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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시즌을 시작하기 전, KIA는 타순을 어떻게 짜야할지 고민이 많았다. 우선 100억을 주고 데려온 최형우가 중심타선에 합류했다.

기존의 중심타선이었던 김주찬-나지완-이범호의 타순도 변경을 해야 했다. 시범경기를 시작으로 KIA는 차분하게 퍼즐을 맞춰나갔다.

기본적인 생각은 외인 버나디나를 톱타자로 두고 3번 김주찬, 4번 최형우, 5번 나지완, 6번 이범호 순으로 짜는 것이었다.

현재까지 최형우는 몸값을 제대로 해주고 있고, 나지완도 작년에 이어 올해 역시 잘해주고 있다. 그런데 두 선수가 문제였다. 작년 KIA 타선을 이끌었던 김주찬과 이범호였다.

두 선수는 각자의 사정으로 팀에 보탬이 되지 못했다. 우선 김주찬은 페이스가 너무 떨어졌다. 타율이 1할대에 머무르며 3번 자리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2회 첫 타자로 4번 최형우가 나오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테이블 세터진과 중심타선이 제대로 연결 되지 못했다. 일단 믿고 내보내는 중이지만 김기태 감독도 속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리고 이범호의 경우, 부상이 뼈아팠다. 허벅지 부상으로 인해 시즌 시작을 정상적으로 하지 못했다. 대신 김주형으로 1루와 3루를 번갈아 채웠는데 역시나 역부족이었다.

겨우 몸 상태를 끌어올리고 다시 돌아왔는데 역시나 온전한 상태는 아니었다. 4월 8경기동안 22타수 4안타 타율 1할8푼2리에 불과했다. 5월부터는 조금씩 감을 잡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난 14일 문학 SK전에서 그는 고개를 숙였다. 3-3으로 비기고 있던 8회말, 상대 투수 김주한과 풀카운트 접전을 벌였는데 6구째 공을 그대로 지켜보며 루킹 삼진으로 아웃이 됐다.

결국 9회말, 김동엽에게 끝내기 홈런을 허용하며 3-4로 패했다. 이범호에게 그 때의 기억은 뼈아팠다. 이범호 정도의 베테랑이라면 파울이든 뭐든 어떻게든 방망이를 휘둘러서 결과를 만들어내야 했다.

3번과 6번에서 고민이 생기니 최형우와 나지완이 고립되는 경우가 종종 생겼고 이는 팀 타선 전체에 영향을 미쳤다. 그래서 KIA는 생각했다. 그런데 다행히 3번과 6번이 모두 가능한 타자가 팀에 있었다.

바로 2루수 안치홍이다. 김주찬과 이범호가 주춤하고 있는 사이, 안치홍이 3번과 6번 자리를 오고가며 KIA는 타선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우선 3번은 기복이 없어야 하는 자리다. 눈야구도 할 줄 알아야 하고 기본적인 팀 타격을 물론, 장타력도 있어야 한다. 김주찬이 딱인데 김주찬이 좋지 않으니 대안은 안치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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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현재 안치홍은 3번 자리에서 27번을 타석에 들어서 24타수 8안타 타율 3할3푼3리 2타점을 기록했다. 장타율은 0.375, 출루율은 0.407이었다. 타격보다 좀 더 출루에 신경을 썼다.

이후 김기태 감독이 김주찬에게 신뢰를 주고자 3번으로 고정 시켜 내보내자, 이범호가 조금씩 페이스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안치홍을 6번 자리에 투입 시켰다.

6번은 중심타선과 하위타선의 연결고리 역할을 해주는 자리다. 중심타선이 출루하면 해결할 수 있는 능력도 있어야 하고 하위타선을 기회를 연결, 빅이닝을 만들 수 있는 것도 6번이다.

안치홍은 올해 6번 타순에서 가장 많이 나섰다. 모두 63타석을 소화했고 54타수 16안타 타율2할9푼6리를 기록 중이다.

그렇게 6번을 채울 수 있는 선수가 있으니 김기태 감독은 지난 16일부터 이범호를 7번으로 배치했다. 이범호에게 마음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함이었다.

그랬더니 이범호가 지난 주중 LG와의 3연전에서 연장전 끝내기 적시타를 포함, 연달아 6안타 2홈런을 몰아쳤다. 제대로 살아나며 공포의 '7번 타자'가 됐다.

거기에 3번 김주찬까지 지난 18일 경기에서 시즌 첫 3안타를 몰아치며 부활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3번과 6번을 오고가며 버텨낸 안치홍이 있었기에 두 선수가 숨을 고를 여유을 가질 수 있었다.

안치홍은 전날 두산과의 경기에서도 6번 타순으로 나서 자신의 시즌 4호 홈런을 포함해 맹타를 과시했다. 뒷문을 지켜내지 못하고 패한 것이 다소 아쉬울 뿐이었다.

김기태 감독은 최근 적재적소에서 활약 중인 안치홍 대해 "굉장히 욕심도 많고 맞지 않으면 항상 고민하는 친구다. 대단하다. 참 성실한 친구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KIA가 자랑하는 김주찬-최형우-나지완-이범호 중심타선의 완성은 안치홍이 있기에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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