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단과 심판간에 금전거래가 있었는데도 이를 쉬쉬하며 덮어버린 한국야구위원회(KBO)의 무능, 무책임한 처사에 대해 팬들의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해당 구단인 두산에 ‘신인 지명권 박탈, 드래프트 최하위 순번’ 등 중징계에 ‘2군 강등, 1년간 무관중 경기’를 요구하는 성토성 주장 등으로 야구 게시판이 도배되고 있다.

2012년 승부조작 파문 당시 사과했던 양해영 KBO 사무총장.스포츠코리아 제공
간략히 사건을 정리하면, 지난 2013년 10월 두산-LG의 플레이오프를 열 몇시간 앞두고 최규순 심판이 두산 김승영 사장에게 300만원을 요구해 송금받았으며 KBO는 3년반이 지난 올해 3월 28일 상벌위원회를 열어 김 사장에게 엄중경고했으나 이마저도 비공개로 처리했다.

명백한 야구규약 위반(15장 155조)임에도 ‘개인적인 사안’으로 축소, 은폐한 KBO의 처사는 한심하기 짝이 없다.

현 구본능 총재와 양해영 사무총장 재임중에 두 번이나 대형 승부조작사건이 터진 데 이어 심판 매수 사건까지 불거져 총재와 사무총장의 사퇴론까지 비화되는 실정이다.

그러면, 왜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을까.

먼저, KBO 총재 자리가 명예직이기 때문이다. 급여도 안받는 명예직이니 책임감 있게 조직을 이끌거나 야구 발전에 매진할 수 없다. 명예만 누리고, 적당히 머물렀다 가는 자리다.

2015년 1월 메이저리그 커미셔너직에서 물러난 버드 셀릭은 ‘최고의 사업가’로 명성을 날리며 17년간 장수했다. 그는 잇단 대형 중계권료 계약 성사, 다양한 마케팅, 수익 배분을 통한 구단 공동 발전을 꾀하며 전체 매출 11조원을 달성했다. 이로 인해 30개 구단은 한해 평균 250억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 버드 셀릭에게 2000만 달러(약 220억원)의 연봉을 지급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이에 반해 구본능 총재는 연 800만 관중 돌파라는 외형적 성장외는 업적이 없다. 이마저도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의 졸전, 기형적인 타고투저(打高投低) 현상으로 인한 핸드볼 스코어, 심판 관리 소홀(비디오 판독이란 제도가 있지만 오심이 너무 많아 식상. 올해 비디오판독 번복률은 무려 30.6%에 달한다) 등으로 불경기가 심해질 경우 언제든지 팬들이 떠날 공산이 크다.

각 구단의 수익 향상에 대해서는 아무런 아이디어가 없다. 언제까지 모 기업의 지원에 의존해야 하는 걸까.

2013 한국시리즈 당시 구본능 KBO 총재, 김종 전 문체부 2차관, 양해영 사무총장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오른쪽부터). 스포츠코리아 제공
거기에다 구총재는 LG 광(狂)팬 출신으로 LG 트윈스 구본준 구단주의 친형이다. 만약 LG 구단의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길 경우, KBO 임직원이나 심판들이 총재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있을까. 특정구단 출신이 돌아가며 총재직을 맡는 총재 선출 시스템 자체가 문제다.

총재가 1주일에 2일 정도 출근해 형식적인 결제만 하는 상태에서 사무총장은 KBO 운영의 핵심이다. 사무총장은 구단간의 분쟁 발생시 조정을 해야 되고, 프로야구의 중장기적인 발전책 수립에도 과단성있게 움직여야 한다.

KBO 이사회 멤버인 10개 구단 사장을 때론 휘어 잡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현재 사무총장의 위상은? 구단 사장보다 상위여야 하는데도 동급은커녕 하위다. 왜냐면 KBO 말단 직원 출신이기 때문이다.

극단적으로 이야기해서, 현 구단 사장중 최장 재직자인 두산 김승영 사장은 양해영 총장이 신입 직원 시절부터 알고 지내는 사이다. 그런데, 갑자기 사무총장으로 승진됐다고 구단 사장 위에 군림한다면 영(令)이 설까.

KBO 직원 출신이 사무총장이 되는 현 시스템에서는 구단의 눈치보기나 일삼고 어떡하든 사건, 사고를 덮어 은근슬쩍 연임을 노릴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프로야구의 진정한 발전을 위해서는 야구 열정이 있는 사회 저명인사를 연봉 수억원에 인센티브를 보장하는 조건으로 총재로 영입해야 한다.

사무총장 역시 외부 인사를 데려와 과감한 변화와 도전을 시도해야 한다. 내부 승진으로는 결코 비전을 이룰 수 없다. KBO에 오래 근무하며 ‘부장→사무차장→사무총장’의 자동 승진 단계를 밟는다면, 직원중 그 누구가 과감한 행정을 펼치려고 할까.

이번 사태에는 야구계 일각에서 지피는 음모론도 한몫한다. 구본능 총재의 임기는 올해 12월 31일까지다. 총재직은 각 구단에서 순번으로 맡기로 돼 있으나 퇴임 6개월도 안 남긴 현재, 희망자가 없어 무주공산(無主空山)으로 알려졌다.

이를 틈타 모 인사가 대통령과의 친분을 앞세워 총재 도전의 작업을 시작했으며, 여기에 특정 언론까지 가세했다는 설이 슬슬 피어 오르고 있다.

KBO 총재는 프로야구 발전의 최고 핵심이다. 새 총재는, 야구에 별 관심이 없는 그룹의 회장, 부회장인 구단주들이 선출할 게 아니라, 구단 사장 2~3명과 사회 명망 인사로 총재추천 위원회를 구성해 버드 셀릭 못지 않는 ‘비전있는 사업가’를 반드시 초빙해야 할 것이다. 야구 칼럼니스트/前 스포츠조선 야구大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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