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현 기자] SK가 개막 이후 6연패라는 최악의 부진을 딛고 언제 그랬냐는 듯 상승세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타선에 비해 선발 투수들은 어딘가 찜찜하고 불안하다.

SK는 지난 23일 오후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경기에서 4-8로 완패했다.

SK 켈리. 스포츠코리아 제공
그러나 패배에도 불구하고 SK는 앞선 2경기를 모두 잡아내면서 두산과의 주말 3연전을 위닝 시리즈로 매듭지을 수 있었다.

두산전 패배에도 SK의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오히려 긍정적인 기류가 흐른다. 두산전 패배를 포함해도 SK는 최근 10경기에서 8승2패를 기록했다. 지난 7일 인천 NC전 이후로는 연패조차 기록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거칠 것 없는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SK에 문제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폭발적인 타선에 비해 선발진이 허약하다는 점이다. 특히 SK는 최근 6경기에서 선발투수들이 단 한 차례도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지 못했다. 같은 기간 10개 구단 가운데, 선발 투수가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지 못한 구단은 SK가 유일하다. 선발진의 평균자책점은 4.50으로 리그 8위.

다행히 이 기간 SK는 무려 36점을 뽑아낸 타선의 힘을 앞세워 4승2패를 기록했지만 선발 야구가 사실상 실종된 마운드의 문제점까지 가려지는 것은 아니었다.

물론 팀 내 모든 선발투수들이 강할 수는 없다. 지난 시즌 ‘판타스틱 4’로 불리던 선발진을 갖췄던 두산은 극히 이례적인 경우에 해당한다. 하지만 최근 SK는 에이스로 꼽을 만한 선수조차 눈에 띄지 않았다. SK의 원투펀치로 여겨졌던 켈리와 윤희상은 3경기에 나눠 등판했지만 도합 1승에 그쳤다.

그나마 SK 선발진의 중심을 잡아줬던 켈리의 연속 부진은 무척 뼈아프게 다가온다. 켈리는 지난 18일 인천 넥센전에서 7.2이닝 4실점을 기록했다. 타선의 지원을 받아 시즌 첫 승을 챙겼지만 앞선 3경기에서 모두 퀄리티스타트에 성공했던 것을 돌이켜 본다면 찜찜했던 것이 사실.

앞선 경기에서 불안함을 노출했던 켈리는 지난 23일 인천 두산전에서 와르르 무너졌다. 5이닝 11피안타(3피홈런), 1볼넷, 5탈삼진, 6실점을 기록했다. 특유의 날카로운 제구가 무뎌지면서 난타를 당한 것. 여러모로 골치가 아파지는 SK다.

손가락 부상과 개인사를 이유로 지난 18일 인천 넥센전을 통해 SK 선발진에 겨우 합류한 외국인 투수 다이아몬드는 아직 컨디션이 완전치 못해 72개의 투구수를 기록한 채, 4이닝(1실점)만을 책임졌을 뿐이다. 그는 오는 25일 잠실 LG전 선발 등판이 유력해 보이는데 그렇다고 해도 90개 이상의 공을 던지기는 어려울 전망. 이미 힐만 감독도 투구수 90개를 목표치로 공헌 한 바 있다. 지난 등판 결과로 미루어 짐작하건데 다이아몬드는 다음 등판에서 승리투수 요건인 5이닝을 간신히 갖출 듯하다.

4,5선발을 맡고 있는 박종훈과 문승원은 여전히 발전해야 할 요소가 많은 선수들이다. 최근 나란히 시즌 첫 승을 챙기며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기복이 있는 상황. 그나마 문승원은 희망을 보였다. 그는 최근 2경기 연속 6이닝 이상 버텨준 SK의 유일한 선발 투수였다.

선발이 이처럼 전체적으로 흔들린 탓에 SK는 최근 6경기에서 선발이 무너지면 폭발력을 갖춘 타선으로 상대 선발도 같이 무너뜨리겠다는 전략으로 맞섰다.

SK 박종훈. 스포츠코리아 제공
분명 공격에서는 장타는 물론 작전야구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며 짜임새 있는 모습을 보였다. 허나 폭발적인 공격력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선발진이 계속해서 허점을 드러낸다면 SK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싸우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많은 야구 전문가들이 입버릇처럼 이야기하는 오랜 야구 격언이 있다. ‘야구는 투수하기에 달렸다’와 ‘방망이는 믿을 것이 못 된다’라는 격언이 바로 그 것.

타선은 감이 좋을 때와 나쁠 때의 주기가 명확한 만큼, 최후에 웃는 강팀은 아무래도 타선보다는 선발진이 강한 팀이다. 지난 시즌 통합우승에 성공한 두산이 이를 증명했다. 힐만 감독 역시 강력한 선발진 구축을 부임 초기 최우선 과제로 천명한 바 있다.

넥센의 장정석 감독은 지난 19일 “타선이 터지지 않는 접전 상황에서도, 이길 수 있는 힘을 갖추고 있어야 연패를 당하지 않는다”라고 밝힌 바 있다.

SK 역시 언제라도 타선이 침묵을 지킬 수 있다. 언제나 쾌승 혹은 완승을 거둘 수 없는 법. 팀 당 144경기를 치러야 하는 만큼 시즌은 길다. 시즌 중, 팀 전체의 타격감 저하는 찾아오기 마련인데 이 때 선발진이 얼마만큼 버텨주느냐가 강팀과 약팀의 차이를 가른다. 거포들이 즐비하고 홈런이 많이 터짐에도 아직 만족은 이르다. 접전 상황조차 즐기며 버텨줄 수 있는 단단한 선발 투수들의 존재가 절실한 SK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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