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최강 타격과 최강 불펜을 보유한 두 팀…'서로의 약점이 상대의 강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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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야구라는 스포츠는 여러 콘텐츠로 변모했다. 특히나 프로야구가 태동하기 시작한 1983년, 야구를 소재로 만들어진 만화 한 편이 대인기를 끌었다.

그 유명한 '공포의 외인구단'이다. 스토커 기질이 다분한 오혜성과 갈대 마음 소유자의 엄지, 그리고 박용택을 닮은 마동탁까지 개성 넘치는 캐릭터가 즐비했다.

당시 지옥훈련을 마치고 돌아온 오혜성과 동료들은 꽤나 기괴한 야구를 보여줬다. 100경기 연속 안타와 8할 타자, 필살 수비라 불리는 1루수 수비 시프트, 그리고 손가락 하나를 잘라서 던지는 너클볼까지, 지금봐도 재밌다.

그 중에서도 인상적인 장면은 바로 여기다. 당시 오혜성의 서부구단은 전승을 노릴 정도로 강했다. 한국시리즈 마지막 승리를 앞두고 손병호 감독은 이날 경기가 서부구단의 마지막이라고 말한다.

다들 놀라고 손사래 치지만, 손 감독은 "한 팀에 강한 전력이 집중되어 있어서는 전체 프로야구 발전에 좋지 않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너희들은 각자 흩어져 서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실력을 키워야 한다. 피나는 대결을 벌여라. 경쟁보다 더 좋은 참고서는 없다"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타격과 수비, 선발과 불펜까지 모두가 완벽한 팀은 없다. 그런 팀이 존재하다면 리그의 재미는 확연히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두 팀이 있다. 서로의 부족한 것을 가지고 있는 팀이다. 한 팀은 리그에서 가장 좋은 타선을 보유하고 있다. 다른 한 팀은 리그에서 가장 강한 불펜을 운용하고 있다. 반대로 말해 자신의 약점이 상대의 강점이다. 바로 LG와 KIA다.

20일 현재 LG는 35승 30패로 리그 4위를 달리고 있다. 5할 승률 이상을 유지하며 평균 이상의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연패도 많았던 LG였지만 순위를 유지하는 가장 큰 비결은 바로 마운드다. 우선 팀 마운드의 평균자책점이 3.55로 리그 1위다.

허프-소사-차우찬-류제국-임찬규까지 5선발이 원활하게 돌아가는 것도 있지만 정말 LG가 자랑하는 것은 바로 불펜진이다. 평균자책점 3.61로 압도적 강함을 보여주고 있다. 세이브 개수는 20개로 리그 3위지만 홀드가 42개로 1위다.

실점도 10개 구단 가운데 유일하게 100점 미만인 88점이다. 허용한 볼넷도 76개로 가장 적다. 불펜진 모두가 제구력이 좋다는 의미다. 위기에서도 강하다. 득점권 피안타율 역시 2할3푼8리로 리그에서 가장 낮고 피출루율(0.328)과 피장타율(0.368)도 마찬가지다.

KIA 야수 최형우, LG 투수 김지용. 스포츠코리아 제공
압도적 불펜인데, 왜 순위는 4위일까? 간단하다. 타격에서 다 까먹는다. 최근 들어 '메가트윈스포'가 터지며 살아나는 느낌이지만, 언제 다시 침체될지 모르는 LG 타선이다. 팀 타율은 2할8푼7리로 리그 6위다. 평균이다. 가장 아쉬운 것은 바로 장타다.

장타율이 0.399로 리그 9위다. 홈런 개수는 40개로 리그 꼴찌다. 117개의 SK에 비하면 30% 정도에 그친다. 2루타 역시 99개로 유일하게 100개 미만이다. 타격이 제 몫을 하지 못하니 불펜이 아무리 버티거나 붙잡아도 이기지 못하는 경기가 많았다.

하지만 리그에서는 LG와 전혀 반대의 고민을 하는 팀이 있다. 바로 선두 KIA다. 팀 타격은 아주 좋은데 팀 불펜이 최악이다. 팀 타율은 2할8푼9리로 리그 공동 2위지만, 득점권 타율은 3할1푼8리 리그 1위로 승부처에서 강한 면모를 보인다.

장타율도 0.439로 리그 3위이며 2루타 개수는 131개로 가장 많다. LG는 4번 히메네스가 없어 고민하는 사이, KIA는 최형우를 비롯해 버나디나가 제 몫을 해주며 팀 상하위 타선을 이끌고 있다. KIA의 선두유지 비결은 선발과 더불어 팀 타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매번 불안한 경기를 보여주는 이유는 바로 불펜이다. 선발진의 활약으로 팀 평균자책점은 4.57로 리그 4위지만, 불펜진 평균자책점은 6.20으로 리그 꼴찌다. 리그에서 두 번째로 적은 209이닝을 소화하지만 가장 약하다.

가장 아쉬운 것은 바로 이닝당 출루 허용률이다. 1.71로 제일 높다. 매번 상대 주자를 내보내면서 위기를 자초한다. 득점권 피안타율 역시 0.333으로 리그 9위다. 이래저래 뒷문이 너무 약하니 큰 점수 차로 이기고 있는 경기에서도 뒤집어지는 경우가 상당하다. 선두 같지 않는 선두의 KIA다.

일단 양 팀 감독의 특성이 그 팀의 컬러가 된 것 같다. 명투수 출신 양상문 감독의 LG는 불펜이 강해졌고 명타자 출신 김기태 감독의 KIA는 타격이 좋은 팀이 됐다. 그렇게 두 팀 모두 지금 수준의 불펜과 타선을 만들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했다.

LG 불펜과 KIA 타선이 합쳐지면 리그 최고의 팀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세상에 완벽한 팀은 없다. 타격과 마운드 모든 것을 갖춘 팀이 있다면 야구는 재미가 없을 것 같다.

팬들이 실망과 한숨을 내뱉어도 지금의 KBO리그가 훨씬 더 재밌는 것은 LG와 KIA 모두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고 상대가 그 빈틈을 집요하게 노리고 있기에 그렇다. 불완전이 곧 재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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