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대통령은 최근 100대 국정과제의 으뜸으로 적폐 청산을 선언했다. 적폐란 국가나 사회, 또 조직 곳곳에 스며있어 발전이나 성장의 큰 걸림돌이다.

그렇지만 기존의 사람들은 거의 느끼지 못하므로 대통령이나 기관의 장(長)이 바뀌면 새로운 조치를 취하게 된다. 프로야구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올해부터는 없어졌지만 지난해까지는 메리트(승리수당)가 가장 큰 적폐였다. 메리트에는 팀 연승이 있고 개인별 성적(투수 승리, 안타, 타점, 홈런 등)이 있어 선수들을 분발시키는 효과가 컸지만 구단간의 격차가 큰 게 문제였다. 예를 들어, 부자 팀은 3연승에 300만원을 지급한다면 그렇지 않은 팀은 100만~200만원을 선수단에 줬다.

“어느 팀은 얼마를 줬다~”는 볼멘 소리가 팀워크를 해쳤다. 프로 정신에도 위배되는 심각한 상황이지만, 성적이 곧 구단 사장의 연임 여부와 직결되므로 쉽게 없어지지 않았다. 모 팀은 전력도 좋은데다 메리트를 가장 많이 지급해 한국시리즈 4연속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적폐청산'이라는 시대정신에 맞춰 야구계의 구태 청산도 시급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당시 어떤 팀은 페넌트레이스에서만 1억원이 넘는 거금을 1군 선수에게 지급했고 한국시리즈 우승 배당금까지 합치면 주전 1인당 수억원을 챙겼다고 한다. 큰 공돈이 생겼으니 해외 원정도박이 가능했다는 소문도 있었다.

구단 직원들에 대한 성과급도 엄청나 직원들은 한국시리즈 우승시 1인당 3000만원 안팎의 성과급을 지급받았다. 4년간 1억원이 넘기도 했으니 대부분 외제차를 구입하기도 해 타 구단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샀다.

메리트 폐지는 오래전부터 거론됐지만 유야무야하다, 10구단 kt의 창단후 급물살을 탔고, 올해부터는 완전히 폐지됐다(위반시 구단에 10억원 제재금 부과).

메리트가 없어진 만큼, 가장 큰 적폐는 사인 훔치기가 됐다. 상대팀의 주루코치나 포수의 사인을 훔쳐 타자나 주자에게 전달하는 사인 훔치기는 프로 출범 때부터 있어 왔는데, 최근 어느 경기에서 구단간의 시비거리가 돼 여전히 존속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인 훔치기는 너무나 비신사적인 행위이므로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 진상을 파악해 시정 조치를 바란다. 메리트처럼, 사인 훔치기 위반시 1억원 정도의 제재금을 부과하면 없어지지 않을까.

다음으로는 가을 마무리훈련이다. 1군 유망주나 2군(퓨처스) 선수들에게는 휴식이 있을 수 없다. 하지만 1군 주전들에게는 백해무익한 훈련이다.

가장 극단적인 예가 한화다. 김성근 감독은 2014년 11월 취임후 3년간 해마다 시즌이 끝나면 1군 선수들을 일본으로 데려가 지옥훈련을 시켰다.

7개월간의 격한 장기레이스로 온몸이 만신창이가 된 1군 주전 선수들은 충분한 휴식을 가져야 함에도 성적이 나쁘다는 이유로 강도 높은 훈련을 계속했다.

이런 후유증으로 한화는 올해 1군 주전및 유망주 16명이 이런 저런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해, 중위권 도약의 걸림돌이 됐다. 급기야 지난 21~23일 잠실 두산전에서 스윕을 당해 9위로 추락하는 아픔도 당하고 있다.

메이저리그처럼, 페넌트레이스 마지막 경기가 끝나고 혹은 포스트시즌 최종 경기후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라커룸에서 ‘굿바이 악수’를 나눈 후 새해 2월에 만나는 것이 전력 상승에 가장 큰 효과를 볼수 있다.

1960년대 실업야구 시절부터 이어져 오고 있는 가을 마무리 훈련은 일본 프로야구식의 매우 비효율적인 시스템인데도 과감히 포기하는 간 큰(?) 감독이 아직 없다.

이밖에도 터무니없이 늘어나는 FA(자유계약선수) 계약금 및 연봉, 늑장 플레이로 인한 경기 시간 증가 등 청산해야 할 적폐는 곳곳에 숨어 있다. 문제는 기존 KBO 수뇌부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 그러니 개혁이나 개선 의지가 있을 수 없다.

최순실의 국정 농단을 청와대 내부의 비서실장이나 수석들이 차마 제재를 하지 못한 것과 마찬가지다. 알아도 묵인내지 방조해 국가 체면이 흔들릴 정도의 화를 불렀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프로야구도 마찬가지다. 기존 각 구단 사장들은 이미 관습에 젖어 있어 과감한 대책이나 조치를 취할 수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취임 한달이 돼가는 두산의 전풍 사장(63) 눈에는 불합리한 요소들이 금방 발견될 수가 있다. 그는 광고, 유통, 제조업 등 다양한 직종의 CEO 출신이어서 그간의 경륜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도를 취할 수 있는 적임자다. 구단 사장중 최연장자이고, 한국시리즈 2연패 구단의 책임자여서 사장단 회의에서 힘도 실린다.

다만, 구단 경영 기간이 일천해 KBO나 타 구단 사장들의 협조나 지원을 받을 수 없는 게 문제다. ‘새 술은 새 부대에’. 야구 명문 경남고 출신인 전 풍 사장이 프로야구계에 어떤 새바람을 일으킬지 다가올 겨울 시즌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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