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의 외국인 투수 맨쉽이 지난 3일 2017 KBO리그 4월 MVP로 선정됐다. 그는 KBO리그 출입기자단 투표에서 유효표 28표 중 18표(64.2%)를 획득했다. 2위인 최정(SK)이 5표만 득표한 것을 감안한다면 압도적인 득표율이다.

NC의 외국인 투수 맨쉽. 스포츠코리아 제공
나 역시도 4월만 놓고 본다면 맨쉽이 최고의 선수라고 생각한다. 올시즌을 앞두고 NC에 합류한 그는 지난 3월 31일 마산 롯데전 이후 지난달 30일 광주 KIA전까지 선발 6연승을 거뒀다. 결코 쉽지 않은 대기록이다. 이로써 그는 데뷔전 이후 연속 선발 등판 승리 기록(종전 SK 밴와트 5연승)을 경신했다.

맨쉽은 지난해 클리블랜드 소속으로 월드시리즈 6차전에 출전했을 정도로 이름값 면에서는 역대 최고 외국인 투수라 할 수 있다. NC는 170만 달러라는 거금을 투자해 그를 영입했는데, 적어도 지금까지는 거금이 전혀 아깝지 않을 정도다.

최근 몇 시즌간은 전문 계투로 활동했기에 선발로서 빠르게 적응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내 우려는 기우에 가까웠다.

결국 김경문 감독의 관리 야구가 빛을 발한 것 같다. 미국식 야구를 지향하는 NC의 시스템 역시 한 몫을 했다. 시즌 중 갑작스레 보직을 전환한 것이 아닌 스프링캠프 때부터 단계별로 선발 전환 프로그램을 밟아 나간 듯하다.

스프링캠프 당시 맨쉽이 불펜 피칭에 나서는 영상도 찾아 봤는데, 투구수를 조금씩 단계별로 늘렸던 것을 알 수 있었다.

일단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높은 탈삼진 비율이다. 맨쉽은 9이닝당 삼진 개수가 8.2개나 된다. NC 팀 내 1위인 것은 물론 리그 전체에서는 7위에 해당하는 기록. 9이닝 당 볼넷 비율 역시 2.65개로 상당히 적은 편. 전체적으로 제구력이 상당히 안정돼 있다.

맨쉽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좌·우 타자 모두를 압도할 수 있는 결정구가 있다는 사실이다. 일단 우타자를 상대로는 몸쪽 빠른 공을 던져 승부수를 띄우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결정구로는 슬라이더가 자주 쓰였고, 위기 상황에서도 볼카운트 싸움을 길게 끌지 않고 곧장 승부를 내는 경향을 보인다.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는 투심 패스트볼의 제구력이 돋보이는데 특히 우완 투수가 우타자에게 투심 패스트볼을 잘 던지면 땅볼 타구는 물론 삼진을 유도해 내기 쉽다. 투심 패스트볼의 움직임도 좋지만 몸 쪽을 파고드는 날카로운 제구가 인상적이었다.

좌타자를 상대로는 체인지업을 결정구로 사용하는 경향을 나타내는데, 일반적인 체인지업이라기 보단 서클 체인지업으로 보인다.

NC의 외국인 투수 맨쉽. 스포츠코리아 제공
구속이 전체적으로 빠른 편은 아니었다. 직구 최고 시속이 시속 140km대 후반이고, 평균 구속은 140km 중반 정도다. 슬라이더 역시 시속 130km 초반에서 중반을 유지하고 있다. 두산의 에이스 니퍼트처럼 강속구로 상대를 윽박지르는 유형의 투수는 아니지만 니퍼트와 유사한 면이 있다. 바로 투구폼이다.

187cm의 맨쉽은 203cm의 니퍼트에 비한다면 상대적으로 작은 선수다. 하지만 투구폼을 살펴보면 니퍼트 만큼이나 릴리스 포인트가 앞쪽에서 나오는 데다 높은 편이다. 이러면 타자들이 공략하기 쉽지 않다.

지금과 같이 밸런스가 좋고, 경기 운영감각이 살아나고 있는 경우라면 약점을 찾기 쉽지 않다. 게다가 김경문 감독은 맨쉽의 투구수를 무리하게 늘리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주로 계투로 나섰던 이력을 감안한 일종의 ‘관리’다.

실제로 맨쉽은 100개 이상 공을 던지지 않고 있으며 가장 많이 던져도 105개를 넘기지 않는다. 6이닝을 넘겼던 경기는 개막전 한 차례 뿐이다. 철저한 투구수 관리 역시 맨쉽의 일관된 활약을 이끌어 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오랜 시간 버텨주는 이닝 이터는 아니지만 직전 시즌 풀타임 계투로 활약했던 투수가 선발투수로 이정도 해 줄 수 있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

굳이 보완해야할 점이나 과제를 찾자면 역시 건강이다. 맨쉽은 고교는 물론 대학시절에도 토미존 수술을 받았고, 이후에도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려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 팔꿈치 상태가 맨쉽의 발목을 잡았다. 그는 당초 6일 마산 삼성전에 선발 등판할 예정이었지만 컨디션 조절 차원에서 등판 일정이 조정됐다. 그는 지난달 30일 광주 KIA전에서 오른쪽 팔꿈치 근육 뭉침 증세를 호소해 77개만을 던졌음에도 등판을 매듭지은 바 있다. 역시 팔꿈치에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 맨쉽이다.

하지만 팔꿈치 근육 뭉침 증세는 2~3일만 쉬어도 해결이 된다. 큰 문제는 아니다. 당장 7일 경기에 등판 할 수도 있고, 최악의 경우라도 선발 로테이션을 한 번 정도만 거를 것으로 보인다.

기본적으로 위기관리 능력이 좋은 편이나,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슬라이드 스텝을 할 때 일(一)자가 아닌 오픈 스텝 형태를 보인다는 것은 다소 문제가 있어 보인다. 이렇게 되면 왼쪽 어깨가 바깥으로 빨리 벌어지면서 팔이 늦게 나간다.

이렇게 되면 공이 왼쪽으로 빠질 뿐만 아니라, 축이 되는 왼쪽 다리 앞으로 오른 다리가 꼬이는 경우도 자주 발생한다. 최근에는 빠른 수비 대처가 투수의 덕목 중 하나로 급부상하는 추세다. 축이 되는 다리 앞으로 반대편 다리가 꼬인다면 수비 시 빠른 대처가 어려워지는 것은 당연하다.

물론 오픈 스텝 문제가 맨쉽의 기존 습관이 아닐 가능성도 있다. 왼쪽 어깨가 내려가 있는 형태의 오픈 스탭에서는 1루 주자를 보며 투구를 진행하기가 비교적 수월하다. 전략적 선택일 수도 있는 것.

몇 가지 극복해야할 문제점들은 존재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맨쉽이 좋은 투수라는 사실만큼은 확실하다. 시작이 좋았던 맨쉽이 시즌 종반까지 이 상승세를 유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명환 야구학교 코치.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박명환 스포츠한국 야구 칼럼니스트·해설위원/ 現 야구학교 코치, 2017 WBC JTBC 해설위원


정리=이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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