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해커, KIA 헥터, 두산 니퍼트(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 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에이스의 존재감은 타 팀 뿐 아니라 같은 팀에게도 자극이 된다. 조금만 더 하면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존재다.

전날 광주에서 열린 KIA와 두산전이 그랬다. 두산은 니퍼트가 나왔고 KIA는 헥터를 내보냈다. 두 선수가 누군가. 둘째 가라면 서러운 리그 최고의 외인 투수 아닌가.

팽팽한 투수전 양상이 될 것이라 봤다. 그런데 경기 양상은 전혀 반대였다.. 니퍼트는 3이닝 11피안타 9실점을 허용하며 시즌 5패째를 당했다. 니퍼트답지 않은 피칭이었다.

헥터 역시 5이닝 13피안타 6실점을 기록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KIA가 이겼다. 그것도 20-8로 이겼다. KIA 타자들이 니퍼트 공략에 제대로 성공한 경기였다.

헥터도 시원찮게 던지긴 했지만 시즌 11승 달성에 성공하며 리그 다승 부문 1위를 잘 지켜내고 있다. 상대가 니퍼트임에도 제대로 터진 팀 타선의 도움이 컸다.

어떤 팀이든 마찬가지다. 팀 내 에이스가 출격하는 날은 이겨야 하는 날이다. 상대 1~2선발이 나와도 우리 에이스가 나가면 1, 2점만 얻어내도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에이스의 성적은 곧 팀의 성적이어야 한다. 그렇게 팀과 함께 웃는 에이스가 있는 반면, 혼자 열심히 던지고 있지만 팀이 따라와주지 못하는 울고 싶은 에이스가 있다.

헥터는 리그 선두 KIA의 에이스다. 11승이다. 설렁설렁 던지는 것 같은데 확실히 자기 만의 페이스를 유지한다. 급하거나 위기 상황에서도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주자가 나가면 슬그머니 글러브 안에서 구속을 꺼내와 빠른 속구로 승부한다. 체력도 비축하면서 노련하게 던진다. 얄미울 정도다.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선발에 제격인 투수다.

평균자책점도 2.86으로 리그 4위다. 다승과 평균자책점 모두 리그 상위권, 그리고 팀까지 선두를 달리고 있다. 팀과 함께 웃는 에이스로 합격이다.

여기 또 한 명의 합격생이 있다. 2위 NC의 에이스 해커다. 일단 평균자책점이 2.99로 리그 5위다. 승수는 7승으로 리그 공동 5위다.

전날 SK를 상대로 2-1, 한 점차로 승리를 거뒀는데 해커가 홀로 9이닝을 지켜내며 완투승을 기록했다. 선발진 운영이 어려운 NC에서 해커의 비중은 상당히 크다.

맨쉽이 7승까지는 잘 달려왔는데, 그 다음부터 소식이 없다. 국내 토종 선발진도 탐탁치 못하다. 다행히 약점이 없는 선수 구성 및 김경문 감독의 지도력을 바탕으로 2위를 달리고 있다.

kt 피어밴드, 롯데 박세웅. 스포츠코리아 제공
니퍼트는 문 닫고 들어온 추가 합격 정도다. 리그에서 가장 KBO리그를 잘 아는 외국인 투수다. 두산이 3위인데 니퍼트는 7승을 기록, 리그 다승 부문 공동 5위다. 하지만 최근의 부진이 영 심상치 않다.

평균자책점도 3.47까지 떨어졌고 지난 14일 잠실 LG전에서는 개인 한 경기 최다인 7개의 볼넷을 내주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전날도 개인 한 경기 최다 실점을 장식, 아쉽게 무너졌다. 작년 정도의 위압감은 아니다. 그래서 두산이 1위가 아닌 3위인가보다.

그래도 팀이 상위권에 있고 개인 성적도 나쁘지 않은 합격생은 여기까지다. 정말 열심히 하는데 팀 순위는 저 아래다. 흔히들 말하는 '소년가장' 혼자 우는 에이스는 누가 있을까?

우선 롯데의 최동원-염종석이라는 우완 안경 에이스 계보를 잇고 있는 박세웅이다. 안경을 쓴 부산 갈매기와 쓰지 않은 부산 갈매기는 큰 차이가 있는 것 같다.

박세웅은 평균자책점 2.03으로 리그 2위다. 승수도 8승을 기록하며 리그 공동 2위다. 만개했다. 하지만 팀은 5할 승률 밑인 31승 37패(승률 0.456)의 7위다. 6위 넥센과의 승차가 4경기가 된다.

열심히 따라가려 해도 주축 타자인 이대호도 부진에 빠졌고 외인 선발 레일리는 3승 7패, 에디튼은 2승 7패다. 박세웅이 있기에 롯데가 지금 순위에서 버티고 있다.

또 한 명의 우는 에이스는 kt의 피어밴드다. 2015시즌에 넥센에서 뛰고 작년부터 kt로 왔는데, kt는 정말 다행이다. 피어밴드라도 없었으면 더 빨리 꼴찌로 추락했을 것 같다.

전날 kt는 롯데에게 4-10으로 패하며 6연패의 늪에 빠졌고 다시 익숙한 꼴찌로 내려갔다. 피어밴드가 평균자책점 2.39로 리그 3위, 7승으로 다승 공동 5위를 기록 중인 것과 정반대의 모습이다.

그나마 규정이닝을 채운 선발인 외인 로치는 2승 6패, 고영표도 4승 7패가 전부다. 진짜 울고 싶은 소년가장이 바로 피어밴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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