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장원준. 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 잠실=이재현 기자] 두산의 좌완 에이스 장원준(32)이 LG를 상대로 어린이날 더비의 설욕을 노렸다. 그러나 폭우는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23일 오후 6시30분 잠실구장에서 열렸던 두산과 LG의 시즌 4차전 경기가 1회말 2사에서 폭우로 인해 취소됐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가장 관심을 모았던 두 선수는 단연 양 팀의 선발 투수 LG 소사와 두산 장원준이었다. 지난 어린이날 더비에서도 선발 맞대결을 펼쳤던 두 선수가 19일 만에 리턴 매치를 펼쳤기 때문.

당시 경기에서 두 선수는 모두 호투를 펼쳤다. 두 선수 모두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했던 것. 그럼에도 희비는 엇갈렸다. 소사는 7.1이닝 1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지만, 장원준은 6이닝 2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됐다.

장원준에게 당시 패전은 큰 상처였다. 지난달 16일 NC전부터 내리 3경기에서 승리가 없었더 그는 어린이날 더비마저 패하며 4경기 연속 무승(3패)이라는 굴욕적 성적과 마주해야했다.

다행히 장원준은 어린이날의 아픔 이후, 상승세를 탔다. 지난 11일 잠실 SK전에서는 통산 2번째 무4사구 완봉승을 거뒀고, 지난 17일 마산 NC전에서도 5이닝 1실점으로 호투를 펼쳤다. 14이닝 동안 단 1점만을 내준 셈.

상승세를 탄 장원준과 달리 소사는 어린이날 더비 이후 2경기에서 한 경기도 선발승을 따내지 못하고 주춤했다. 장원준이 설욕을 펼치기에 가장 좋은 환경이 조성된 것.

1회초 두산의 공격이 무득점으로 종료된 후, 장원준은 여느 때처럼 마운드에 올랐다. 그는 1회말 선두타자 이형종에게 우익수 오른편으로 향하는 큼지막한 2루타를 맞고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그러나 곧바로 운이 따랐다. 2루 주자 이형종이 후속 타자 김용의의 타석 때, 3루 도루를 시도하다 포수 양의지의 재빠른 송구에 아웃 당한 것. 까다로운 주자를 지워낸 장원준은 김용의까지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산뜻한 출발을 예고했다.

여기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좋았다. 그러나 뜻하지 않은 변수가 장원준을 가로 막았다. 바로 폭우였다. 1회초부터 거세진 빗줄기는 장원준이 마운드에 오른 1회말부터 더욱 굵어졌다. 결국 주심은 1회말 2사에서 박용택의 타석 때, 경기 중단을 선언했다.

하지만 30분이 지나도, 비는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라운드를 감쌌던 방수포에도 물이 꽤 깊게 고였을 정도. 결국 주심은 경기 중단을 선언한지 정확히 30분 뒤인 오후 7시 15분 경기 취소를 결정했다.

장원준 입장에서는 무척 아쉬운 취소였다. 소사와의 재대결이 이번 시리즈 내에선 사실상 무산됐기 때문. 두 선수 모두 10개 이상의 공을 던졌기에, 컨디션 상 24일에 재차 나선다는 것은 무리였다.

예상대로 두산과 LG는 24일 선발 투수를 이날과는 다르게 편성했다. 두산은 함덕주를, LG는 류제국을 예고했다. 이날 장원준이 할 수 있는 일은 야속한 하늘만 바라보는 것 뿐 이었다. 그렇게 그의 설욕은 뒤로 미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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