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 금전 수수 사건에 이어 사업입찰 비리까지. 무능, 무책임한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처사가 문화체육관광부의 고발로 서울중앙지검의 조사까지 받게 됐다.

호미로 막을 사안을 가래로도 막기 힘들게 된 KBO의 어처구니없는 대처에 구단 관계자뿐 아니라 팬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최규순 전 KBO 심판위원. 스포츠코리아 제공
소를 잃었으면 외양간을 바로 고쳐야 하는데도 이를 고치지 않아 소를 또 잃은 꼴이다.

심판 매수 사건만 살펴보자. 이번 사건으로 프로야구 심판직이 얼마나 좋은 직업인가 하는게 백일하에 드러났다. 비리를 저지른 최 모 전 심판의 행적을 따져 보면, 심판은 주어진 경기시간외에는 무슨 일을 벌여도 상관이 없게 됐다.

팀장의 눈을 피하면 도박 아니라 어떤 일탈된 행동을 저질러도 규제를 받지 않으며 당시 팀장이던 최 전 심판처럼 팀장이라면 어떤 행위를 일삼아도 ‘쉬~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돼 버린다.

극단적인 예를 들어 도박에 빠진 심판이라면, 경기를 마친 후 개인행동으로 바로 도박장엘 갔다가 다음날 경기 시작 전까지만 경기장에 도착하면 된다(통상적으로 심판은 두 시간~한시간 반 전에 경기장 도착).

거기에다 당일 심판 업무를 보지 않는 대기 심판의 경우 경기 시작 직전까지 경기장에 도착해 팀장에게 급한 볼일이 있었다고 둘러대면 아무일 없이 넘어가게 되는 것이다.

도박뿐 아니라 열 다섯 시간이 넘는 개인 시간에 무슨 일을 저질러도 규제를 받지 않는 것.

물론 이런 비위를 저지르는 심판은 100명에 1명일수 있다. 그렇지만 최 전 심판의 비리로 인해 심판의 무절제한 생활이 일부 드러난 만큼, KBO로서는 응당 재발 방지를 위해 단호하면서도 실질적인 규제 조치를 취해야 했다.

KBO의 야구규약 제12장 122조 ‘심판위원의 태만’에 따르면 ‘심판위원이 총재로부터 지시받은 경기의 심판활동을 하지 않거나 정해진 시간까지 경기장에 도착하지 않은 경우 총재는 당해 심판위원에 대해 적절한 제재금을 부과한다’고 돼 있다.

너무나 포괄적인 조항이다. 심판이 정해진 시간에 경기장에 도착하지 않은 경우는 매우 위중한 사안인데, 그냥 적절히 제재금을 부과한다는 것이다. 일반 형사법 조항처럼 ‘정해진 시간이 몇시인지, 도착 시간을 어겼을 경우 며칠간의 출전금지를 시킨다든지, 혹은 부과하는 제재금 액수를 명시’해야 한다.

그리고, 심판 업무(경기중)외의 개인 시간에 대해 어떠한 규제를 가하지 않은 것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고쳐져야 한다.

KBO가 심판의 개인 시간에 대해 일일이 통제를 가하거나 감시를 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심판위원회 내부 규칙으로 최소한 근무일지 정도는 작성해야 하지 않을까? 근무일지에는 소소한 개인행동까지 기입할 수 없지만, 두 세 시간 이상의 장시간 외출의 경우 그 사유는 보고용으로 기록에 남겨야 한다.

KBO는 이 근무일지만 보고도 ‘근무태만 가능’이 있는 심판을 사전에 색출할수 있는 것이다.

현재는 경기 중 심판활동에 대한 업무일지만 작성하고 있어 업무외 시간은 전혀 규제가 되지 않고 있다. 심판은 5인 1조로 이동하기 때문에, 각 심판의 행동이 100% 노출돼 있는 실정이어서 간단한 근태 체크는 쉽게 이뤄질 수 있다.

심판의 개인 행동을 제약해야 하는 두 번째 이유는 ‘한번 심판은 영원한 심판’일 정도로 편안한 직업이기 때문이다.

야구규칙은 너무나 상세하고 복잡하다. 하지만 야구규칙은 거의 변하지 않기 때문에 심판 전형시 한번 숙지를 잘하면 재교육이 필요 없을 정도로 평생 써 먹을 수 있다. 평소 컨디션 조절을 잘해 오심만 적게 하면 ‘억대 연봉자’의 혜택을 오래도록 누릴 수 있다(정년퇴직후 경기운영위원으로 전관예우도 받을수 있음).

이처럼 편안한 직업이기에 태만해 질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어 개인 시간이라도 총재의 직권으로 약간의 제재를 가해야 한다.

심판의 태만으로 인해 경기가 얼마나 흥미를 잃고 있는지는 수치가 말해준다. 지난 6월 15일 KIA-롯데전에서는 1회말에만 두 번의 판정 번복이 있었다. 1회라면 심판들의 컨디션이 아주 좋을 때인데, 두 번이나 판정 번복이 나왔다면 경기전 개인시간을 소홀히 했다고 보지 않을수 없다.

놀라지 마시라! 지난 7월 10일 현재 비디오 판독을 통한 판정 번복율은 30.5%(416회중 127번)에 달한다. 좀 과장되게 이야기하면 세 번에 한번은 오심이다. 물론 KBO 자체 비디오가 메이저리그처럼 정밀하지 않아 정확성이 떨어질수 있지만, 그래도 30%가 넘는다는 것은 심판진이 전원 책임을 져야 할 정도로 극히 중대한 사안이다.

그럼에도 KBO 수뇌부는 팔짱을 끼고 있으니 이런 무능한 조직과 수장이 또 어디에 있을까(심판위원회도 자체 대책을 내놓아야).

물론 심판들은 단 한명의 미꾸라지가 개천을 흐리고 있다고 강변할수 있다. 하지만 ‘100-1=99’가 아니다. ‘100-1=0’다. 사람이 아무리 건강하다 하더라도 단 한가지 암(癌)에 걸리면 그 건강은 아무 소용이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러므로 단 한명의 엉터리 심판이라도 있어서는 안된다. 심판위원들의 대오각성과 KBO의 신속한 조치를 촉구한다.

지난 4일 잠실 kt전을 앞두고 전직 심판-구단 관계자간 금품 수수 의혹과 관련해 사죄하고 있는 두산 구단 프런트 일동. 스포츠코리아 제공
이 기회에 KBO에 한 가지 건의를 한다면, 심판들이 시즌중 늘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게끔 다양한 취미활동을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했으면 한다.

현재는 심판이 개인 시간에 등산을 하든, 골프를 치든, 낮잠을 하루종일 자든 아무런 제약이 없다. 다시 말해 심판 개개인이 몇 시간후 있을 업무(경기진행및 판정)를 위해 적절한 사전 준비를 하지 않더라도 개인의 자율및 판단에 맡기고 있다.

그렇지만 개인 시간을 활발하게 보내야 경기 중 신속하고 정확한 판정을 볼수 있으므로 KBO로서는 개인 시간 활용에 대해 무관심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적극 권장해야 한다.

심판들의 개인시간 활용엔 가벼운 등산이 안성맞춤이다. 테니스와 배드민턴은, 복식 2조(4명)에 심판 1명으로 5명이 운동하기에는 매우 적절한 스포츠다. 전국의 심판원 숙소 근처의 테니스장이나 배드민턴장을 구해 주고 헬스 클럽 이용권을 끊어주는 것은 좋은 방법이다(이용을 하는 건 심판의 자율).

연봉, 출장비 외 비용이 추가 지급되지만 판정 번복율을 줄이고 더 쾌적한 관람이 유도된다면 1000만원 이상의 비용은 전혀 문제가 안될 것이다.

심판뿐 아니라 경기 운영위원, 기록위원들의 근태 체크도 필요하다. 경기 운영위원이나 기록위원은 경기력에 거의 영향을 끼치진 않지만, 규약상 아무런 규제가 없어 위반 사항이 있을 경우 제재가 불가능하다.

어떠한 방법이든지 위원들이 경기장에 몇 시에 도착했는지 정도는 체크할 필요가 있다. 합의 판정 제도가 시행되기 전 일이지만, 어떤 경기 운영위원은 경기 시작 때만 잠시 얼굴을 보이고 경기장을 떠난 일이 있다. 물론 그는 경기 중 복귀하지 않았다. 경기 중 어떠한 잡음도 없어서, 경기운영위원의 부재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비디오 판독 시스템이 도입된 이후 경기 운영위원은 할 일이 크게 줄었다. 근무태만이 언제든지 저질러 질수 있는 여지가 있는데 이에 대한 대책을 세우지 않는 것은 KBO의 직무태만이라 할 수 있다.

김수인 야구 칼럼니스트/前 스포츠조선 야구大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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