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임창용과 포수 이정훈. 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그래도 '뱀직구' 아니었나. KBO리그를 거쳐, 일본 그리고 미국에서도 공을 뿌린 산전수전 다 겪은 프로 23년차 베테랑 투수였다.

하지만 전날 그런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넘치는 자신감 대신 승부를 피하기에 급급했다. 바라보는 팬조차 그의 모습이 이젠 낯설다. 임창용의 2017시즌이 참 어렵다.

KIA는 지난 21일 수원에서 열린 kt와의 경기에서 9-2로 승리를 거뒀다. 연승 뒤에 일격을 당했지만 6연승 위닝시리즈를 기록, 13승 4패로 선두를 수성했다.

이겼지만 아쉬움이 남은 경기였다. 상황은 9회말이었다. 9-2로 앞섰다. 여유가 있었다. 8회에 나온 홍건희가 남은 이닝을 모두 처리할 수 있었지만 김기태 감독은 교체를 단행했다. 임창용이었다.

부담스럽지 않은 상황에서 그를 투입, 1이닝을 맡기고 경기를 끝내려는 생각이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임창용의 페이스가 올라오기를 바라는 김기태 감독의 배려였다.

하지만 어려웠다. 1이닝동안 그가 던진 투구 수는 모두 36개다. 삼진은 3개를 잡아냈지만 볼넷이 2개, 그리고 안타 역시 1개를 허용했다. 2사 이후, 만루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직구 구속은 최고 151km까지 찍혔지만, 압도적인 구위는 아니었다. 평균 구속이 145km 언저리였다. 구위에서 밀리니 변화구 위주로 승부했고 자연스레 볼카운트 싸움을 이겨내지 못했다.

kt 타선은 임창용의 변화구에 속지 않았다. 선두타자 전민수를 상대로 7구 승부 끝에 볼넷, 1사 이후 이진영에게 안타를 내줬다. 7번 정현은 삼진으로 잡아냈다.

하지만 8번 이해창에게 8구째 공을 던졌지만 볼넷, 2사 만루가 됐다. 이대진 투수코치가 인터폰을 들었고 불펜에서는 김윤동이 몸을 풀기 시작했다.

이후 임창용은 3구 만에 9번 김사연을 삼진으로 잡아내며 길었던 9회말을 끝내고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하지만 '병 주고 약 주고' 피칭이었다.

KIA 임창용. 중계화면 캡처.
쉽게 끝내지 못하는 모습에 덕아웃에 있던 김기태 감독도 안타까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공식적인 팀 마무리기에 그가 잠시의 부진을 딛고 다시 한번 '창용불패'를 재현했으면 하는 마음이 컸다.

하지만 다소 급하게 올린 느낌이 없지 않아 있다. 결과적으로는 잘 막아냈기에 향후 더 좋은 모습을 기대할 수도 있지만 전날 임창용의 표정에 자신감이라는 단어를 찾기는 어려웠다.

21일 현재 임창용은 모두 7경기에 나서 1승 1패 1세이브 3홀드 2블론세이브를 기록, 모두 4.2이닝을 소화하며 9피안타 7볼넷 3실점 평균자책점 5.79를 기록 중이다.

마무리 투수의 기록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 특히나 늘어난 볼넷 개수가 그의 구위가 확실히 예전만큼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합류로 몸 상태를 급하게 끌어 올린 것도 있었고 오키나와 훈련 도중에도 무면허 운전 등, 이래저래 사고를 치며 마음고생도 심했다.

김기태 감독은 그래도 임창용을 대우해줬다. 감독 이전에 야구 선배다. 본인 스스로도 쌍방울과 삼성, 그리고 SK를 거치면서 나이에 장사가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임창용을 더욱 신뢰했다.

하지만 냉정히 말해 전성기가 지난 것은 확실하다. 페이스가 조금씩 올라오는 듯 보이지만 대대적인 변화가 없다면 임창용이 시즌을 모두 소화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995년 고졸 출신으로 검빨간 해태 유니폼을 입고 신나게 그라운드에 뱀을 뿌리던 젊은 선수가 이젠 구렛나루가 희끗희끗해진 모습을 한 1976년생 한국나이 42살의 노장 선수가 됐다.

지금 나이에 현역으로 뛰는 것 자체도 대단하지만 팬들은 전날 자신감이 없어진 그의 모습이 괜시리 안타까울 따름이다. KIA도 임창용의 투입에 대한 고민을 좀 더 깊이 해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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