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과 야구 경기를 비교하면 흥미로울 것 같아, 지난주에 이어 정치 이야기를 또 해본다.

문재인대통령이 취임한 지 오늘(5월 22일)로서 13일째이지만 몇 달이 지난 것 같다. 탈(脫)권위, 개혁, 소통혁신, 깜짝 검찰인사 포함 청와대와 내각의 새 진용 발표 등 너무 숨가쁘게 달려와 대부분 사람들은 두,세달이 후딱 지난 것 같은 느낌이란다.

대통령 임기 5년으로 계산하면, 13일간은 야구로 따지면 막 1회초를 맞이했을 뿐이다. 새 정부 출범을, 공격이 아닌 수비측 입장에서 상황 설정을 해보자. 대통령의 여러가지 획기적이고 겸허한 자세 덕분에 지지율이 80%로 치솟은 걸 보면, 1회초 선두타자의 안타성 타구를 멋진 수비로 땅볼 처리한 상황이다. 과연 2번 타자도 홈팬(국민)들의 기대만큼 범타 처리할 것인가?

하지만 야구 경기에서 승리하기까지 9이닝 동안 숱한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만큼, 새 정부도 ‘산너머 산’의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

내년 6월 지자체장 선거 때 여당은 개헌을 계획하고 있다. 내년 6월이면 새 정부 출범 13개월로 9이닝중 겨우 2회에 해당된다. 그러니까 지금(1회)부터 13개월 후(2회)까지 단 1~2이닝을 치르며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

문재인 대통령이 마산 유세에서 시민이 선물한 NC 유니폼을 들어보이고 있다.

당장 검찰 인사 후유증이 예상되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요구가 봇물처럼 터져 나오는 데다, 곧 있을 국회의 인사 청문회를 기회로 야당 공세가 넘쳐날 게 뻔하다. 상대의 3,4,5번 클린업 트리오를 무력화시켜야 할 다급한 입장이다.

설사 개헌이 국민적 지지를 얻어 통과된다 하더라도, 3회(내년 7월) 이후 실수를 막기 위해 눈을 부릅떠야 한다. 야구에서 실점을 막으려면 단순한 수비 실책뿐 아니라 폭투, 패스트 볼, 중계 플레이 미스가 일어나지 말아야 하듯,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신선한 이미지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측근이나 참모(장관, 청와대 수석 포함), 친인척들이 각종 비리에 연루되지 말아야 한다.

이것 말고도 9회(임기말인 2022년 4월)까지 수시로 위기에 봉착할 운명이다. 사드 재배치, 한미 FTA 재협상, 북핵 위협 등 헤쳐 넘어야 할 외교와 안보 상황이 너무나 심각해 보인다.

거기에다 어마어마한 대선 공약 이행, 1인당 2600만원의 무시무시한 가계 빚 폭탄, 복지 확대와 일자리 창출로 인한 눈덩이 적자는, 아무리 든든한 투수진이나 야무진 수비력이 있어도 실점이 불가피해 보인다.

그러므로 향후 5년간의 국정 운영은, 마치 KBO 리그 중위권쯤 되는 팀이 메이저리그의 월드시리즈 우승팀과 맞붙는 것 처럼 위태위태해 보인다.

그렇다면 팬(국민)들은 홈팀(국가)이 위기를 넘기고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서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 사령탑(대통령)과 선수들(장관및 청와대 수석)이 제 기량을 맘껏 발휘할수 있도록 열심히 성원과 격려를 보내야 한다. 김영삼 대통령의 문민정부꼴이 안 나도록 9회말 경기 종료 차임벨이 울릴 때 까지 목청껏 응원해야 한다.

김영삼 대통령은 취임 초기, 역사 바로세우기와 육군내 하나회 해산, 파격적인 금융실명제 실시 등으로 인기가 90%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차남 현철의 각종 비리, IMF 부도 사태로 인해 퇴임시에는 8%까지 지지율이 급락했다.

야구로 치면, 중반까지 무실점으로 잘 막았으나 9회 대량실점으로 대역전패를 당한 꼴이었다.

새 정부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정 담당자들이 철저한 책임과 희생정신으로 주어진 업무를 충실히 이행해야 하지만, 국민들도 조그마한 실정(失政)에 예민하게 반응하지 말고 임기 종료까지 꿋꿋이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 홈팬의 존재이유는 ‘홈팀 승리’에 있기 때문이다. 야구 칼럼니스트/前 스포츠조선 야구大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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