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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현대는 강한 팀이었다. 해태에 이어 왕조라는 단어가 붙었던 팀이었다. 지금이야 추억 속으로 사라졌지만, 검정색 유니폼에 방망이를 든 유니콘 엠블럼은 지금 봐도 신선했다.

그 현대의 전성기를 함께 했던 투수가 현 한화 코치로 있는 정민태(47)다. 잘 던졌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깨지지 않는 두 가지 기록을 보유 중이다.

현대를 거쳐 일본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2년간 뛰었던 그는 2003년에 다시 유니콘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었다. 그리고 그 해, 개막 이후 선발 최다 연승인 14연승을 달성했다.

그리고 리그 역대 선발 투수 최다인 21연승까지 달성했다. 아직도 이 두 기록은 깨지지 않고 있다. 지난 1982년 OB 박철순이 22연승을 달성한 적이 있지만, 구원승이 포함된 연승이었다.

하지만 올해, 두 기록을 조용히 저격하고 있는 선수가 있다. 바로 KIA 외인 선발 헥터다. 이미 헥터는 역대 타이거즈 선발 투수 중 최고의 한 명으로 뽑히고 있다.

레전드가 즐비한 타이거즈 역사에서 기존 선발 최다 연승 기록 보유자는 선동열 전 감독이었다. 그리고 헥터는 지난 4일 인천 SK전에서 승리를 거두며 14연승으로 13연승의 선동열을 뛰어 넘었다.

헥터는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타이거즈를 넘어 역대 외국인 투수 선발 연승 기록까지 시원하게 갈아치웠다.

지난 11일 NC전에 선발로 등판해 "평생 야구하면서 이렇게 더운 날은 처음이었다"라는 말을 남기며 6이닝 3실점으로 밴헤켄(2014년 14연승)을 넘어 선발 15연승을 달성했다.

작년 10월 2일 kt전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15연승을 달성 중인데, 올 시즌을 놓고 보면 개막 이후 무려 14연승을 달성한 셈이다. 이미 정민태의 개막 후 선발 최다 연승과는 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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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해 헥터가 오는 18일 고척에서 열리는 넥센과의 경기에서 승리를 거둘 경우, 정민태의 기록 중 하나를 깨부수고 대신 자신의 이름을 올려 놓을 수 있게 된다.

거기에 헥터는 좀 더 욕심을 부리고 있다. 정민태의 선발 최다 연승 21연승이다. 이제 16연승 도전이라 21연승이 멀어보이긴 하지만, 현재 KIA 타선의 화력만 놓고 보면 불가능한 조건도 아니다.

17일 현재 KIA 팀 타율은 무려 3할1푼이다. 리그에서 가장 강한 타선이다. 유일하게 팀 타율이 3할 대이며 팀 OPS가 무려 0.862(출루율 0.380, 장타율 0.482)다.

2003년 당시의 현대는 심정수, 이숭용, 박진만, 전준호, 김동수 등 걸출한 선수가 많았지만, 현재 KIA 타선도 최형우를 비롯해 이범호, 나지완, 김선빈, 안치홍, 이명기, 버나디나 등, 타이거즈 역사상 최강으로 손꼽히는 수준이다.

2003년 현대와 2017년 KIA를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올해 KIA는 불펜 문제만 좀 더 안정화 시키면 헥터가 정민태를 뛰어 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우선 18일 열리는 넥센전의 승리가 헥터에게는 가장 시급한 과제다. 후반기 첫 경기를 어떻게 푸느냐에 따라 올해 KIA의 성적도 큰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헥터는 올 시즌, 무패 행진 중이다. 더불어 올해 KIA는 화요일 성적이 무려 12승 1패로 승률만 0.923이다. 극강이다. 기록만 보면 헥터가 무너질 일은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아무도 모르는 것이 바로 야구다. 과연 헥터가 유리함을 앞세워 승리를 할 지, 아니면 이변의 피해자가 될 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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