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가 헥터가 선취점 허용의 빌미를 제공한 포수 김민식에게 장난을 치며 부담감을 덜어주는 모습. 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 대전=박대웅 기자] KIA 헥터가 동료의 아쉬운 수비에도 장난을 걸며 미소를 지었다. 마운드 위에서 시종일관 여유가 넘쳐흘렀다. 본인이 왜 KIA의 에이스인지를 증명한 경기였다.

KIA는 25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와의 경기에서 6-4로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KIA는 지난 주말 3연전에서 두산에 스윕패를 당한 악몽을 한화전 스윕으로 깨끗이 털어내며 시즌 31승16패를 기록, 선두 자리를 굳게 지켰다.

스윕의 완성 중심에는 선발 헥터가 있었다. 이날 헥터는 7.2이닝 동안 총 108개의 공을 던진 가운데 6피안타(1피홈런) 1볼넷 6탈삼진 4실점으로 역할을 마쳤다.

기록만 놓고 보면 압도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올시즌 첫 퀄리티스타트에 실패한 경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8회 김태균에게 추격의 스리런포를 내주기 전까지는 사실상 완벽한 모습이었고, 마지막까지 팀의 리드를 지킨 채 역할을 마친 자체에 의미가 있었다.

헥터는 이날 승리로 시즌 7승(무패)째를 챙겨 다승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최근 3경기에서 타선 또는 불펜진의 도움을 받지 못해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했지만 이러한 아쉬움도 함께 털어냈다.

이번 한화전에서는 투구 내용 자체도 훌륭했지만 시종일관 보여준 여유와 긍정적인 마인드가 진정한 에이스의 품격을 증명했다.

헥터는 4회까지 KIA 타선이 계속된 득점 기회를 놓치면서 외로운 호투를 해야만 했고, 3회에는 다소 허무하게 선취점을 내주기도 했다. 2사 1, 3루에서 송광민과의 승부 때 공이 뒤로 빠지면서 3루 주자가 홈에 들어온 것. 공식적으로는 폭투로 기록됐지만 포수 김민식이 충분히 잡을 수 있었던 공이었기에 헥터로서는 아쉬움이 남을 만 했다. 그러나 헥터는 송광민을 루킹 삼진 처리하며 추가 실점 없이 3회를 매듭지었다.

더 인상적인 장면은 4회말 수비를 마친 뒤 나왔다. 삼자범퇴로 분위기를 끌어올린 헥터는 김민식의 포수 마스크를 챙겨주는 듯 하더니 다시 내려놓고 덕아웃으로 걸어가 3회 실점 상황에 대한 무언의 메시지를 던졌다. 김민식 역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채 헥터의 뒤를 쫓았다.

하지만 이는 마음을 편하게 해주기 위한 일종의 장난이었다. 헥터는 환한 미소 속에 김민식을 독려하며 몇 마디 대화를 주고받았고, 이에 힘을 얻은 김민식은 5회초 2-1 역전에 성공한 이후 한화의 의지를 더욱 확실하게 꺾는 2타점 적시타를 때려냈다.

헥터는 7회 2사 1루에서도 이성열과의 승부 때 포수 김민식의 타격 방해로 출루를 허용했지만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이대진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라왔으나 여유 넘치는 미소로 안심을 시켰고, 실제 대타 박준혁을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했다.

8회 김태균에게 스리런포를 얻어맞고 마운드를 내려가는 순간까지도 헥터는 밝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 본인의 표정이 굳어질 경우 팀 분위기도 순식간에 가라앉을 여지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KIA는 헥터에게 마운드를 물려받은 김윤동이 1이닝 1볼넷 3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한 뒤 임창용이 2사 1, 2루에서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힘겹게 잡아내며 최종 승리를 품에 안았다.

경기 후 헥터는 “앞선 3경기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승리를 챙기지 못했지만 최대한 신경을 쓰지 않으려 했다. 전반적으로 투구 내용에 만족한다”며 기쁨을 드러냈다.

그는 이어 “던지고 싶은 곳으로 최대한 던지려 했고, 그 과정에서의 실수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7회에는 완투를 생각했지만 8회 들어 피로감이 생겼다. 감독님께서 물었을 때 계속 던지겠다고 했는데 마지막 결과가 좋지 못했다. 개인적 욕심보다는 몸상태를 고려해 투구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며 소감에서도 성숙한 모습을 드러냈다.

한편 김기태 감독 역시 “헥터가 호투해줘 승리를 가져올 수 있었다. 3연전 동안 선수단 모두 수고 많았다”는 말로 헥터의 맹활약에 고마움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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