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대구=이재현 기자]KBO리그의 살아있는 레전드, 삼성의 이승엽(41)이 자신의 마지막 올스타전에 임하는 각오를 밝혔다.

이승엽은 14일 오후 6시 40분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린 2017 KBO 올스타전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해당 기자회견에서 이승엽은 올스타전에 참가하는 소회를 밝힌 것은 물론 각종 질문들에 답했다.

2017 KBO 올스타전을 통해 현역 마지막 올스타전을 맞이하게된 삼성의 이승엽. 스포츠코리아 제공
지난 13일 사전에 공지된 이번 기자회견은 사진, 카메라, 취재기자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였는데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뜨거운 취재 열기에 이승엽 본인도 놀란 눈치. 아직까지는 마지막 올스타전이라는 것이 실감나지 않는다고 말한 그는 막상 당일이 되면 14일과는 다른 느낌이 들 것 같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이승엽은 신인 이정후, 절친한 후배 이대호와 함께 올스타전에 나서는 소감과 첫 미스터 올스타에 도전하는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다음은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승엽과의 일문 일답

▲올스타전에 임하는 소감은?

“오랜만에 카메라 앞에 선다. 옛날 생각이 난다. 아직은 별 느낌이 없다. 11번째 올스타전 출전이지만 그 중 한 번인 것 같다. 물론 내일(15일)이 되면 다른 느낌이 들 것 같다.”

▲아들이 아직도 아빠가 대단한 선수인지 모르나?

“이제는 알 것 같다. 원래는 빨리 은퇴하라고 했는데 요즘에는 더 하라고 하더라. 이제는 다 알 것이다. 내일(15일) 시구를 하는데 현역 시절 처음이자 마지막 시구를 하는 만큼 아들이 멋지게 시구 할 수 있도록 돕겠다.”

▲미스터 올스타와는 인연이 없었는데?

“11번째 인데 항상 나올 때마다 MVP를 타려고 노력은 한다. 하지만 잘 안 됐다. 마음 먹은대로 다 되면 반칙 아니겠는가. 나의 첫 올스타전이 대구에서 열렸는데 홈런을 쳤다. 내일도 홈런을 칠 수 있도록 하겠다. 팀 배팅보다는 홈런을 노리겠다.”

▲최고령 선발 출전인데?

“팬들에게 감사드린다. 하지만 프로야구의 중심이 베테랑보다는 젊은 선수들로 넘어가야 한다. 나를 이기지 못한 후배들의 반성이 필요한 것 같다.”

▲마지막 홈런 세리머니는 있나?

“없다. 홈런 스윙은 할 것이다. 표정의 변화가 없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 내일 홈런을 친다면 기분 좋을 것이다. 홈런 치고 웃으면서 뛰는 경우가 거의 없었는데, 치면 웃으며 뛸 것 같다. 올림픽에 갔던 선수들끼리는 나름의 세리머니가 있다. 아마 이대호가 홈런을 친다면 세리머니가 나올 것 같다.”

▲이대호와 같이 뛰는 기분은?“처음으로 같이 뛴 지 9년만, 같이 뛴 지 4년만이다. 대호가 6년 후배지만 배울 점이 많은 후배다. 야구선수로서 존경할만한 선수다. 내가 갖지 못한 유연성, 컨택 능력을 가졌다. 그와 함께 유익한 하루를 보낼 수 있도록 하겠다.”

▲KBO로부터 대우를 많이 받았는데?

“감사하지만 부담도 됐다. 괜히 올스타전 기념행사를 크게 하는 것은 부담스럽다고 했다. 시구와 사인회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했다. 나 혼자만의 축제가 아닌 한국프로야구의 축제다. 지금이 딱 좋다. 감사 드린다.”

▲첫 올스타전도 대구, 마지막도 대구인데?

“올스타보다는 마지막 시즌이라는 것이 조금씩 느껴진다. 시즌 초반에는 실감이 안 났는데, 전반기 마치고 60경기 정도가 남으니 60경기 후에 떠나야 한다는 것이 서운하고 와 닿는다. 올스타전 뿐 만 아니라 잔여 시즌 모든 경기가 특별할 것이다. 추억도 남겨야 하고 후배들에게 본보기도 남겨야 한다. 부담도 되지만 후회 없이 떠날 수 있도록 최선 다하겠다. 해보고 싶었던 것, 할 수 있는 것을 다 했다고 말하고 갈 수 있도록 하겠다.”

▲이정후와 같이 뛰는 기분은?“세월이 많이 흘렀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프로에 처음 왔을 때는 그가 태어나기도 전이었다. 이종범 선배가 아들이 청소년대표에 나간다고 장갑을 몇 개 가져갔던 것이 몇 년 전인데 벌써 맞붙게 됐다. 아버지의 후광이 대단한데 선전을 펼쳐 올스타에 뽑힌 점이 무척 대단하다. 넥센 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선수가 됐으면 한다.”

▲주변 지인들을 어느 정도 초대 했나?“아버지, 누나, 아내, 아들들이 모두 참석한다. 두 아들과는 덕아웃에서 경기를 함께 치를 생각이다. 절친한 연예인인 김제동에게는 연락 하지 못했다.”

▲꾸준히 올스타에 나왔는데 기억에 남는 순간?

“첫 올스타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어렸을 때는 상상해보지 못한 단어였다. 야구선수가 꿈이었고, 프로 입단 후에는 주전 1루수가 꿈이었다. 올스타를 생각할 겨를은 없었다. 첫 올스타에 뽑혔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정말 기뻤다. 지금 이 시간도 의미 있는 시간이다.”

▲이승엽의 마지막 올스타전이라는 사실에 최주환이 올스타전에 나가고 싶어 했다는데?

“그런 말들은 너무 감사하다. 프로야구 선수가 되기를 잘 했다고 생각한다. 우상이 된 것 아닌가. 나도 이만수 선배 등을 보며 자랐다. 내일 최주환을 만나면 고맙다는 인사라도 건네야 할 것 같다.”

▲올스타의 가장 큰 자격은?

“팬 투표로 하기 때문에 가장 큰 것은 인기와 성적이다. 우리는 아마추어가 아니라 프로다. 남들보다 모범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어린이들에게 존경받을 수 있는 선수가 많이 올스타에 뽑혔으면 한다.”

▲투수로 입단했는데?

“마운드에 서는 것은 꿈이다. 꿈으로 만족하겠다. 항상 은퇴하기 전에 한 번은 마운드에서보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 아무리 올스타전이라고 해도 장난스럽게 나서선 안 된다. 사실 타자였기 때문에 지금까지 뛸 수 있는 것이다. 마운드를 향한 미련은 버리겠다.”

▲아쉬움에 눈물을 보일 가능성은?

“없다. 프로인생 마지막 경기라면, 내일부터 못나온다는 생각에 그럴 수도 있겠지만 올스타전 때문에 눈물을 보인다면 너무 예민한 성격인 것 같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