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밴헤켄. 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 고척=이재현 기자]지난 2016시즌 두산에게 유독 강력한 모습을 보이며 ‘곰사냥꾼’으로 등극했던 넥센의 에이스 밴헤켄. 그러나 독기를 품은 곰들의 발톱은 예상보다 날카로웠다.

넥센은 25일 오후 6시30분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과의 경기에서 13-8 승리를 거뒀다.

이날 넥센은 선발 투수의 호투가 아닌 폭발한 타선을 통해 완승에 성공했는데, 사실 예측과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흘러간 경기였다.

많은 전문가들은 넥센이 이날 ‘에이스’ 밴헤켄의 호투를 앞세워, 실점을 적게 내줄 것이라 기대했다. 게다가 그가 마주하는 상대가 두산이었기에 해당 예측은 더욱 설득력을 얻었다.

밴헤켄은 지난 시즌 두산을 상대로 2차례 선발 등판해 2승 무패, 0.69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말 그대로 ‘짠 물 피칭’을 펼친 셈. 지난 시즌 통합 우승에 빛나는 두산 타선은 밴헤켄에 꼼짝 없이 당했다.

밴헤켄의 두산전 강세는 해를 넘겨서도 유효했다. 지난 7일 잠실 두산전에 선발 등판했던 그는 6.1이닝 1실점으로 시즌 첫 승을 챙겼다. 두산을 상대로 워낙 강력했기에 이날 경기 역시 밴헤켄의 호투가 펼쳐질 것이라 여겼던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자 경기는 예측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이날 두산 타선은 선발 투수 김명신이 타구에 얼굴을 맞아 조기에 강판 당한 것을 복수라도 하려는 듯 보였다. 그만큼 독기를 품었던 두산 타선의 기세는 경기 초반까지 대단했다.

1회부터 김재환에게 적시타를 내주고 1점을 헌납했던 밴헤켄은 3회에만 무려 4점을 내줬다. 이날만큼은 평소의 그 답지 않은 경기력이었다.

특히 3회에 펼쳐진 4사구 퍼레이드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3회초 1사 이후 밴헤켄은 허경민과 신성현에게 연달아 볼넷을 내준 것은 물론 민병헌에게는 몸에 맞는 공까지 기록했다. 피안타가 한 차례도 없었음에도 그는 순식간에 1사 만루의 위기에 몰렸다.

밴헤켄은 후속타자 김재환을 내야 땅볼로 저지했지만 야수들이 2루 주자를 잡아내는 사이 3루 주자 허경민은 여유 있게 홈플레이트를 밟았다.

4사구로 홍역을 치른 밴헤켄의 수난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계속된 2사 1,3루 위기에서 밴헤켄은 양의지에게 우측 담장으로 뻗어나가는 큼지막한 2루타를 허용했다.

3루 주자는 물론 1루 주자까지 여유 있게 홈플레이트를 밟을 수 있을 정도의 장타였다. 평정심이 무너진 밴헤켄은 설상가상으로 2사 2루 위기서 최주환에게 우전 적시타까지 맞았다. 3회에만 4점을 헌납한 것.

3회초 공격이 종료된 당시만 하더라도 두산이 5-4로 승부를 뒤집었기에 밴헤켄의 3회 4실점은 너무도 뼈아팠다. 그렇게 ‘곰 사냥꾼’의 명성은 땅에 떨어졌다.

다행히 무너진 밴헤켄을 대신해 타선이 힘을 냈다. 밴헤켄이 책임졌던 5회까지 무려 13점을 뽑아낸 것. 특히 서건창과 허정협은 4타점 경기에 성공하며 밴헤켄 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했다.

결과적으로 경기가 넥센의 승리로 돌아갔기에, 밴헤켄은 승리투수가 됐다. 어쨌든 ‘절반의 성공’은 거둔 셈. 하지만 이전의 두산전 ‘짠물피칭’을 떠올려 본다면 다소 머쓱해지는 승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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