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현 기자]최근 한화에서 두산으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신성현(27)이 최근 2차례의 선발 출장 경기에서 연달아 타점을 신고했다. 당초 백업 내야수로 분류됐지만 이 기세를 당분간 유지할 수 있다면 주전 등극도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두산 신성현. 스포츠코리아 제공
두산은 지난 26일 오후 6시30분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넥센과의 경기에서 10회 연장 접전 끝에 4-3 신승을 거뒀다.

이날 경기의 승부처 중 하나는 역시 두산이 1-0으로 근소하게 앞섰던 4회초 2사 1,2루 상황이었다. 특히 우타 내야수로 주목받아왔던 신성현의 방망이가 빛나는 순간이기도 했다.

지난 17일 한화에서 두산으로 트레이드 된 그는 지난 18일 잠실 삼성전부터 대타로서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23일 인천 SK전까지 줄곧 교체로만 나서왔던 그는 드디어 지난 25일 고척 넥센전에 선발 출격했다.

두산의 아픈 손가락이기도 했던 2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했던 신성현은 이날 4타수 2안타 2득점 1타점 1볼넷을 기록했다. 두산이 비록 9-13으로 패했지만, 신성현은 첫 선발출전 경기에서 두산 입단 이후 첫 안타와 타점을 올리며 나름대로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

‘신성현이 비록 지금은 백업으로 분류돼 있지만 잘만 한다면 언제든지 기용할 의사가 있다’라고 누차 강조해왔던 두산 김태형 감독은 26일 경기에서도 자신의 발언을 그대로 실천했다. 전날 경기에서 멀티히트에 성공한 신성현을 이날 경기 8번 타자 겸 1루수로 선발 출격 시킨 것.

경기 전부터 1루수로 선발 출전한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던 신성현은 경기 시작 직전까지 1루 수비는 물론 타격 연습에 열을 올렸다. 연습을 마친 뒤 땀범벅이 됐던 신성현은 “아직까지도 타격 밸런스가 마음에 들지 않아 마지막까지 연습에 매진했다”며 “선발 출전에 큰 의의를 두지는 않는다. 그저 김태형 감독님이 출전 기회를 주신다면 매 순간 최선을 다할 뿐이다”라고 답했다.

타격은 물론 1루 수비에도 자신감을 내비쳤던 신성현은 이날 자신의 발언이 결코 허언이 아니었음을 입증해보였다. 주변의 기대에 타점으로 응답했던 것. 26일 고척 넥센전에서 그는 4타수 1안타 2타점을 기록했다. 안타는 단 한 차례에 불과했지만 두산의 야수들 가운데 2타점에 성공한 선수는 신성현이 유일했다. 그만큼 그의 활약은 돋보였다.

2회 첫 타석에서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났던 그는 두 번째 타석에서 사고를 쳤다.

1-0으로 앞선 4회초 2사 1,2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신성현은 넥센의 우완 언더 투수 한현희를 상대했다. 그는 한현희의 4구째 시속 142km 직구를 그대로 때려내 우익수 오른쪽으로 빠지는 3루타를 뽑아냈다. 넥센의 허정협은 몸을 뻗어 타구를 잡아내려고 했지만, 타구를 잡기엔 그의 팔이 조금 모자랐다.

두산 신성현. 스포츠코리아 제공
큼지막한 타구를 확인하고 신성현이 3루까지 뛰어가는 사이, 1,2루 주자들은 여유 있게 홈을 밟았다. 2타점을 단숨에 올린 신성현의 시즌 첫 3루타이자, 두산 입단 이후 처음으로 기록한 장타였다. 두산 입단 당시 “언젠가는 장타력도 터지겠죠”라고 농담 섞인 각오를 드러내기도 했던 그는 이번 3루타로 일종의 무력시위를 벌이는 듯 했다.

4회에 터진 신성현의 타점은 그 어느 때보다 귀중했다. 두산의 선발 투수 유희관이 7회까지 무실점 호투를 펼쳤지만 넥센 역시 한현희와 금민철이 8회까지 내준 점수가 단 3점에 불과했기 때문.

다만 아쉬웠던 점은 두산의 불펜투수 이용찬과 이현승이 8,9회 도합 3점을 내주면서 신성현의 2타점은 지난 25일 경기에 이어 빛바랜 타점으로 남았다는 사실이다. 자신이 가장 빛날 수 있었던 기회를 눈앞에서 놓쳤기 때문. 물론 팀은 10회 연장 접전 끝에 신승을 거뒀지만 이날 경기의 수훈선수는 아무래도 3-3으로 맞선 10회초 결승타를 때려낸 양의지였다.

‘선발 출전은 곧 타점’이라는 새로운 공식을 만들어내고 있는 신성현. 26일 현재 그의 시즌 타율은 2할(45타수 9안타)에 불과하다. 아직 갈 길은 먼 상황. 만족은 이르다. 과연 그가 연이은 맹활약 속에 ‘백업 내야수’라는 수식어 대신 ‘붙박이 주전’ 이라는 새 수식어를 얻게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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