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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대전=박대웅 기자] 야간 훈련, 지옥의 펑고, 그리고 특타. 김성근 감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단어들이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이 한화 지휘봉을 내려놓기로 결심한 이유이기도 했다.

한화는 23일 김성근 감독의 사의 표명을 수용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지난 2014년 10월 김 감독이 한화의 제10대 감독으로 취임한 이후 2년 7개월 만에 벌어진 일이다.

김성근 감독이 사의를 표명한 것은 지난 21일 삼성전을 마친 이후였다. 1군에 정식 등록돼 있지 않은 일부 퓨처스 선수들 중 내야수 김주현, 외야수 박준혁의 야간 타격 훈련에 대해 운영팀장이 우려의 뜻을 전하자 그 자리에서 사의의 뜻을 밝힌 것.

한화는 지난해 박종훈 단장이 부임한 이후 1군과 퓨처스를 철저히 분리해 운영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김 감독이 퓨처스 선수들을 1군에 등록시키지 않은 채로 훈련을 시킨 뒤 다시 퓨처스팀으로 보내는 상황이 늘어나면서 2군의 훈련 체계가 흔들렸고, 자칫 부상자가 나올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중장기적 선수 육성을 최대 목표로 삼았기 때문에 박 단장은 원칙을 철저히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결과적으로 1군과 2군의 분리 운영으로 인한 감독의 역할 축소가 김성근 감독이 불만을 터뜨리며 팀을 떠나게 된 표면적 요소였다.

하지만 그 속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김 감독은 선수가 기량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강도 높은 훈련을 해야 한다는 지론을 가지고서 줄곧 야구 인생을 걸어왔다. 단지 1, 2군 운영에 대한 역할 축소 문제를 떠나 훈련량과 같은 감독 고유권한에 대해서까지 구단이 간섭한다는 느낌에 더욱 큰 분노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김성근 감독은 훈련의 중요성을 입이 닳도록 강조해왔다. 선수의 투구 동작 또는 타격폼을 일일이 따라하면서 그동안 발견된 문제점과 훈련을 통해 어떤 변화가 찾아왔는지에 대해 설명해왔다. 모든 연습과 훈련을 끊임없이 반복했을 때 밸런스를 찾을 수 있어 오히려 부상을 예방할 수 있고, 감각을 완전한 본인의 것으로 만들어 의식에 앞서 행동으로 먼저 들어가도록 만드는 것이 훈련임을 강조했다.

또한 김 감독은 젊은 선수들에게 특타가 체력적으로 큰 문제가 되지 않음을 언급했으며, 스즈키 이치로, 이승엽과 같은 톱클래스의 선수들 역시 수천개의 공을 매일 같이 받아쳤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결국 프로라면 특타, 펑고와 같은 훈련을 이겨내야 하며, 기량 미달 선수가 훈련 없이 시합을 나가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선수 훈련에서조차 권한을 온전히 발휘하지 못하게 되면서 마지막 자존심마저 무너졌고, 결국 구단과 돌이킬 수 없는 루비콘 강을 건너게 됐다.

김성근 감독은 본인의 야구 철학을 꺾을 마음이 전혀 없었고, 한화 역시 새롭게 세운 원칙을 철저히 지키겠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결별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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