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횡성=박대웅 기자] 제주국제대의 돌풍이 결승 진출로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 하지만 4강 진출만으로도 충분히 큰 성과를 남겼다.

제주국제대는 지난 9일 횡성 베이스볼파크에서 열린 제72회 전국대학야구선수권대회 4강전에서 경성대에 1-7로 패했다.

이로써 제주국제대는 결승 진출 티켓을 경성대에게 내주게 됐지만 이번 대회 최대 이변을 불러일으키며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하게 했다.

2012년 통합 출범 후 처음으로 4강 진출의 쾌거를 이뤄낸 제주국제대. 대학야구연맹 제공
1회전에서 계명대에 4-3으로 짜릿한 승리를 따냈던 제주국제대는 16강에서 동강대마저 12-2, 5회 콜드게임으로 완파하며 심상치 않은 조짐을 드러냈다. 결국 8강에서는 중앙대마저 난타전 속에 13-9로 꺾고 2012년 탐라대와 제주산업정보대학이 제주국제대로 통합 출범한 이후 처음으로 4강에 오르는 기쁨을 누렸다. 제주도에서 박창선 제주 시도지부 협회장이 이날 경기장을 찾아 선수단을 격려하는 등 축제 분위기가 느껴졌다.

비록 4강에서는 고배를 마셨지만 제주국제대는 경성대를 상대로도 초중반까지 위협적인 모습을 선보이며 오는 17일부터 시작되는 제51회 대통령기전국대학야구대회에서 더 좋은 성과를 기대하게 했다.

해마다 팀을 꾸준히 성장시켜온 남재욱 감독도 마침내 팀을 4강에 올려놓은 것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남재욱 감독은 “과거엔 야구 경기가 7회까지만 있는 줄 알았다”는 농담을 통해 수많은 콜드게임 패배를 경험했던 과거를 돌이킨 뒤 “2009년 탐라대에 부임했는데 당시에는 제주산업정보대와 합병이 되기 전이었다. 탐라대 시절을 포함하면 1997년 준우승 이후 가장 큰 성과라고 하더라. 4강이 확정됐을 때는 정말 눈물이 날 뻔 했다. 처음으로 환호성을 지르기도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제주국제대 남재욱 감독. 사진=박대웅 기자
남 감독은 이어 “주말리그에서도 사실은 투수력보다 타선의 힘이 더 좋았다. 1승1패를 했을 때 한참 자신감이 생겼는데 시험 기간에 1주 정도 운동을 못한 뒤로 페이스가 내려갔다. 하지만 주말리그가 끝난 뒤 경기를 꾸준히 하면서 선수들의 타격감이 다시 올라왔다. 타선 뿐 아니라 투수도 쉽게 무너지지 않고 이닝을 끌고 가다보니 언제든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선수들 사이에서도 생겼다”고 선전의 비결을 밝혔다.

과거 큰 점수를 내준 뒤 자포자기했던 모습에서 완전히 탈피한 것이 무엇보다 큰 소득이다. 재미있게 야구를 한다는 것만으로도 큰 발전이라는 것이 남재욱 감독의 생각.

선수들을 아들처럼 여기면서 함께 뛰고 호흡 중인 남 감독은 “주장 정성민의 경우 경기에서 뿐 아니라 일상 생활 역시 솔선수범 해주고 선수들을 하나로 융합하는데 많은 노력을 했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 뒤 “투수 임진형도 야수 출신이었는데 올해 투수로서 잘 던져줬고, 리드오프 겸 중견수인 송지훈도 주루는 대학 랭킹 1위에 넓은 수비폭을 갖춰 올해 프로 지명도 기대해볼만 하다”며 선수 자랑을 빼놓지 않았다.

특히 그는 “개인적으로 선수들이 지나치게 큰 목표를 잡기보다 꾸준함을 통해 실력을 쌓길 바라는데 4학년 선수들의 경우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너무 열심히 운동을 해서 후배들 역시 잘 따를 수 있었다”며 성실한 태도를 높게 평가했다.

남 감독은 선수들 뿐 아니라 “학교가 열악한 환경에서도 열심히 해줬다. 야구 도구 계약, 등록금 혜택 등을 통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과거에는 숙소와 학교 버스를 비롯해 운동장 시설 역시 많이 열악해 자비를 들이기도 했다. 3~4년 전부터는 학부모님들과도 여러 문제를 공유하면서 호응과 신뢰를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 힘들게 여기까지 와서 안정을 찾고 있다는 점에 뿌듯함을 느낀다”며 학교와 학부모들에게도 감사의 뜻을 전했다.

박창선 제주 시도지부 협회장이 10일 경기장을 직접 찾아 제주국제대 선수들을 격려했다. 대학야구연맹 제공
제주국제대는 전국대학야구선수권 8강에서 승리를 챙겼던 중앙대를 상대로 대통령기 1회전을 치른다. 중앙대 역시 지난 맞대결 설욕을 위해 칼을 갈고 있는 상황.

남 감독은 “올해는 대통령기가 마지막 대회다. 선수들에게 치고 올라갈 때 확실히 가야하니 이를 악물고서 해보자는 이야기를 했다. 어느 팀과 붙어도 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서면서 자신감이 쌓였다. 이번 대회에서 4강에 오르는 성과를 남긴 만큼 다시 4강에 도전한다는 각오로 임하겠다”며 꿈은 이뤄지는 것임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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