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횡성=박대웅 기자] 한양대 에이스 최채흥이 프로에서도 진가를 발휘할 수 있을까.

최채흥은 지난달 26일 신인 1차 지명 선수로 삼성에 지명돼 프로 진출의 꿈을 이루는데 성공했다.

신장 185cm 체중 96kg의 체격을 갖춘 최채흥은 대학 4년 통산 25승10패 평균자책점 1.93(256.2이닝 55자책점)의 뛰어난 성적을 남겼다.

대학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프로에 1차 지명된 최채흥이 삼성에서도 성공적인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을까. 사진=박대웅 기자
상원고 시절에는 4년 전 삼성에 먼저 입단한 이수민의 존재에 가려 있었고, 타자 준비를 함께 병행했던 최채흥이지만 한양대에서 김한근 전 감독과 김기덕 현 감독을 만나면서 투수로서의 재능을 본격적으로 꽃피웠다.

대학 1학년부터 평균자책점 0.93(67.2이닝 7자책점)으로 두각을 나타낸 그는 2학년 때 4승3패 평균자책점 3.86의 성적에 그쳐 아쉬움을 삼켰지만 당시의 경험을 발판 삼아 서서히 대학 무대 최고의 투수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3학년 때는 32이닝 연속 무실점 기록을 세우는 등 10승2패 평균자책점 1.29(91.1이닝 13자책점)로 최고의 모습을 보였고, 올해도 7승2패 평균자책점 1.96(54.2이닝 12자책점)로 좋은 흐름을 이어가며 결국 삼성에 지명되는 기쁨을 누렸다.

최고 시속 147km의 직구를 비롯해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 등 변화구에도 능하며 올해는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커터와 투심까지 연마하면서 구종의 다양성을 더했다. 무엇보다 제구력과 완급 조절, 피칭 밸런스 등을 높게 평가 받고 있는 가운데 체계적 훈련을 통한 구위 향상의 여지도 남아 있다. 일찌감치 삼성행이 유력한 상황이었고, 구단 및 팬들 역시 2018시즌 그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지난 9일 강원도 횡성 베이스볼파크에서 열린 제27회 전국대학야구선수권대회 한양대-홍익대의 4강전이 열리기 전 최채흥을 만났다. 이날 최채흥은 예상과 달리 허리 상태가 썩 좋지 못해 경기에 나서지 못했고, 한양대는 홍익대에 1-8로 패해 결승 진출이 무산됐다. 최채흥의 팀 내 비중이 얼마나 컸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최채흥은 삼성으로부터 1차 지명된 소감에 대해 “어느 정도 예상했기 때문에 마음이 크게 들뜬 것은 아니었는데 막상 발표가 되고 나니까 기분이 좋았다. 그날만큼 (축하 연락을 확인하기 위해) 휴대폰을 오래 본 적도 없었던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삼성은 오래 전부터 최채흥이 입단을 꿈꿔왔던 팀이기도 하다. 그는 “초등학교 6학년 당시 삼성에서 멀리 던지기 대회 행사를 한 적이 있다. 상을 받았던 기억이 생생한데 그 때부터 삼성을 가까이서 지켜봤다. 특별히 어떤 선수의 팬이었다기보다는 친근한 느낌이 강했다”며 푸른 유니폼을 입을 수 있게 된 것에 대한 설렘을 드러냈다.

사실 최채흥은 입단 직후 곧바로 삼성의 자체 홍보 영상을 통해 팬들에게 인사의 말을 남긴 적이 있다. 당시 인터뷰에서 최채흥은 “첫 해 목표는 트리플크라운을 하면서 신인왕을 하는 것이다.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어렵겠지만 열심히 노력해서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당찬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최채흥은 “신인왕이 되겠다는 각오까지만 말하려고 했는데 이왕이면 꿈을 크게 가지자는 마음에서 트리플 크라운에 대해 언급했던 것 같다”며 미소를 지은 뒤 “첫 해 삼성에 들어가면 아프지 않고 풀타임 출전을 하고 싶다”는 현실적인 1차적 목표를 언급했다. 그러나 단지 1군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을 넘어 신인왕까지 수상해 본인이 남긴 말에 책임을 지고 싶은 마음을 강조했다.

최채흥이 본인의 글러브와 모자에 새긴 문구. 사진=박대웅 기자
롤모델을 따로 설정하지 않은 그는 프로에서 지금껏 없었던 유형의 선수가 되고 싶어 글러브에 ‘혁신(革新)’이라는 한자를 새겼고, 모자에는 ‘Overwhelming player, Crazy mode’라는 영어 표현을 적어놓기도 했다. 항상 경기에 미쳐있고, 압도적인 선수가 되고 싶어 이같은 문구를 새겼다는 것이 그의 설명.

또한 대학 선수로서 유일하게 1차 지명된 최채흥은 “그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 좋게 평가를 해주셨기 때문에 기쁘다”고 입을 연 뒤 “4년 동안 대학에서 얻은 것이 많다. 해마다 경기를 운영하는 점을 배웠고, 구위 역시 점차 좋아졌다는 느낌이 있다. 하지만 야구 욕심이 많은 편이기 때문에 아직까지 내 실력에 대해 만족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학야구연맹 제공
한편 최채흥은 프로에 먼저 진출한 또래 선수 가운데 박세웅과의 대결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최채흥은 빠른 년생이지만 중학교 시절 1년 유급해 박세웅과 같은 학년이었다.

최채흥은 “고교 시절에는 내가 대부분 타자로 나섰기 때문에 박세웅 선수와는 투타 맞대결을 펼치기도 했다. 당시 전적은 내가 좋았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며 미소를 지었다.

실제 2012년 4월15일 상원고-경북고의 경기에서 두 선수의 자세한 맞대결 내용까지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최채흥은 도합 3타수 2안타 1타점 2득점으로 9번 타순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고교 3학년이었던 2013년 3월24일에는 박세웅과 3차례 승부해 2루타 1개와 고의사구를 얻어내는 성과를 남겼다.

하지만 최채흥은 “프로에서는 투수 대결로도 맞붙어 승리를 해보고 싶다”며 기회가 찾아올 경우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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