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홍상삼. 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 고척=이재현 기자] 두산의 신인투수 김명신(24)이 경기 초반부터 불의의 부상으로 쓰러졌다. 두산은 다급하게 홍상삼에게 구원 요청을 보냈지만, 몸도 채 풀리지 않았던 그 역시 별다른 방도가 없었다.

두산은 25일 오후 6시30분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넥센과의 경기에서 9-13으로 패했다.

이날 두산의 경기 구상은 초반부터 완전히 꼬였다. 이날 두산의 선발 투수였던 김명신이 1-2로 끌려가던 1회말 2사 1,2루에서 김민성의 타구에 얼굴을 맞았던 것. 안면부위에서 피가 잔뜩 쏟아졌기에 그는 더 이상 투구를 이어갈 수 없었다.

뜻하지 않은 김명신의 부상 속에서 두산은 2루 주자 서건창의 홈쇄도를 막지 못했고, 그렇게 1회말 2사 1,3루에서 두산은 급히 홍상삼을 호출했다. 주로 셋업맨 혹은 마무리로 뛰었던 홍상삼에게 사실상 선발 투수 역할을 부여한 셈.

허나 이는 패착이었다. 기본적으로 선발 투수가 익숙하지 않는 데다, 전혀 예측하지 못한 타이밍에서 등판했기에 홍상삼은 넥센 타선을 상대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1회말 2사 1,3루의 위기 상황서 마운드에 오른 홍상삼은 박정음을 중견수 뜬공으로 잡아내고 산뜻한 출발을 보였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2회부터 홍상삼의 제구는 흔들렸다. 2회초 선두타자 주효상을 좌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웠지만, 이정후에게 볼넷을 내주고 흔들렸다. 투수가 흔들리자 이번엔 야수들의 수비도 흔들렸다. 김하성의 땅볼 타구를 유격수 김재호가 제대로 포구하지 못한 것. 명백한 포구 실책이었다.

다소 허무하게 1사 1,2루 위기에 처한 홍상삼은 서건창에게 우전 적시타를 맞고 끝내 자신의 첫 실점을 기록했다. 다행히 그는 후속타자 윤석민과 허정협을 각각 내야 파울 플라이와 내야 땅볼로 돌려세우고 추가 실점은 내주지 않았다. 찜찜함까지 완전히 지울 수는 없었다.

2회에 1점을 내준 것은 3회 들어 찾아온 악몽을 생각해본다면 오히려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홍상삼과 두산은 3회 최악의 국면을 맞이했다. 3회말 선두타자 채태인을 시작으로 3연속 안타를 허용한 그는 1점을 헌납했다.

연속해서 안타를 맞았던 홍상삼은 이번엔 연속해서 볼넷을 허용했다. 무사 1,2루에서 주효상의 볼넷 출루를 지켜봤던 홍상삼은 무사 만루에서 이정후를 인필드 플라이로 돌려세웠지만 김하성과 서건창에게 연달아 볼넷을 내줬다. 넥센은 적시타 없이도 밀어내기로만 2점을 뽑아냈다. 홍상삼에게는 최악의 결과가 도래한 셈.

결국 두산 벤치는 홍상삼의 강판을 결정했다. 그를 대신해 마운드에 오른 이는 김성배. 김성배는 1사 만루에서 윤석민을 상대로 병살타를 유도하는 듯 했지만 비디오 판독 결과 타자 주자인 윤석민의 세이프가 인정됐다. 3루 주자였던 주효상이 이미 홈플레이트를 밟았던 탓에 홍상삼의 실점 기록은 5점까지 늘어났다. 그렇게 두산은 3회까지 무려 8점을 내줬다.

이날 홍상삼은 1.2이닝 동안 총 59개의 공을 던져 4피안타 4볼넷 5실점(4자책)을 기록했다. 단순히 기록만 놓고 본다면 홍상삼은 시즌 최악의 경기를 펼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이날 경기 홍상삼의 등판 배경과 상황을 감안한다면 무조건적으로 그를 비난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 ‘이른 등판’이 독배인줄 알면서도 마운드에 올라선 홍상삼의 투지만큼은 박수를 받을 만 했다. 오히려 충분히 몸을 풀었음에도 5회에만 5점을 내줬던 김성배의 경기력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두산 벤치 역시 선발 투수 김명신이 부상으로 마운드를 떠났을 때부터 충분히 고전을 예상했을 것이다. 어쩔 수 없는 ‘홍상삼 조기 투입 카드’를 꺼내든 두산은 일찌감치 패배를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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