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현 기자] 두산이 무려 250일 만에 6연승에 성공했다. 2017 시즌 초반 잠시 주춤하는 듯 했던 두산이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모양새다. 두산의 거칠 것 없는 상승세 뒤에는 비교적 조용하지만 뜨거운 에반스(31)의 불방망이가 자리하고 있다.

두산 에반스. 스포츠코리아 제공
두산은 지난 25일 오후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의 경기에서 9-7 역전승에 성공했다. 이로써 두산은 지난 18일 마산 NC전을 시작으로 6연승에 성공했다. 지난 2016년 9월 11일 고척 넥센전부터 같은 달 17일 수원 kt전까지 6연승에 성공한 이래로 무려 250일 만에 거둔 성과다. 6연승을 통해 두산은 어느새 리그 순위를 3위까지 끌어올렸다.

시즌 초만 해도 두산은 크게 흔들렸다. 4월을 7위로 마쳤던 두산은 지난해의 위용을 잃은 듯 했다. 김태형 감독이 “4월은 정말 안 풀려도 너무 안 풀렸다”라고 밝혔을 정도. 시즌 초 부진했던 탓에 지금의 6연승은 두산에게 무척 소중하다. 5월 말에 접어든 현재, 두산은 완벽하진 않지만 어느 정도 짜임새가 갖춰진 모습이다.

두산이 반등의 기점으로 삼을 수 있는 이번 ‘5월 6연승 행진’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여러 긍정적 요인들이 시너지 효과를 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요인은 단연 에반스의 불방망이다.

굳이 25일 경기 7회초 우월 3점포를 언급하지 않아도 지난 18일부터 이어진 6연승 기간 동안 두산 야수들 가운데 에반스를 능가하는 활약을 펼친 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연승 기간 전 경기에 나선 그는 타율 4할3푼5리(23타수 10안타), 3홈런, 8타점을 기록했다. 게다가 6볼넷을 얻는 동안 삼진은 2개에 불과해, 출루율은 5할5푼2리에 이른다. OPS(출루율+장타율)는 1.422. 말 그대로 압도적이다.

최근 들어 물오른 타격감을 자랑하고 있지만 사실 에반스가 시즌 초반부터 뛰어났던 것은 아니다. 지난 4월 중순까지만 하더라도 에반스는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4월 13일까지 그의 타율은 2할5푼6리에 그쳤다. 이 때만 하더라도 그의 득점권 타율은 1할6푼7리로, 4경기 연속 타점을 신고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달 14일 마산 NC전 4안타를 기점으로 에반스는 나름 일정한 성적을 유지 했고, 6연승 기간을 통해 본격적으로 타점 생산에 돌입한 모습이다. 이는 2군행을 통보 받았을 정도로 타격 부진에 시달리던 4월을 지나 5월에만 7홈런 21타점을 기록한 지난해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이런 탓에 슬로 스타터라는 평가를 받기도 하는 그다.

에반스 본인 역시 이러한 자신의 성향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는 슬로 스타터라는 사실이 결코 약점 혹은 오명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25일 잠실 LG전 직후 만났던 에반스는 “슬로 스타터라는 세간의 평가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천천히 타격감을 끌어올리는 것이 결코 나쁘게만 느껴지지 않는다. 단기전이면 모르겠지만 시즌은 길다. 시즌 초반 타격감이 좋지 않다고 해서 혼란스러워 한 적은 없다. 미국에서 뛸 당시에도 지난해 보다 심각한 부진을 겪은 적이 최소 두 차례는 있다. 편안한 마음으로 경기에 나서고 있다”라고 밝혔다.

두산 에반스. 스포츠코리아 제공
연승 기간의 좋은 타격감을 향후에도 그대로 이어가길 희망한다는 에반스. 그는 어느새 타 팀의 외국인 타자들에게 나름의 조언을 건네줄 정도로 여유를 찾아가고 있다.

25일 결정적 3점포로 에반스는 여전히 올시즌 두산 팀 홈런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25일 현재 9개의 홈런을 때려낸 그는 큰 이변이 없는 한 두산 선수들 가운데 가장 먼저 두 자릿수 홈런을 달성할 전망.

‘3할 타율(0.308)-20홈런(24개)’을 달성했던 지난해(2016년 6월 7일 수원 kt전)보다도 빠른 페이스로 10호 홈런 고지를 오를 것이 유력해 보인다. 작년에는 김재환을 비롯해 거포가 즐비한 팀원들 사이에 묻혀 있는 인상이 짙었다면, 올시즌에는 본인이 직접 팀 타선을 이끌고 있는 셈. 1년 새 달라진 위상 탓에 부담감은 없을까.

올시즌 팀 내 홈런 선두라는 사실을 일러주자 에반스는 “부담은 없다. 현재의 홈런 기록은 큰 의미가 없다”며 웃어보였다. 아직은 시즌 초반에 불과한 데다 시즌이 종료될 즈음이면 자신보다 더 많은 홈런을 기록할 선수들이 즐비할 것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

김태형 감독을 비롯한 두산 관계자들은 입단 초기 당시부터 에반스의 인성에 대해선 매번 후한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김 감독은 한 때 “에반스의 기본적으로 착한 인성이 가끔은 아쉽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독기를 품고 더욱 절실하게 타석에 들어선다면 훨씬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아쉬움에서 비롯된 발언이었다.

하지만 적어도 최근 6경기에서 만큼은 착한 성격만큼이나 활약도의 이른바 ‘착함’ 역시 얼추 비례하고 있다. 6연승 기간 이어져왔던 에반스의 ‘착한 활약’이 두산을 어디까지 이끌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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