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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두 번이나 찾아온 만루 찬스에서 모두 땅볼을 쳐냈다. 속이 타들어간다. 감독도 아쉬움이 큰데 선수 본인은 오죽할까? 결국 연장까지 갔다.

그런데 야구라는 스포츠는 참 신기하다. 만약 타자 오준혁과 3루 주자 이진영의 스퀴즈가 실패로 돌아가지 않았다면? 만약 윤길현의 공이 빠지지 않았다면 다시 기회가 찾아왔을까?

둘 다 일어났다. 여기에 '작은 거인' 김선빈이 고의사구까지 얻어내며 극적인 만루 시나리오가 다시 만들어졌다. 그런데 타석에 들어선 선수가 최원준이다. 기회는 그렇게 기적처럼 찾아온다.

맘 먹고 스윙 했다. 궤도도 좋았고 자신감도 넘쳤다. 스윙 자체에 망설임이 없었다. 윤길현의 초구가 올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고 자기 스윙으로 담장을 넘겼다.

맞는 순간, 본인도 알고 감독도 알고 팀 동료도 알고 챔피언스필드를 찾은 팬들도 알고 있었다. 잠시 방망이를 들고 타구를 지켜본 최원준은 이를 악물고 돌고 돌아 홈플레이트를 밟았다.

감독도 선수를 안아줬고, 선수도 눈을 질끈 감고 감독을 안았다. 지난 28일, KIA는 그렇게 드라마 같은 연장 끝내기 만루 홈런으로 롯데를 8-4로 잡고 주말 3연전의 위닝시리즈를 챙겼다.

불펜은 여전히 9시가 넘어가면 심야 공포영화를 쓰고 있지만 타선의 힘으로 젊은 선수의 감동 성장영화도 함께 쓰고 있다. 이제 진짜 적이 나타났다. 바로 2위 NC다.

30일부터 6월 2일까지 주중 3연전을 마산에서 치른다. 선봉장은 현재 KIA가 가장 믿고 있는 선발인 임기영이다. 일단 팀 선발진에서 평균자책점이 1.82로 가장 낮다.

원투펀치인 헥터(2.49)와 양현종(3.64)보다 낮다. 헥터는 팀 불펜진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양현종이 2경기 연속 고전을 면치 못했다. 임기영만 흔들림 없이 버텨내고 있다.

KIA는 선발로 먹고 사는 팀이다. 그런데 선발진이 미묘하게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안정감을 찾으려면 주중 3연전의 첫 번째 경기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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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영은 이런 투수다. 그는 스트라이크를 잘 던질 수 있는 비결이 뭔지 묻자 "그냥 치라고 던져요"라고 답변하는 투수다. 소위 말해 '깡' 하나는 타고난 것 같다.

두드려 맞더라도 일단 가운데 던지고 본다. 작심하고 던진 공이 먹히지 않으면 벼르고 있다가 다시 그 타자를 상대할 때, 반드시 이기려고 이를 악문다. 그가 주목을 받는 성적을 내는 이유다.

NC는 지난 주말 3연전에서 한화에게 연패를 당하며 잠시 주춤한 상황이다. 하지만 여전히 강하다. 한번 기세를 타면 연승을 밥 먹듯 쉽게 하는 팀이 바로 NC다.

선두 KIA는 33승 17패, 2위 NC는 29승 1무 19패다. 두 팀의 승차는 3경기다. 결국 순위가 맞붙은 팀과의 승패가 중요하다. KIA가 달아나느냐, NC가 추격하느냐, 둘 중 하나다.

KIA 입장에서는 이번 NC와의 3연전에서 고개를 숙이면 전반기를 선두로 마감하려는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주말에 드라마를 쓴 것도 좋지만, 그 기세를 이어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문제는 임기영이 NC를 만나서 좋지 않은 기억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4월 30일, 광주 NC전에서 6.2이닝 4실점(3자책)을 기록하며 시즌 첫 패배를 당했다.

특히나 박석민과 모창민을 상대로 모두 2안타씩 허용하며 특히 약한 모습을 보였다. 두 선수와의 승부에서 임기영은 보다 신중하게 상대할 것으로 보인다.

주춤한 팀 선발진의 페이스를 끌어올려야 하고 팀도 선두를 지켜야 한다. 올해 '5선발'로 점쳐졌던 '3선발' 임기영의 '1선발' 활약이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다.

KIA는 올 시즌 내내 드라마 같은 재밌는 이야기가 담긴 야구를 하고 있다. 임기영도 그 드라마의 주인공 중 한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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