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유희관. 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 고척=이재현 기자] 두산 유희관(31)이 올시즌 최고의 역투를 펼치며 넥센 타선을 꽁꽁 틀어막았다. 그러나 구원 투수의 난조로 그의 선발승은 없던 일이 됐다.

두산은 26일 오후 6시30분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넥센과의 경기에서 10회 연장 승부 끝에 4-3 신승을 거뒀다.

사실 두산은 이날 선발 투수 유희관의 완벽한 경기력을 앞세워 손쉽게 승리를 챙기는 듯 했다. 실제로 유희관은 7.1이닝 2실점을 기록하면서 넥센의 타선을 효과적으로 공략했다.

지난 2시즌 간 33승을 챙긴 유희관은 ‘판타스틱4’로 불리는 강력한 두산의 선발진 중에서도 가장 꾸준한 선수로 꼽힌다. 올시즌에도 그의 꾸준함은 여전했다.

개막 이후 2차례의 선발 등판에서 승리가 없었던 유희관은 최근 2경기에서 모두 8이닝 2실점을 기록하며 2연승을 거뒀다. 최근 기세만큼은 팀 내 에이스로 통하는 니퍼트가 부럽지 않을 정도.

최근의 상승세를 앞세워 넥센을 상대로 개인 3연승에 도전했던 유희관. 결과적으로 그의 바람은 이뤄졌다. 총 100개의 공을 던진 그는 단 한 차례의 4사구 없이 4피안타 2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7회까지는 결점 자체가 없었지만, 8회 두 명의 주자를 쌓아둔 채 마운드에서 내려왔던 것이 2실점으로 이어졌다.

시작부터 좋았다. 1회와 2회를 연달아 삼자범퇴로 돌려세운 것. 삼진은 한 차례도 없었지만 넥센의 타자들은 유희관의 날카로운 제구에 속절없이 당했다.

3회에도 1탈삼진을 솎아내며 넥센의 공격을 삼자범퇴 처리한 유희관은 4회말 2사까지 퍼펙트 행진을 이어갔다. 그러나 2사 이후 그는 서건창에게 우전 안타를 맞았고, 11타자 연속 퍼펙트 행진은 막을 내렸다.

한 차례 안타를 내줬던 유희관은 윤석민에게도 안타를 맞고 2사 1,3루의 위기에 처했다. 이날 그가 맞이한 첫 실점 위기이기도 했다. 그러나 실점은 없었다. 유희관은 허정협에게 삼진을 빼앗아내면서 위기를 스스로 극복해냈다.

4회들어 퍼펙트는 깨졌지만 유희관의 무실점 행진만은 계속됐다. 5회 역시 삼자 범퇴로 넘긴 것.

6회에도 유희관의 안정감은 좀처럼 흔들릴 줄 몰랐다. 그는 6회말 선두타자 주효상을 삼진으로 막아낸 것을 시작으로 이정후와 김하성을 각각 내야 땅볼과 외야 뜬공으로 돌려세웠다. 그의 호투 속에 넥센 타자들은 4회를 제외하고 1루 베이스에 발도 붙이지 못했다.

6회까지 채 80개의 공을 던지지도 않았던 유희관은 7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역시 넥센의 공격을 단 세 타자로 매듭지었다.

워낙 기세가 좋았기에 유희관은 8회말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그러나 계속된 등판에 굳건했던 제구력도 다소 흔들리기 시작했다. 8회말 선두타자 채태인에게 좌전 안타를 맞은 그는 김민성을 2루수 직선타로 돌려세웠지만 대타 김태완에게 중전 안타를 허용하면서 1사 1,2루의 위기에 몰렸다.

결국 두산 벤치는 유희관의 강판을 결정했다. 유희관을 대신해 마운드에 오른 선수는 이용찬. 문제는 이용찬이 2사 만루에서 김하성에게 끝내 2타점 좌전 적시타를 맞았다는 점이다. 유희관의 책임주자 2명이 모두 홈을 밟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렇게 유희관의 무실점 경기는 무산됐다. 하지만 유희관의 경기 내용은 분명 훌륭함 그 자체였다.

유희관은 호투를 펼쳤지만 문제는 구원 투수였다. 8회에 2점을 내준 이용찬은 9회말에도 마운드에 올랐지만 선두타자 윤석민에게 좌익수 왼편으로 빠지는 2루타를 내준 것을 시작으로 허정협에게 몸에 맞는 공까지 허용했다.

이현승이 급히 마운드에 올랐지만 그 역시 패배를 막을 수는 없었다. 이현승은 채태인을 내야 땅볼로 돌려세웠지만, 1사 1,3루의 위기는 계속됐다. 결국 이현승은 김민성에게 좌선상 적시타를 맞고 1점차의 리드를 지켜내지 못했다.

물론 두산은 10회초 양의지의 적시타를 통해 끝내 승리를 따내긴 했으나, 이미 유희관의 승리는 없던 일이 된지 오래였다.

사실 유희관은 넥센과의 시즌 첫 맞대결에서는 호투를 펼치지 못했다. 지난 8일 잠실 넥센전에 선발 등판했던 그는 5.2이닝 5실점을 기록했던 것. 당시 그는 타선의 도움으로 패전은 면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두산이 넥센에 10-13으로 패하면서 그는 팀패배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하지만 유희관은 이날 경기의 호투를 통해, 단 한 경기만에 설욕에 성공하는 듯 했다. 실제로 그는 설욕 직전까지 도달하긴 했다. 최근 2경기에서의 호투는 결코 우연이 아니었던 것. 다만 불펜진은 그의 승리를 무위로 돌렸고, 그렇게 유희관의 설욕은 다음 기회로 미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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