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현 기자] 지난 2016년 ‘거포 유망주’라는 꼬리표를 떼는데 성공했지만 불의의 부상에 발목이 잡혔던 내야수 최승준(29). 2017시즌 초반에도 그는 부상으로 다시 멈춰 섰다. 계속된 부상에 풀이 죽을 법도 하지만 그는 결코 좌절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SK와 넥센간의 주중 3차전의 마지막 경기를 앞뒀던 지난 20일 오후 인천 SK행복드림구장. 경기 전 훈련을 진행 중이던 SK 선수단 사이로 반가운 얼굴이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SK의 내야수 최승준이 그 주인공.

SK 최승준. 스포츠코리아 제공
최승준은 지난 2월 미국 플로리다 1차 스프링캠프에서 가진 자체 청백전에서 베이스로 향하던 도중 왼쪽 허벅지 햄스트링 부상을 당했다. 비시즌 기간 개인적으로도 워낙 열심히 몸을 만들어왔기에 일본 오키나와 2차 캠프까지 아픈 몸을 이끌고 동행했지만, 결국 중도에 귀국했다.

다행히 심각한 부상은 아니었다. 개막 엔트리에서는 제외됐지만, 그는 2군에서 재활과 치료를 병행하면서 몸을 만들어왔다. 이제는 실전 경기에도 나설 수 있는 몸상태까지 회복됐다. 실제로 퓨처스리그에서도 모습을 드러낸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승준은 왜 1군 선수단에 합류해 훈련을 하고 있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잃어버린 타격감 때문. 그는 타격감을 되찾고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1군 선수단에 합류했다. 물론 훈련만 함께할 뿐 그는 20일 현재 1군 선수단에 정식으로 등록되지 않은 선수다.

최승준은 “몸상태는 많이 호전됐지만, 2군에서의 성적이 워낙 좋지 못해 정경배 타격코치님을 만나 내 상태를 진단받고 싶었다. 나를 오래 봐왔던 코치님이라면 내 상태를 제대로 진단해 줄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지난 18일부터 1군 선수단과 함께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20일 현재 최승준의 퓨처스리그 성적은 그야말로 바닥이다. 지난 4일부터 총 8경기에 나섰던 그는 타율 8푼(25타수 2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출루율은 2할에 머물고 있다.

결국 최승준은 결단을 내렸다. 2군 경기에 나서는 것을 포기하고서라도 1군 선수단 훈련에 합류하기로 결심한 것. 그는 오는 23일까지 약 1주일간 1군 선수단과 함께 한다.

다행히 최승준은 좀처럼 회복세로 돌아서지 못하고 있는 타격 부진의 원인을 잘 알고 있었다. 약 1년 새 두 차례나 하체 부상을 당하면서 한 창 몸이 좋았을 때의 타격 밸런스를 완전히 잃어버렸다는 것이 그의 설명.

최승준은 “지난 7월에는 오른쪽 무릎 후방 십자인대를 다쳤는데, 이번에는 오른쪽 햄스트링을 다쳤다. 평소에는 잘 쓰지도 않는 근육을 다쳐 무척이나 아쉬웠다. 하체를 잇달아 다치면서 타격 밸런스가 무너졌고, 타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잘 해보려고 할 때마다 계속해서 부상을 당해 어느 때는 내 자신에게 화도 났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6월 절정의 타격감을 자랑했던 최승준은 당시 ‘KBO 월간 MVP’에 선정되기도 했다. 문제는 7월 중순 오른 무릎을 다쳐 상승세를 온전히 이어가는 데 실패했다는 점이다. 76경기에 뛰는데 그쳤음에도 무려 19홈런을 쳐냈지만, 아쉬움이 남았던 것은 바로 이 때문. 지난해의 아쉬움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다시 부상 악령에 발목을 잡혀 화가 났다는 것.

그렇지만 최승준은 포기를 몰랐다. 최근 SK 선수단 가운데 가장 먼저 훈련장에 나와, 가장 늦게까지 훈련에 임하는 선수가 바로 최승준이다. 정경배 코치 역시 최승준의 간절함을 잘 알고 있는 듯했다. 훈련장을 빠져 나가는 순간까지 타격 자세를 봐주며, 그의 타격감 회복에 온 힘을 쏟는 모습.

SK 최승준. 스포츠코리아 제공
그러나 빠른 복귀를 위한 최승준의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재 SK는 최승준의 장타력을 크게 그리워하고 있지 않은 것이 사실.

팀 내 홈런 선두 최정을 필두로 한동민, 김동엽 등 이미 거포들이 즐비하다. 실제로 팀 홈런 역시 27개로 해당 부문에서 압도적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다.

게다가 지명타자와 1루수로서 자리를 잡아야하는 최승준인데, 그가 없이도 이미 선수단 주장인 박정권을 필두로 한동민, 김동엽, 정의윤 등이 치열한 주전 경쟁을 펼치고 있는 상황.

하지만 타격감 회복에 박차를 가하돼, 심적으로는 초조해하지 않겠다는 것이 최승준의 입장이다. 지난해에도 초조함 속에 이른 시점에 부상 복귀를 결정했다가, 큰 성과(복귀 이후 12경기서 타율 0.130, 1타점)를 거두지 못했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

“오는 23일까지만 1군 선수들과 함께 훈련을 하고 다시 2군에 합류할 생각이에요. 일주일 이상 실전 경기를 뛰지 않고 훈련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죠. 팀원들이 현재 모두 잘하고 있는데, 저 역시도 몸상태만 완벽하다면 충분히 공헌 할 수 있는 기회는 주어질 것이라 생각해요. 물론 건강이 최우선입니다. 조급해 하지 않고 스스로 완벽하다고 느낄 때, 1군 선수단에 복귀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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