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식, 김응용, 김성근 감독. 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 대전=박대웅 기자]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최고의 감독들이 줄줄이 지휘봉을 잡았지만 그 누구도 한화를 살려내지 못했다. 김인식, 김응용, 김성근의 ‘3金 기대’가 그렇게 종말을 맞이하게 됐다.

한화는 23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리는 KIA전을 앞두고 김성근 감독이 구단과 코칭스태프 측에 사의를 표명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한화는 현재 사의표명에 대한 수용 여부를 협의 중임을 밝혔다. 아직 최종 결정이 난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결별 단계를 밟았다고 볼 수 있다.

한화는 지난 2008년부터 9년 연속 가을 잔치에 초대되지 못한 팀이다. 특히 2009년 최하위로 추락한 것을 시작으로 6시즌 동안 5차례나 최하위에 머물 만큼 최악의 암흑기를 경험하기도 했다.

2004년부터 지휘봉을 잡았던 김인식 감독이 한 때 한화를 강팀 반열로 이끌기는 했지만 세대교체가 계속해서 늦어지면서 결국 우려하던 사태가 터지고 말았다. 결국 2009년 팀이 최하위로 추락하면서 김인식 감독은 그 해 9월 한화 감독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 한대화 감독 체제에서도 암흑기가 지속되자 한화는 2013년 결단의 칼을 꺼내들었다. 한국시리즈 10회 우승에 빛나는 우승 청부사 김응용 감독을 선임해 암흑기 탈출에 대한 의지를 단단히 드러낸 것.

그러나 김응용 감독 역시 한화에서 2년 간 남긴 성적은 91승3무162패에 그쳤으며, 순위를 한 계단도 끌어올리지 못한 채 9개 구단 출범의 시작과 끝을 최하위로 장식하고 말았다.

명장들의 무덤이라는 낙인이 찍힌 한화가 선택한 다음 카드는 바로 김성근 감독이었다. 김성근 감독 역시 한국프로야구 최다승 2위에 올라있을 뿐 아니라 2007년부터 2011년까지 SK에서 3차례나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기 때문에 이번만큼은 다른 결과를 기대하고 김성근 감독에게 전권을 쥐어줬다.

특히 김응용 감독의 자율 야구에서 실패를 경험한 한화는 김성근 감독의 치밀한 데이터에 기반한 야구, 강도 높은 훈련을 통해 선수들의 기본기와 정신력을 함께 끌어올리는 지도력에 높은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김성근 감독 역시 한화를 명문 구단으로 재도약 시키는데 실패했다. 물론 2015시즌 68승76패로 6위까지 도약했고, 2016시즌 역시 66승75패3무로 7위에 올라 만년 최하위에서 벗어난 것은 사실이다. 경기력에서도 ‘마리한화’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낼 만큼 포기하지 않는 근성을 발휘해 상대를 물고 늘어지는 단계에 올려놓기도 했다.

그러나 팀의 오랜 숙원이었던 가을 잔치에 끝내 초대되지 못했으며, 무엇보다 구단의 대대적 투자가 이뤄졌기 때문에 기대치에 한참 미치지 못한 모습이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또한 ‘내일이 없는 야구’로 모든 전력을 매 경기 쏟아내는 선수 혹사 여파가 미래를 어둡게 했으며, 구단과도 끊임없이 대립각을 세우는 등 우려했던 상황이 현실로 나타나기도 했다. 결국 김성근 감독은 계약 기간 3년을 모두 채우기 전 스스로 감독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2016시즌을 마친 직후에도 경질 여부를 놓고 관심이 집중됐지만 권한을 축소하는 방향에서 한솥밥을 계속 먹는 결정을 내린 김성근 감독과 한화였다. 그러나 김성근 감독과 박종훈 단장의 갈등 관계가 점차 악화됐고, 결국 김성근 감독이 팀을 떠나게 됐다.

올해 3월 김인식 감독이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1라운드 탈락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든 뒤 국가대표 감독직에서 물러나 김성근 감독은 노장 감독의 마지막 자존심이나 다름없었다. 지난 2년의 실패를 딛고 올해는 반드시 도약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나타냈지만 올해도 23일 현재 18승25패로 9위에 그친 가운데 지휘봉을 내려놓게 됐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