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미국 방문 경제인단 명단에서 KT 황창규 회장과 포스코 권오준 회장이 제외됐다. 두 회사가 미국 비즈니스 연관성이 적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지만 청와대의 최종 검증과정에서 탈락된 배경은 다른데 있다.

두 회사가 최순실의 국정농단에 연류됐기 때문이다. 황창규, 권오준 회장은 지난해 청와대의 인사 청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특정 인물을 영입하거나 특정 업체를 봐줘 ‘국정농단의 작은 가지’가 됐다.

그럼에도 두 회장은 지난 3월 어수선한 정권 교체기에 나란히 연임에 성공해 새 정부의 눈엣 가시가 됐다. 두 회장은 교체 대상인 관계로 방미 경제인단에서 제외된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는 논외로 하고 야구단과 관련이 있는 KT그룹을 잠시 들여다보자. 사실 황 회장은 최순실 게이트에 연류된 것 말고는 흠이 없다.

그는 KT 창립 이래 최고의 업적을 쌓은 인물이다. 2014년 초 회장 취임 후 기존 인터넷보다 10배나 빠른 GIGA 인터넷을 상용화했고,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해 실적을 크게 개선했다(지난해 영업이익 1조4400억원). 무엇보다 KT의 장기 성장 기반을 탄탄히 닦았다.

이것만 보면 그를 쫓아낼 이유가 하나도 없다. 전임 남중수, 이석채 회장처럼 중도퇴진 대상에 오르게 된 것은 정치권에서 KT회장을 노리는 이가 여럿 있기 때문이다.

KT는 민영화된 지 16년이 됐지만 CEO 선임에 있어서는 여전히 청와대 입김을 배제할 수 없다. 황 회장 역시 청와대의 지원으로 회장에 선임됐었다.

최근 1승9패의 부진에 빠져 꼴찌 탈출이 쉽지 않아보이는 kt. 지난 25일 SK전 4회에 로하스가 득점을 올린 뒤 덕아웃에서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지만 또다시 패하며 3연패에 빠졌다.

KT회장이 바뀌든 말든 야구인들 관심사항은 전혀 아니다. 문제는 KT회장이 10구단 kt위즈의 구단주이기 때문에 그의 거취에 주목하는 것. 특히 황 회장은 전임 이석채 회장과는 달리 야구에 대한 열정이 없어 사실 회장이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

kt가 만일 올해도 10위를 한다면 3년 연속 꼴찌로 1982년 프로야구 출범후 처음있는 일이다. kt는 연고지인 수원과 인근 도시를 합쳐 300만명이라는 큰 잠재적 시장을 갖고 있다. 아무리 야구를 좋아한다 해도 3연속 최하위를 기록한다면 팬들이 팀을 떠날 수 밖에 없다.

kt가 올해도 극심한 부진에 빠진 것은 선수단에 투자를 게을리 한 탓이다. 실력있는 외국인 선수와 국내 대형 FA(자유계약선수) 영입을 외면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김진욱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데려온 이후 팀 분위기를 쇄신해 올해 시범경기 1위, 시즌 초반 돌풍으로 탈꼴찌만은 이뤄질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최근 1승 9패의 큰 부진으로 인해 10위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어느 새 치고 올라온 9위 삼성과의 승차는 3.5게임(6월 26일 현재)이어서 최하위 탈출은 쉽지 않아 보인다.

올시즌 중 전력 보강이 어려우므로 기존 선수들의 파이팅을 더 이상 기대하는 건 불가능하다. 꼴찌를 하더라도 한화 김성근 전 감독처럼 선수들을 혹사시키지 않는 게 오히려 당면과제가 됐다.

kt가 그나마 팬들에게 희망을 주려면, 현재의 황 회장이든 새로 오는 회장이든 야구단에 대한 미래투자를 보장해야 한다. KT그룹의 모토는 ‘1등 KT’다. 하지만 계열 회사중 고객들의 반응이 가장 빠른 야구단이 하위권에서 헤맨다면 ‘1등 KT’에 커다란 상처가 날 수 있다.

언젠가 황회장이 임원 세미나에서 강조한 것 처럼 ‘100-1은 99‘가 아니다. ‘100-1’은 제로(0)가 될 수 있다. 아무리 건강한 사람(100)이라도 암세포 덩어리 하나(1)를 이겨내지 못하면 죽음(0)에 이를 수 있듯이 모기업이 아무리 잘 나가도 계열사 하나(kt 위즈)가 죽을 쑤면 그 찬란한 업적도 빛을 바랠 수밖에 없다. 야구 칼럼니스트/前 스포츠조선 야구大기자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