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
베테랑 우완 불펜투수 이재우는 지난 8일 한화로부터 웨이버 공시 됐다. 만 37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와 현재 몸상태를 감안한다면 사실상 은퇴 수순을 밟아야 할 처지다. 올시즌을 앞두고 비시즌 기간 내내 야구학교에 찾아와 의욕적으로 몸만들기에 나섰던 그였기에 나 역시도 그의 은퇴가 무척이나 아쉽다.

  • 지난 2016년 한화 시절의 이재우. 스포츠코리아 제공
누구 보다 성실했던 선수로 유명한 이재우는 지난 1998년 OB(두산의 전신)의 지명을 받아 지난 2001년 1군에 데뷔했다. 이후 그는 무려 2015시즌까지 두산에서 오랜 기간 뛰었다. 나와도 함께 지낸 시간이 상당한 선수가 바로 이재우였다. 비록 그가 나와는 달리 주로 불펜투수로 뛰었지만 무척 막역한 사이였다.

지난 2005년은 나도 이재우도 잊을 수 없는 한 해 였다. 이재우는 지난 2005년 1.72의 평균자책점과 28홀드로 그해 홀드왕에 올랐다. 나의 경우 2005년은 그 유명한 양배추 사건이 펼쳐진 해이기도 하다.

아직도 그와 함께한 추억 속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그 해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3차전이었다. 당시 2패를 떠안은 두산은 나를 3차전 선발 투수로 예고했다. 어깨 부상으로 고전하다 82일 만에 마운드에 올랐던 나는 진통제를 맞고 5이닝을 무안타 5볼넷 1실점으로 막아냈다.

나름 팽팽하던 경기는 8회에 삼성쪽으로 크게 기울며 끝내 두산이 패했는데, 결정적인 패배의 빌미를 제공한 이가 바로 절친한 후배였던 이재우였다. 0-1로 끌려가던 8회초 2사 1,2루에서 양준혁 선배에게 우월 3점포를 맞은 것. 당시에는 정말 아쉬운 패전이었지만, 지금은 웃으면서 이야기 할 수 있는 추억이다.

나는 2006시즌을 끝으로 두산을 떠났지만, 이후에도 이재우와는 친분을 유지했다. 친분은 나의 현역 은퇴 이후에도 지속됐고, 이재우는 매번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나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지난 2015시즌 이후 현역 생활 연장 의지가 강해 두산을 떠날 기로에 놓였을 때도, 나와 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았던 이재우는 최근 은퇴 결정 소식이 전해진 지난 9일에도 수화기를 통해 나와 장시간 대화를 나눴다.

1~2주 전부터 자신이 정리 될 것 같은 느낌을 받았지만 막상 구단의 웨이버 공시 처분이 확정되자 이재우는 많이 울었다고 한다. 올시즌 1군에서는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한 채 사실상 방출(웨이버 공시)과 은퇴를 당한 셈이니 당연하다. 나 역시 2년 전 현역 은퇴를 경험했기에 그가 느낄 아쉬움에 대해 무척이나 공감한다.

매일 여러 매체와 관중들의 눈길 속에서 상대 타자들과 수 싸움을 하며 치열한 삶을 살아왔는데, 갑자기 정든 야구공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을 받아들이기란 결코 쉽지 않다. 그가 현재 느낄 허무함과 공허함은 상당할 것이다.

한화에서는 시즌 도중 웨이버 공시 결정을 내렸기에, 이재우에게 퓨처스 팀 코치 자리를 제안하며 최대한 배려를 베풀고자 하는 눈치다. 잔여연봉 지급 문제가 남아있기에 이를 해결 할 수 있는 가장 깔끔한 방법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재우의 코치 부임이 아직 최종 확정된 사안은 아니다. 구단도 이재우 본인도 마지막까지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 지난 2005년 두산에서 뛰던 이재우의 모습. 스포츠코리아 제공
이재우 보다는 한화 입장에서 고민이 많을 것이다. 아직 코치 선임 확정 발표가 나기도 이전에 일부 매체에서 먼저 코치 선임 관련 소식을 전했기 때문.

한화가 이재우의 코치 선임 결정을 쉽게 내리지 못하는 부분도 이해한다. 이재우가 만약 한화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다면 퓨처스 팀 코치 선임이 보다 쉬웠겠지만, 애석하게도 그는 프랜차이즈 스타가 아니다. 이재우는 한화에 입단한지 이제 겨우 2시즌도 채 지나지 않은 선수일 뿐이다.

최근 이재우와 비슷한 시기 은퇴를 결정한 넥센 마정길은 은퇴와 동시에 불펜 코치가 됐고 9일 은퇴를 결정한 최영필 선배 역시 KIA에서 곧장 전력 분석원으로서 새 삶을 살게 됐다. 두 선수는 모두 넥센과 KIA에서 오랜 기간 활약했기에 구단이 쉽게 품을 수 있던 측면이 크다.

사실 이재우가 2015년 두산을 떠나기로 마음먹었던 당시 나는 그를 만류했었다. 나는 재우에게 “출전기회가 다소 적더라도 두산에 남아 1,2년을 버틴 뒤 은퇴를 결정한다면 팀 내 코치직 제안을 받을 가능성이 높을 것 같다. 나중에 다른 일을 하더라도 두산에서 코치직을 짧게라도 수행했던 경험은 큰 자산이 될 것 같다. 제 2의 인생까지 내다봤을 때 두산에 끝까지 남는 것이 큰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실제로 두산은 2015시즌 종료 이후 이재우와의 면담에서 코치직을 제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역으로서 더 뛸 수 있을 것이라 믿었던 이재우는 끝내 두산과의 이별을 택했고 그렇게 한화행이 이뤄졌다.

여러 이유로 아직 한화 퓨처스팀 코치 부임이 확정되진 않았지만 이재우는 코치로서 좋은 자질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한화에 코치로 부임한다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 같다.

이미 선수임에도 퓨처스 팀 내 후배 선수들에게 코치와 같은 존재로 알려진 이재우다. 내가 아는 이재우의 성향상, 그는 후배들에게 자신의 기술과 정신력 단련 노하우를 전수해주는 데 주저함이 없을 것이다. 또한 후배들에게 고압적인 태도를 유지하며 윽박지르며 강요하는 스타일도 결코 아니다.

  • 지난 2016시즌 한화의 이재우. 스포츠코리아 제공
게다가 큰 팔꿈치 수술을 두 차례나 할 정도로 산전수전을 겪은 이재우의 이력은 지도자로서 선수들을 대할 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굳이 투수 코치 혹은 보조 코치가 아니더라도, 재활 코치로도 큰 능력을 발휘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수술로 힘겨워 하는 선수들의 마음을 가장 잘 헤아려 줄 수 있는 적임자다.

은퇴를 결정한 이재우에게 조언해 주고 싶은 것은 선수가 아니더라도 또 다른 삶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고, 힘들어하지 말고 제 2의 인생을 준비했으면 좋겠다는 점이다.

유니폼을 벗으면서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들을 정말 많이 할 것 같다. 이제까지 한 평생 몸을 쓰며 살아왔지만 이제는 머리를 쓰면서 살아야 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하지만 할 일은 정말 많다. 두려워 할 것 없다.

또한 이재우의 등 뒤에는 가족이 있지 않은가. 그동안 선수생활을 한다는 핑계로 소홀했던 가족들과 인생의 1막을 갈무리하며 제 2의 인생방향을 명확하게 설정해나가길 바란다.

박명환 스포츠한국 야구 칼럼니스트·해설위원/ 現 야구학교 코치, 2017 WBC JTBC 해설위원
정리=이재현 기자


본 기사의 저작권은 한국미디어네트워크에 있습니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입력시간 : 2017/06/11 05:56:39   수정시간 : 2017/06/11 12:26:36

오늘의 화제뉴스

테마 갤러리 이전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