추격하는 흐름에서 포기하지 않는 정신력을 보이기 위해 통증을 참다가 더 큰 화를 불러온 경우다.

‘진돗개 정신’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선수들의 근성이 필요할 뿐 아니라 코칭스태프도 총력전을 감행해야 하는 상황이 늘어나기 마련이다. 그 과정에서 부상자가 발생하거나 불펜진의 혹사 등이 벌어진다면 정작 ‘건강 야구’와는 동떨어진 길을 걸을 수 있다.

반대로 ‘건강 야구’에 집중하다보면 ‘진돗개 정신’을 보여주기가 쉽지 않다. 이상군 대행은 필승조를 승리할 수 있는 경기에 집중적으로 투입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실제 이를 실천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선발진의 붕괴로 일찌감치 큰 리드를 상대에게 내주면서 필승조들이 나서지도 못한 채 너무 오랜 휴식을 취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타선 역시 선수 보호 차원의 교체를 지나치게 자주 감행할 경우 제 전력을 내기가 어렵다.

결국 사력을 다하면 부상자 발생 위험도가 높아지고, 선수를 보호 하려는 움직임을 가져가면 끝까지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선택과 집중 대신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는 과욕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는 허무한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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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 ‘진돗개 정신’과 ‘건강 야구’ 사이의 딜레마 외에도 한화는 김성근 전 감독이 떠난 이후 뚜렷한 변화를 보여줘야 한다는 조바심에 사로잡힌 모습이기도 하다. 베테랑들을 대거 방출시키고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며 리빌딩의 초석을 다지는 듯 하지만 이미 지난 몇 년 동안 대대적인 투자를 감행했던 만큼 현재의 자원으로 성적도 내야한다는 생각을 완전히 떨치지 못했다.

결국 선택한 방향이 점진적인 리빌딩이지만 성적에서도 선수 발굴에서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승률과 함께 선수단의 자신감만 점점 떨어지고 있는 상황.

물론 시즌 도중에 김성근 전 감독이 갑작스럽게 물러나는 일이 벌어졌기 때문에 이를 단기간에 수습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음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모습은 한화가 도대체 어떤 야구를 보여주고자 하는지 그 색깔조차 읽어내기 쉽지 않다.

‘건강한 진돗개 정신’으로 ‘성적과 리빌딩’을 지금 당장 모두 노린다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다. 어차피 다양한 팬들의 바람을 모두 만족시킬 수는 없다. 한 가지 목표부터 뚜렷하게 설정하고, 팀 재건에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만큼 인내심과 뚝심을 가지고 장기적 차원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미 10년에 가까운 덧없는 시간이 허무하게 흘렀다. 더 이상 원점으로 돌아가는 일이 반복돼서는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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