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현 기자] 삼성과 한화가 난투극에 가까운 벤치클리어링으로 야구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결국 일부 선수들은 징계를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징계의 수위는 서로 달랐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지난 21일 대전 삼성-한화전에서 벌어진 양 팀 간의 벤치클리어링 모습. 스포츠코리아 제공
KBO는 23일 오전 10시 KBO 5층 회의실에서 상벌위원회를 열고, 지난 21일 대전 삼성-한화전에서 발생했던 벤치클리어링 및 퇴장 선수에 대해 심의했다.

당시 경기에서 양 팀은 3회말 2차례나 벤치클리어링을 했다. 삼성의 선발 투수 윤성환이 김태균에게 몸에 맞는 공을 던져 1차 벤치클리어링이 벌어졌고, 이어 윤성환이 후속타자 로사리오에게 몸에 맞는 공을 던져 2차 벤치클리어링이 펼쳐졌다. 특히 두 번째 벤치클리어링에서는 선수단간 거친 몸싸움이 펼쳐졌다.

몸싸움이 정리된 후, 심판진들은 빈볼을 던진 윤성환과 폭력을 행사한 삼성의 페트릭, 한화의 비야누에바, 정현석에게 퇴장 명령을 내렸다. 이날 경기는 KBO리그 사상 최초로 선발 투수가 동시 퇴장(윤성환, 비야누에바) 당하는 흔치 않은 사례로 남았다.

약 2시간의 회의 끝에 상벌위원회는 제재 대상과 재제 내용을 발표했다. 상벌위원회는 벌칙 내규 제 4항에 의거 빈볼 또는 상대선수를 가격해 주심으로부터 퇴장 명령을 받은 삼성 윤성환과 한화 비야누에바에게 출장정지 6경기, 한화 정현석에게는 출장정지 5경기라는 제재를 부과했다.

역시 벤치클리어링 당시 상대 선수를 가격한 것이 확인된 삼성 김재걸, 강봉규 코치에게도 출장정지 5경기와 300만원의 제재금이 부과됐다.

하지만 페트릭에게는 출장 정지 징계가 내려지지 않았다. 페트릭은 별도의 징계 없이 제재금 200만원을 부과받았다. 이로써 그는 23일 대구 kt전에 정상적으로 선발 등판할 수 있게 됐다. 삼성 입장에서는 천만다행으로 느껴질 결과.

페트릭도 정현석과 몸싸움을 펼쳤던 선수. 사건 당시 그는 정현석과 뒤엉켜 넘어졌다. 하지만 여타 선수, 코치들과 징계 수위가 달랐던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삼성의 외국인 투수 페트릭. 스포츠코리아 제공
핵심은 상대를 공격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가격 행위 여부였다.

KBO 상벌위원회 간사로 몸담고 있는 정금조 클린베이스볼센터장은 23일 스포츠한국과의 전화 통화에서 “당시 경기진행위원과 심판의 증언은 물론 영상을 통해 선수들의 당시 상황을 면밀히 분석했다. 물론 페트릭도 몸싸움에 가담했지만, 자신을 가격하려는 정현석을 막아서려다 그와 함께 그라운드로 넘어진 것이 확인됐다. 쉽게 말해 방어적인 차원에서 몸을 쓴 것이다. 상벌위원회는 이 점을 참작했다”라고 답했다.

물론 제재금까지는 피할 수 없었다. 정 센터장은 “페트릭이 정현석과 넘어진 뒤, 일어나서도 별다른 가격 행위를 보이지 않았기에 방어적인 자세를 취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몸싸움에 가담했던 것만큼은 사실이기에 제제금을 부과하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다”라고 설명했다.

같은 몸싸움이었지만 상대와는 의도가 달랐던 페트릭은 그렇게 최악의 상황만큼은 모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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