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요, 원님 지나간 뒤 나팔부는 격이지만 한화 감독 문제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한화의 미래가 달린 중요한 문제인 탓이다.

한화 구단은 지난 13일 이상군(55) 감독대행 체제를 올 시즌 끝날 때까지 유지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23일 김성근(75) 전 감독이 자진 사퇴한 뒤 무려 3주가 지나고 내린 결정이었다.

박종훈 단장은 “제일 팀을 잘 알고 있는 이 감독대행이 잔여 시즌을 치르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구단 내부에서 물망에 오른 인물들이 만족할만한 수준이 아니었던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감독 결정을 박 단장이나 구단 사장이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화 그룹의 특성상 김승연 회장이 최종 결심을 한 것은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이 과정에서 단장이나 사장 등이 건의한 구단의 입장이나 대책은 아무 소용이 없다. 마냥 김 회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2년여전 김성근 감독을 영입할 때 당시 사장이 ‘절대 불가’ 건의를 했다가 단박 해임된 사례에서 보듯, 감독 선임은 오로지 구단주인 김회장의 결정에 달렸다. ‘김성근 사태’의 책임은 따져보면 구단주의 몫이지만, 그룹의 오너에게 책임을 묻는다는 게 말이나 되는 일인가.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감독 결정을 타 구단처럼 구단 내부의 건의에 중점을 두지 않으면 한화는 당분간 하위권을 면하기가 어렵다.

이상군 감독대행의 유임은 몇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첫째, 김성근감독이 워낙 팀을 쑥대밭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전력 회복이 힘들다는 것이다. 로사리오가 최근 3경기에서 8홈런을 몰아치며 다이너마이트 타선에 불을 붙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타력은 원래 오락가락하는 것이어서 믿을 게 못된다.

두번째는 감독대행 체제에서 한화의 성적 반등이 이뤄지게 있는 게 약(藥)이 아니라 독(毒)이 될수 있다는 점이다.

한화는 지난 16~18일 kt 3연전을 쓸어 담아 지난해 6월 5일 대구 삼성전이후 무려 378일만에 스윕을 달성했다. 이로 인해 이 감독대행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승률은 4한3푼5리(10승13패)로 전체 승률(0.424, 28승 38패)을 살짝 넘어섰다.

시즌 순위가 8위지만 5위 SK와의 승차가 7게임이어서 남은 78경기(총 144경기)를 감안하면 포스트시즌 진출이 손에 잡힐 수가 있다.

이런 추세라면 이 대행으로서는 정식 감독을 목표로 무리수를 두더라도 시즌 끝까지 4~5위에 도전할 것이다.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상황이다.

무리수를 둔다는 건, 김성근 감독 때처럼 투수를 매 경기 4~5명을 투입하는 것. 그러면 시즌 종반이 오기 전에 벌써 투수력이 바닥나 막판 승부가 어려워진다. 무리한 투수 투입의 후유증은 1~2년 더 갈수도 있어 한화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감독대행 체제가 아니라, 이상군이든 누구든 정식으로 2~3년 감독 계약을 해 팀을 추스렸어야 했다.

여기에 코칭스태프 개편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성적 반등의 요소가 없다. 한화는 지난달 30일 윤학길(56) 전 LG 투수코치를 육성군 투수코치로 급히 수혈했다. 그러나 김 전 감독의 뒤를 따라 팀을 떠난 김광수 전 수석코치, 계형철 전 투수코치의 빈자리는 여전히 남아 있다.

한화 구단은 “시즌 종료 후 넓은 인재 풀을 가동해 더욱 신중하게 감독을 선임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정식 감독을 임명해 전력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을 꾀하지 않거나, 혹은 내년을 내다보고 전력을 정비하지 않고 어정쩡하게 대행 체제를 이어가는 것은 열성 한화 팬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결국 한화는 구단 운영 시스템을 전면 개편하지 않으면 늘 ‘땜방팀’이 될 수밖에 없다. 야구 칼럼니스트/前 스포츠조선 야구大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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