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제공
[스포츠한국 잠실=박대웅 기자] 최근 김성근 감독은 타 팀 젊은 투수들에 대한 칭찬 릴레이를 이어갔다. 그렇다면 정작 한화에는 칭찬받을만한 젊은 피가 없을까. 김재영이 “바로 나”라고 대답할 시기가 찾아왔다.

한화는 13일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LG와의 경기에 김재영을 선발 투수로 예고했다.

올시즌 두 번째 등판이다. 선발로는 처음 마운드에 서며, 프로 통산으로도 지난해 4월6일 넥센전 이후 무려 402일 만에 선봉장 역할을 책임지게 됐다.

2016년 2차 1라운드 2순위로 한화에 입단한 당시만 하더라도 김재영은 팀의 미래를 이끌 기대주 가운데 하나였다. 그는 2016년 시범경기에서 15이닝 1실점의 짠물 피칭을 선보이며 한화 팬들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하지만 페넌트레이스에 돌입하면서 기대는 실망으로 점점 바뀌었다. 김재영은 프로 첫 해 11경기에 등판해 평균자책점 10.32(11.1이닝 13자책점)의 초라한 성적만을 남겼고, 결국 아쉬움 속에 프로의 벽을 실감해야 했다. 시즌 초반 선발 기회를 스스로 살려내지 못했고, 이후에는 불펜으로 듬성듬성 자리를 채우는 정도로만 활용됐다.

그러나 올시즌 퓨처스리그에서 6경기 4승무패 평균자책점 1.06의 호투를 통해 다시 한 번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고, 결국 지난 9일 1군 엔트리에 등록되는 성과를 남겼다.

그는 10일 롯데전에서 짧게나마 존재감을 발휘했다. ‘옆구리 투수’에게 약점을 보인 이대호와 최준석의 대항마로 낙점돼 1-3으로 뒤진 7회 무사 1루에 투입됐고, 두 선수를 각각 2루수 플라이, 우익수 플라이로 처리하며 본인의 역할을 깔끔히 완수했다.

김성근 감독은 김재영에게 향후 선발 기회를 부여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내기도 했다. 당초 13일 경기는 지난 4일 SK전 이후 충분한 휴식을 취했던 윤규진이 보직을 옮겨 선발 등판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김성근 감독은 김재영에게 우선 기회를 부여하는 선택을 내렸다.

김재영으로서는 한화에도 잠재력 넘치는 유망주가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 김성근 감독이 최근 타 팀 유망주 선수들을 차례로 칭찬한 것에 자극을 받아야 한다는 의미다.

김성근 감독은 지난 롯데와의 주중 2연전에서 대졸 신인 강동호의 공 3개에 감탄을 금치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당시 강동호는 9회말 2사 후 마운드에 올라 하주석을 상대로 3구 삼진을 잡아내며 그대로 경기를 매듭지었는데 김성근 감독은 “마지막에 던진 투수의 공이 상당히 좋았다. 시합이 끝나고 어떤 선수인지 바로 찾아봤다”는 말과 함께 “앞으로 좋아질 투수다”며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다. 김 감독은 12일 경기 전 다시 한 번 강동호에 대한 이야기를 취재진들에게 꺼내기도 했다.

김 감독은 11일 롯데 박세웅과 맞붙기 전 그에 대한 칭찬도 이어갔다. 박세웅의 팔 스윙이 빨라지면서 직구 뿐 아니라 포크볼 역시 좋아졌다는 평가를 남긴 뒤 씩씩하게 던지는 모습에도 인상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실제 박세웅은 승리를 아쉽게 놓쳤지만 6이닝 2피안타 2볼넷 3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며 지난 시즌까지 한화에 약했던 모습을 완전히 씻어냈다.

김성근 감독은 박세웅의 피칭을 본 이후에도 “마운드에서 여유가 느껴졌다. 이대호에게 수비 위치를 지시하는 모습도 있더라. 볼 끝 역시 좋았다”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 밖에 김 감독은 12일 LG 선발로 등판한 고졸 신인 2년 차 김대현에 대해서도 “4월 첫 대결 당시 제구가 좋았던 투수로 기억한다. 타자들이 상대하기가 쉽지 않다. 올해 좋아진 투수들은 모두 제구가 개선됐다”면서 칭찬 릴레이를 이어갔다.

물론 한화의 젊은 투수들에 대한 칭찬이 그동안 없었던 것은 아니다. 김 감독은 당장 김재영에 대해서도 “이제는 공이 스트라이크 존으로 들어온다. 구속 역시 147km까지 나오는 것 같다”며 만족감을 드러냈고, 11일 1군에 등록된 김범수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하지만 ‘남의 떡이 더 커보인다’는 말처럼 아직까지 한화 투수들에게는 개선해야 할 부분이 좀 더 많이 눈에 보일 수밖에 없는 김성근 감독이다.

본인의 팀 선수 칭찬에 다소 인색해보일 수는 있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김재영에 대한 믿음이 있기에 그를 13일 선발로 예고하게 됐다는 점이다. 이제 그 기회를 김재영이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한다.

김재영은 지난 11일 취재진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데뷔 시즌의 아픔을 모두 지우고 올해는 새롭게 시작하겠다는 굳은 각오를 밝힌 바 있다. 2군에서 로테이션을 꾸준히 돌며 릴리스포인트를 잡았고, 기존의 직구와 포크볼 외에도 커브와 체인지업까지 시도하는 등 자신감을 쌓았기 때문에 팀에 큰 보탬이 되고 싶은 욕심도 커보였다.

특히 LG는 지난해 4월2일 김재영의 프로 첫 대결 상대이기도 했다. 하지만 김재영은 당시 1.2이닝 동안 4피안타 2볼넷 3실점의 부진으로 2회를 채 지키지 못한 채 마운드를 내려가는 아쉬움을 경험한 바 있다. 프로 데뷔전이었던 만큼 지우려 해도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는 팀이다.

김재영과 선발 맞대결을 펼치는 류제국이 올시즌 7경기 6승1패 평균자책점 3.05로 최고의 기세를 보이고 있지만 김재영에게는 오히려 본인의 이름 석 자를 보다 확실히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13일 경기를 마친 뒤에는 김성근 감독이 타팀 유망주가 아닌 김재영을 극찬하는 상황이 나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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