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잠실=박대웅 기자] 한화 이태양이 시즌 마수걸이 승리를 신고했다. 언제나 그랬듯 이번에도 그 과정은 험난했다.

한화는 지난 1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의 경기에서 5-3으로 승리를 거뒀다. 이날 승리로 한화는 2연승을 따내며 시즌 16승19패를 기록, 9위에서 8위로 한 계단 올라섰다. 4위 SK와의 승차가 1.5경기에 불과하기 때문에 한순간에 중위권 도약을 노려볼 수 있는 상황이다.

이태양이 한화의 연승을 이끌었다. 이날 이태양은 5이닝 동안 5피안타 밖에 내주지 않았으며 4사구 없이 4탈삼진 1실점으로 LG 타선을 틀어막았다. 최고 시속 145km의 직구 뿐 아니라 주무기인 포크볼(31구)을 적극적으로 구사했으며, 슬라이더(7구)와 커브(7구)의 활용 역시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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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양은 올시즌 선발 5경기(총 7경기) 만에 값진 첫 승을 품에 안았다. 지난 등판까지는 실망의 연속이었다. 4월9일 KIA전에서 6.1이닝 2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기는 했지만 한화 타선이 양현종을 공략하지 못해 패전투수가 됐고, 나머지 경기에서는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4월15일 SK전에서는 3.2이닝 8실점의 최악투로 고개를 숙였으며 지난 6일 kt전까지 승리 없이 3패 평균자책점 7.48의 초라한 성적에 머물러 있었다.

정규시즌에 앞서 이태양은 스프링캠프에서도 도합 9이닝 12실점(9자책점)으로 난타를 당했고, 시범경기마저 3경기 9.1이닝 17자책점으로 최악의 모습을 이어왔다. 지난 시즌 부상 후유증을 딛고 후반기 5승3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4.07의 성적을 기록하며 2014시즌 당시의 강렬한 인상을 보여줬기 때문에 올시즌 모습은 팬들에게 더 큰 실망으로 다가왔다. 김성근 감독 역시 지속적으로 기회를 부여했지만 믿음이 좀처럼 빛을 보지 못했다.

이태양이 승리 직후 팬들과 감독의 기대에 대해 가장 먼저 언급했던 것도 이들에 대한 미안함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스스로에게까지 실망하는 일도 많았다는 것이 이태양의 설명.

하지만 이태양은 매 시즌마다 첫 승으로 향하는 과정이 너무나도 험난했다. 올시즌 5번의 선발 등판 만에 승리한 것이 실제로는 가장 빠른 페이스다. 5월 이내에 그가 승리한 것 역시 프로 데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2013시즌까지 프로 통산 첫 승을 경험하지 못했던 이태양은 2014시즌 당시 김응용 전 감독으로부터 기회를 확실하게 부여받았고, 5월부터는 본격적으로 선발로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해 5월9일 KIA전에서 7.1이닝 무실점 완벽투를 선보이고도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했으며, 다음 등판에서도 삼성을 상대로 6이닝 2실점 퀄리티스타트를 또 한 번 기록하고도 스승의 날 김응용 감독에게 그토록 바랐던 승리를 선물하지 못했다. 좋은 활약이 나오면 팀의 도움이 없었고, 스스로 종종 무너지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2014년 6월1일 이태양은 SK를 상대로 7이닝 1실점 역투를 선보이며 데뷔 이후 11번의 선발 등판(불펜 포함 총 41경기) 만에 마침내 첫 승을 품에 안는 감격을 누렸다.

당시 이태양은 정근우로부터 첫 승 기념구를 받은 사실을 밝히며 미소를 지어보이면서도 “이제 새로운 시작이다. 1승은 숫자에 불과한 것이고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덤덤한 반응도 함께 드러낸 바 있다.

특히 이태양은 “이글스라는 팀에 이태양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 아직은 멀었고, 시즌이 끝날 때까지 선발 자리를 지키는 것을 목표로 삼겠다”는 당찬 각오를 밝혔으며, 첫 승을 시작으로 6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 행진을 이어가며 아시안게임 대표팀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2016시즌의 첫 승 역시 눈물겨웠다.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로 2015시즌을 통으로 날린 이태양은 4월말 다소 이른 시기에 복귀를 알렸지만 좀처럼 구속을 회복하지 못하면서 자신감마저 하락했고, 끝내 전반기 내내 단 1승도 올리지 못했다. 이 기간 5패만을 떠안은 가운데 평균자책점도 6.64로 아쉬운 성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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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태양은 2016년 7월28일 프로 첫 승을 안겨줬던 SK를 상대로 6.1이닝 2실점을 기록하며 13번의 도전 끝에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당시 이태양은 “선발로서 그동안 안 좋은 모습을 많이 보였고, 나올 때 조기 강판을 당하는 경우가 많아 팀에 미안한 마음이 컸다”며 승리에 대한 기쁨에 앞서 그동안 겪은 남모를 마음고생과 함께 홀가분한 심경을 밝혔다.

특히 이태양은 “1군은 모든 팬들이 지켜보고 팀 성적도 달려 있기 때문에 컨디션을 올리기까지 더욱 큰 부담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고 언급한 뒤 “하지만 좋게 생각하면 그만큼 기회를 주시는 것이기 때문에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힘든 점이 많았지만 처음부터 잘했던 선수가 아니기 때문에 운동을 꾸준히 해야 몸이 좋아질 수 있다는 생각을 가졌다”며 긍정적인 생각을 잊지 않았음을 전하기도 했다.

2016시즌 역시 이태양은 첫 승을 계기로 선발 3연승을 내달리는 등 후반기 동안 다시 한 번 한화의 미래를 이끌 자원임을 스스로 증명해냈다. 첫 승으로 향하는 과정은 분명 험난했지만 간절했던 승리를 품에 안은 이후 이태양은 분명 한층 성숙해진 모습을 2014시즌과 2016시즌에 걸쳐 제대로 보여줬다.

올시즌 첫 승이 반가운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밑바닥까지 추락한 이태양은 무언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에 계속해서 쫓기기보다 더 이상은 떨어질 곳이 없다는 생각과 함께 ‘칠 테면 쳐보라’는 마음으로 LG전에 임했음을 밝혔다.

비록 2회에 선취점을 내주기는 했지만 이태양은 선배 차일목의 리드 속에 변화구의 제구가 점점 원하는 곳으로 들어가면서 자신감을 찾았고, 결국 값진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다.

매 시즌 치열한 사투 끝에 첫 승을 따낼 때까지 이태양은 언제나 가족의 힘으로 그 과정을 버텨낼 수 있었다.

2014년 이태양은 본인의 글러브에 ‘38.1.28-43.12.20’이라는 복잡한 암호문 같은 숫자를 적었다. 이는 그의 할아버지 이옥만 씨와 할머니 임모방 씨의 생년월일을 의미했다. 선발 등판마다 가슴을 졸이며 기도를 하고 때로는 훈수까지 둘 만큼 손자의 경기에 애정을 드러낸 조부모에게 늘 멋진 모습을 보이고 싶은 각오를 글러브에 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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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시즌 첫 승을 따내기까지는 미스코리아 출신의 아내 김희진 양의 뒷바라지가 큰 힘이 됐다. 지난해 12월초 이태양과 백년가약을 올린 김희진 양은 팔꿈치 수술 후 재활 기간 동안 이태양을 언제나 옆에서 든든히 내조해왔으며, 어느덧 이태양에게는 ‘삶의 이유’와도 같은 존재가 됐다.

이번 승리가 결혼 후 첫 승이기도 했던 이태양은 “결혼을 하면서 책임감이 생겼고 야구를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졌다”며 “아내가 절대 아프지 말라는 말을 해줬는데 앞으로 더욱 좋은 모습으로 빛낼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말로 아내에 대한 고마움과 사랑하는 마음을 담았다.

해 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는 말이 있다. 이태양 역시 시즌마다 첫 승을 신고하기 전까지는 늘 어둠의 연속이었지만 결국에는 우뚝 솟아나며 희망의 빛을 내뿜었다. 결국 저물기에 태양이고, 다시 떠오르기에 태양이다. 이태양은 이제 떠오를 준비가 됐다.

-박대웅의 글LOVE : 글러브(glove) 속에 빨려 들어가는 공처럼 몰입력 있는 기사, 글LOVE라는 표현처럼 가슴 따뜻한 이야기로 사랑받을 수 있는 글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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