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현 기자]한국에서는 ‘타격 기계’로 각광받아 미국까지 진출했던 김현수(29·볼티모어 오리올스)가 미국 진출 2시즌 만에 이제는 출전 자체를 걱정해야하는 처지에 놓였다.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김현수. ⓒAFPBBNews = News1
김현수는 13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의 카우프먼 스타디움에서 열린 캔자스시티 로열스와의 경기에 결장했다. 상대가 좌완 선발 대니 더피를 선발 투수로 예고했기에 어느정도 예상은 됐던 일이다.

지난 6일 시카고 화이트 삭스전 이후 무려 7경기 연속 선발 명단에서 제외된 김현수는 선발 제외 기간 동안 지난 11일 워싱턴 내셔널스전에서 한 타석을 책임지는데 만족해야 했다.

사실상 백업 중의 백업으로 밀려난 모양새다. 선수는 애가 타겠지만 벅 쇼월터 볼티모어 감독은 단호하다. 김현수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더 좋은 모습을 보이는 선수를 기용하겠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

플래툰 시스템(상대 선발 투수 유형에 맞춰 좌우 타자를 번갈아 기용하는 전술)의 신봉자이기도 한 쇼월터 감독은 지난 시즌부터 김현수를 철저히 ‘우완 투수용 타자’로 사용해왔다. 그러나 올시즌에는 상황이 더욱 열악해졌다. 상대가 우완 투수를 선발 투수로 예고해도 결장하는 일이 잦아졌다.

조이 리카드는 물론 1루와 외야 수비가 가능한 트레이 만시니까지 코너 외야 경쟁에 가세하면서 김현수의 입지는 크게 좁아졌다. 특히 올시즌에만 벌써 7홈런을 기록하며 최고의 활약을 선보이고 있는 우타자 만시니의 존재감은 상당하다. 우타자임에도 좌완(타율 0.255) 보다는 우완투수(타율 0.357)에 강하다는 점은 그의 가치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기존의 경쟁자였던 리카드가 그리 뛰어난 편은 아니라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지만 여전히 김현수의 전망은 어둡기만 하다. 김현수 본인의 성적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대비했을 때 크게 저조하다. 단순히 경쟁자들의 호성적과 감독의 기용 방식에만 불만을 품기에는 무리가 있다.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김현수. ⓒAFPBBNews = News1
지난해 김현수는 감독으로부터 마이너리그 행을 권유받았을 정도로 최악의 시즌 초반을 보냈다. 하지만 극히 제한된 출전 기회속에서 그는 큰 임팩트를 남겼다. 6경기에 출전해 타율 6할(15타수 9안타), 1타점, 2볼넷을 기록한 것. 이를 통해 김현수는 5월부터 서서히 출전 시간을 늘려나갈 수 있었다.

그러나 올해 4월은 다르다. 그는 올시즌 4월에만 13경기에 나서 타율 2할5푼7리(35타수 9안타), 1홈런, 3타점, 4볼넷을 기록했다. 출전기회는 배 이상 많아졌지만 안타 개수는 동일했던 것. 게다가 우완 투수 상대 타율이 2할5리에 불과하다는 점은 그의 기용을 주저하는 이유 중 하나. 심지어 출루율조차 2할8푼6리에 그쳤다. 마땅한 특색이 없는 그의 기록은 그를 더욱 작아지게 만들었다.

현재로서는 이렇다 할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 출전시간은 줄어들고, 경기 감각은 떨어지고 들쭉날쭉한 출전 기회 속에서 성적은 더욱 하락세를 타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중이다. 장타력 보완만이 살 길처럼 여겨지지만 단 시간 내에 해결될 문제도 아니라 더욱 답답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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