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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고교 시절 한솥밥을 먹었던 kt 류희운(22)과 한화 김범수(22)가 물러설 수 없는 자존심 대결을 펼친다.

kt와 한화는 29일 청주구장에서 열리는 주중 3연전 마지막 대결에 류희운과 김범수를 나란히 선발투수로 예고했다.

두 선수의 관계는 제법 흥미롭다. 1995년 동갑내기인 두 선수는 충남 지역에서 어린 시절부터 야구 선수의 꿈을 키워왔으며, 북일고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류희운이 2011년 북일고에 먼저 입학했고, 중학교 3학년 시절 왼쪽 고관절 수술로 1년 유급을 한 김범수가 2012년에 합류했다.

류희운은 고교 3학년이던 2013년 총 17경기에서 100.1이닝을 소화하며 8승5패 평균자책점 1.89의 성적을 기록했다. 최고 시속 150km에 육박하는 빠른 공을 뿌리며 팀의 에이스 역할을 해냈다.

류희운의 맹활약으로 그 해 북일고는 고교야구 광역리그(전라&중부권) 우승,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 준우승,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 3위, 주말리그(동일권) 3위 등의 성과를 남겼다. 특히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에서 류희운은 고교야구 한 경기 최다 탈삼진(26개) 기록을 보유하고 있던 상원고 선발 이수민(삼성)과 선발 대결을 펼쳐 10이닝 6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의 완봉승을 따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이같은 활약으로 류희운은 2014년 kt의 우선지명 대상자 영예를 안았다. 반면 2013년 윤형배를 NC에 양보해야 했던 한화는 2년 연속 지역 최대 유망주를 타 팀에 내주며 아쉬움을 삼켰다.

김범수는 2013년 2승1패 평균자책점 1.59를 기록했지만 단 3경기 출전에 그쳤다. 하지만 3학년이 된 2014년에 류희운의 뒤를 잇는 에이스로 성장했다. 총 18경기에서 11승2패 평균자책점 1.54의 성적을 남겼고, 105.1이닝 동안 97탈삼진을 솎아낸 가운데 피안타율(0.166)과 이닝당 출루 허용률(0.87) 등에서도 압도적인 수치를 남겼다. 김범수는 고교 주말리그 전후반기(중부권)에서 북일고의 우승을 견인하며 최우수선수상의 영예를 안았고, 2015년 한화에 1차 지명됐다.

그러나 두 선수 모두 프로에서는 잠재력을 완전히 터뜨리지 못했다. 2014년 퓨처스리그에서 2승5패 평균자책점 9.95의 성적에 그친 류희운은 그 해 9월 오른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았고, 2016년이 돼서야 비로소 1군 데뷔전을 치를 수 있었다. 지난 14일 삼성을 상대로 마침내 프로 데뷔 첫 승, 22일 롯데전에서 프로데뷔 첫 선발승을 따내며 서서히 미래를 밝히고 있는 과정에 놓여 있다.

김범수는 1군 데뷔로만 놓고 보면 류희운보다 1년이 빨랐지만 2015년 승리 없이 2패 평균자책점 7.36에 그치며 프로의 벽을 실감해야 했다. 지난해 9월27일 두산을 상대로 프로 데뷔 첫 구원승을 챙겼지만 선발로 마운드에 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시즌은 5월 중순 1군에 합류해 8경기 평균자책점 4.00(9이닝 4실점)을 기록했다.

두 선수의 맞대결이 1군에서는 처음이지만 퓨처스리그에서는 지난해 4월10일에 이미 있었다. 당시 류희운이 5이닝 6피안타 3실점을 기록하며 첫 승을 신고해 2이닝 3실점으로 물러난 김범수에 판정승을 거뒀다.

류희운으로서는 동갑내기지만 고교 1년 선배로서의 자존심이 걸린 경기이며, 김범수에게는 지난해 퓨처스리그의 아쉬움을 설욕할 기회의 순간이자 1군 선발 데뷔전이라는 뜻깊은 등판을 가지게 됐다. 과연 이날 팀에 위닝시리즈를 안기며 활짝 웃게 될 투수는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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