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이 다 그렇겠지만 야구에서 기본의 중요성을 새삼 느낀 한 주였다. 특히 야구 룰과 관련해 한 주에만 두 차례의 소동 아닌 소동이 빚어졌다.

지난 13일 고척 NC전에서 넥센 한현희가 부상으로 자진 강판한 뒤 우완 투수 오윤성이 대신 마운드에 오른 과정. 스포츠코리아 제공
첫 번째로 문제가 됐던 장면은 지난 13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NC와 넥센간의 경기에서 펼쳐졌다. 3회초 투구를 위해 마운드에 올랐던 넥센의 우완 사이드암 투수 한현희는 급작스럽게 팔꿈치에 통증을 느끼고, 심판진에 자진 강판 의사를 전했다. 당연히 부상 선수는 교체가 가능하다. 하지만 문제는 심판진의 룰 적용에 있었다.

KBO 리그규정 제 15조 2항 나에 따르면 “명백한 부상으로 인해 투구할 수 없게 된 경우에는 등판 후 첫 타자 또는 대타가 아웃되거나 출루하거나 공수 교대가 될 때까지 투구할 수 없게 된 경우에도 교체가 가능하다”고 명시 돼 있다.

이 때 문제가 됐던 것은 ‘다’ 였다. 부상이 발생했을 시 투수 교체는 같은 유형의 투수로 이뤄져야 하는 것. 즉 한현희를 긴급하게 내리고자 했다면, 다른 우완 언더핸드 혹은 사이드암 투수가 대신 등판해야 했다.

하지만 넥센은 최초 좌완 금민철을 마운드에 올렸다. 금민철은 마운드에 잠시 올랐다가 3루심의 지적을 받고 재차 덕아웃으로 향했다. 결국 마운드에는 우완 투수 오윤성이 등장했고, 그렇게 경기가 진행 됐다. 결과적으로 문제가 있는 출전이었다.

만약 넥센의 출전 명단에 우완 사이드암 투수가 한현희를 제외하고 전무했다면 우완 정통파 투수가 대신 마운드에 오르는 것은 전혀 문제가 안 됐을 것이다. 그러나 넥센의 출전 명단에는 버젓이 우완 사이드암 투수 신재영이 자리하고 있었다. 넥센 구단이나 심판진 모두 규정을 어긴 셈이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당시 경기를 주관하던 김병주 심판조장은 규정은 인지하고 있었으나 선발 투수인 신재영을 배려해 그의 출전을 강요할 수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선발 투수를 배려하는 것은 팀에서 걱정할 문제이지, 심판이 걱정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결국해당 경기 심판조 전원은 KBO로 부터 제재금 100만원을 부과받았다. 심판진이 앞으론 보다 더 룰을 정확히 적용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물론 넥센의 오윤성 기용을 제지하진 않았지만, 심판진이 우완 정통파 투수가 등판한 것에 대한 문제 인식이 있었고, 실수를 인정한 것은 보기 좋았다. 그러나 야구 경기는 어디까지나 팬들을 위한 경기다. 팬들을 위해서라도 정확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 룰이라는 것이 그냥 있는 것이 아니다.

아무래도 한국은 심판진들 중 다수가 야구인들인 탓에 선수들과 일종의 선·후배 문화 속에서 경기를 진행하고는 한다. 앞서 신재영을 향한 배려 아닌 배려 역시 바로 한국의 특수한 심판진 구성이 영향을 미친 셈이다.

야구 프로리그의 역사가 오래된 일본이나 미국은 심판 학교가 별도로 운영되고 있다. 두 국가의 프로 무대에서 활동하는 심판들 중에는 야구인들 보다 일반인들이 훨씬 많다. 몇 차례오심 논란에 휩싸이고 있는 한국도 이제는 심판을 양성할 수 있는 교육기관 설립을 진지하게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투명성 논란에서 자유로워 질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심판들도 최근 논란이 되는 행동을 보였지만 지도자들 역시 어느 상황에서도 기본을 지킬 수 있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특히 지난 16일 역시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롯데와 넥센간의 경기가 그렇다. 롯데는 당초 최준석을 3번 타자 겸 1루수로, 이대호를 4번 타자 겸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시키고자 했다. 하지만 실제로 넥센에 건네준 명단에는 최준석과 이대호의 포지션을 바꿔 기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롯데 측은 여느 때처럼 1회말 수비 당시 최준석을 1루수로 기용했다. 당연히 넥센 입장에서는 롯데 측으로부터 받았던 오더와 다른 수비 기용에 문제를 제기 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롯데 측의 표기 실수가 인정돼, 롯데는 지명타자 제도를 활용하지 못하게 됐다.

지난 16일 고척 넥센전에서 출전 명단 오기로 4번 타자가 된 롯데 선발 투수 노경은. 연합뉴스 제공
2017 KBO 야구 규칙 상 지명타자가 수비에 나간 팀은 지명타자 제도를 활용할 수 없게 된다. 이 때 지명타자의 타순은 변경하지 않고 이와 관련된 교체로 물러난 야수의 타순에 투수가 들어간다. 즉 최준석의 타순은 그대로 3번이 유지됐고 지명타자 최준석과 교체된 셈이 된 이대호를 대신해 투수 노경은이 4번 타순에 배치됐다. 강타자 이대호를 1회초 공격 단 한 차례만 활용하게 된 한 마디로 촌극이었다.

물론 가끔은 나도 미국의 내셔널리그처럼 KBO리그의 일부 경기가 운영된다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게다가 간혹 경기 후반부 총력전을 펼쳐 야수가 모두 소모됐을 때, 투수가 타석에 들어서는 일도 있다. 나도 NC시절 타석에 들어선 일이 있고, 지난 14일 인천 한화전 8회말 타석에 들어선 SK의 우완 투수 전유수 역시 그랬다.

지난 1998년 4월 27일 임창용은 해태 시절 OB 마무리 진필중을 상대로 2타점 적시타를 때려내고 세이브를 올린 진귀한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런 흔치 않은 일들은 야구의 보는 재미를 극대화 시키는 요소로 작용한다. 하지만 롯데의 앞선 사례는 재미는커녕 오히려 팬들을 화가 나게 만드는 일이다. 실제로 이날 경기는 롯데의 1-2 석패로 마무리 됐는데, 이대호가 계속 뛰었다면 경기 결과가 어떻게 달라졌을지 모를 일이다.

현장에는 보통 라인업만을 전담해서 관리하는 매니저가 있기 마련인데, 기입 과정에서 현장과 매니저간의 혼선이 빚어진 듯하다. 실제로 롯데 관계자는 현장과 매니저간 커뮤니케이션의 문제가 있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라인업을 최종적으로 확인하는 것은 감독의 몫이다. 롯데 조원우 감독이 좀 더 세밀하게 확인을 했다면 어땠을까 라는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나 역시 처음 보는 장면인데, 다시는 이러한 실수가 반복되지 않았으면 한다.

분명 최근 심판과 지도자들이 실수를 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실수가 잘 못은 아니다. 누구나 실수를 할 수는 있다. 다만 심판과 지도자 모두 두 번 다시 이와 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박명환 스포츠한국 야구 칼럼니스트·해설위원/ 現 야구학교 코치, 2017 WBC JTBC 해설위원

정리=이재현 기자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